[Cook&Chef = 서진영 기자]마카롱과 크루아상이 채웠던 디저트 진열장에 쑥과 흑임자, 인절미와 약과가 채워진다. 익숙한 떡은 크림과 과일을 만나 새로운 디저트가 되고, 한과는 맛과 형태, 포장을 달리하며 젊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떡과 한과는 한식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농식품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선 104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이스크림 수출은 전년보다 21.6% 증가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었으며, 유럽으로 수출된 쌀가공식품도 14.5% 늘었다. 라면과 김치로 시작된 K-푸드의 범위는 음료와 간식, 디저트로 넓어지고 있다.
2026년 글로벌 제과 브랜드 오레오는 BTS와 협업해 호떡에서 착안한 한정판 쿠키를 80여 개 시장에 선보였다. 2025년 미국 음식 전문지 『Food & Wine』은 약과와 다식, 강정 등 한과를 소개하고,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파티시에들이 이를 현대적인 디저트로 풀어내는 과정을 다뤘다. 한국의 재료와 질감은 세계 소비자에게 새로운 디저트의 맛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번의 유행이 하나의 음식문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전통 재료와 제조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맛과 형태를 설계해 상품으로 완성할 사람이 필요하다. 한양여자대학교가 지난 6월부터 운영한 ‘K-디저트 전문가 양성과정’도 이 지점에 주목했다.
해외 시장에 오래 남으려면 낯선 맛을 소개하는 것보다 같은 품질을 반복해 내는 공정과 보관·유통, 현지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형태가 갖춰져야 한다. 특히, 수분과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떡과 한과는 재료의 원리를 익힌 뒤 응용해야 한다. 전통 제조법부터 제품 개발, 푸드스타일링과 포장, 마케팅까지 잇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유행 다음을 준비하는 180시간
한양여자대학교 RISE사업단이 마련한 ‘K-디저트 전문가 양성과정’은 6월 1일부터 9월 28일까지 총 24회, 180시간으로 진행됐다. 떡제조기능사 이론과 실기를 비롯해 떡과 한과, 전통음료의 기초와 응용을 배우고,. 플레이팅과 푸드스타일링, 포장과 마케팅도 더했다.
수강생의 출발점은 저마다 달랐다. 현업 종사자와 예비 창업자, 한식에서 병과로 범위를 넓히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쌀가루를 다뤄본 적이 없거나 떡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수강생도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경력의 차이는 수업 안에서 또 다른 배움이 됐다.
수업은 쌀의 상태와 수분, 반죽의 정도, 찌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떡의 질감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했다. 정해진 배합을 따라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재료와 공정을 이해하는 데 힘을 실었다. 기초를 다진 뒤에는 전통 떡을 최근의 K-디저트로 응용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으로 나아갔다.
전통을 알아야 세계의 디저트가 된다
교육을 맡은 박영미 한양여자대학교 조리외식산업과 교수는 궁중음식과 궁중병과를 전승하며 후학을 양성해왔다. 이번 과정에서는 떡의 기본 개념부터 자격 취득, 응용과 상품화까지 단계적으로 이끌었다.
박 교수는 “기초는 전통을 기반으로 응용되어야 한다. 기본을 모르면서 맛과 모양만 좋은 것을 모방하다 보면 국적 없는 디저트가 탄생할 수 있다”며 “한국 디저트에 맛과 모양을 입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푸드스타일링과 서양 디저트를 함께 배운 것도 한국 디저트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떡과 한과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전에 우리 안에서 전통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과의례와 시절식에 함께했던 떡과 한과를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수료생에게는 조리 원리를 이해하는 힘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실수하게 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론적 배경, 특히 조리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배운 내용을 취·창업과 후배 양성에 활용하기를 바랐다.
다른 출발, 같은 기본기
떡공방을 운영하는 한 수강생은 “과정 전에는 레시피와 완성된 모양, 식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재료의 특성과 공정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더 세밀하게 살펴본다”고 말했다. 쌀베이킹 수업은 한과와 떡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관점과 기술을 더한 시간으로 꼽았다.
공방 운영을 준비하는 수강생은 전통떡 수업을 꼽았다. 그는 “쌀의 상태를 살피고 수분을 맞추는 작은 과정이 떡의 맛과 식감을 결정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전통떡의 맛을 살리면서 새로운 재료와 디자인, 먹기 편한 크기와 포장을 더한 K-디저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잘 만든 떡에서 팔리는 디저트로
한양여자대학교의 조리·제과·음료 실습실도 수업의 범위를 넓혔다. 수강생들은 품목에 맞는 기물을 직접 사용하며 장비의 특성과 작업 방법을 익혔다.
수업은 떡을 만드는 일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법과 보관, 플레이팅과 포장, 제품을 알리는 방법까지 다뤘다. 완성된 떡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수료 뒤에도 이어지는 180시간
한양여자대학교는 첫 과정에 이어 ‘K-디저트 전문가 양성과정 2회기’를 운영한다. 교육은 10월 13일부터 12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총 24회, 180시간 과정이다.
떡제조기능사 이론과 실기, 한과와 전통음료, K-디저트 응용과 상품화를 다룬다. 푸드스타일링과 포장, 마케팅 교육도 포함한다. 첫 과정의 수료와 함께 다음 교육생을 위한 180시간이 다시 시작된다.
K-디저트는 더 이상 한국에서만 소비되는 전통 간식이 아니다. 쫀득한 식감과 곡물의 고소함, 자연 재료의 색은 세계의 소비자가 주목하는 새로운 맛이 됐다. 이를 잠시 머무는 유행이 아닌 하나의 음식문화로 이어갈 전문가가 필요하다.
‘K-디저트 전문가 양성과정’은 전통의 원리를 익히고 이를 새로운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사람을 길러낸다. 떡을 처음 접한 사람도 기본기를 쌓고, 현업자도 익숙한 기술을 원리부터 다시 점검한다. 서로 다른 경험이 한 교실에 모여 새로운 K-디저트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한식 디저트가 세계의 디저트로 성장하는 지금, K-디저트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180시간이다.
Cook&Chef /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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