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나이보다는 안주하지 않는 태도
[Cook&Chef = 김경주 칼럼니스트]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는 사람의 몸집보다 큰 푸른 사과 하나가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든 높이 3미터의 조형물 〈청춘〉이다.
사과는 붉게 익었을 때 가장 달고 향기롭다. 보기에도 탐스럽고 상품성도 좋다. 그런데 안도 다다오는 청춘을 표현하기 위해 잘 익은 붉은 사과 대신, 아직 단단하고 신맛이 남아 있는 푸른 사과를 선택했다.
이 작품은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얻었다. 울만은 이렇게 썼다.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그리고“우리는 이상을 버릴 때 늙는다.” 안도 다다오 역시 청춘은 10대, 20대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누구나 간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푸른 사과는 그래서 미숙함의 상징이 아니다. 자신을 이미 완성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여전히 배우고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태도의 상징이다.
그의 삶 역시 그 푸른 사과를 닮았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프로복서로 링 위에 올랐고,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에는 정규 교육과정 대신 독학을 택했다. 책을 읽고 도면을 그렸으며, 일본과 유럽, 미국의 건축물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렇게 복싱 글러브를 벗고 건축을 시작한 청년은1995년 건축계 최고 권위의 프리츠커상을 받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
그의 건축도 완결을 과시하지 않는다.
안도 다다오를 대표하는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단단하고 무거우며 한번 굳으면 그 형태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만든 공간은 빛과 바람, 물과 계절, 그 안을 걷는 사람에 따라 끊임없이 표정이 달라진다.
오사카의 〈빛의 교회〉에서는 콘크리트 벽에 낸 십자가 모양의 틈으로 들어온 빛이 공간을 완성한다.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대부분을 땅속에 묻었다. 뮤지엄 산 역시 건축물을 한눈에 보여주기보다 물과 돌, 산과 하늘 사이를 천천히 걷게 한다.
이처럼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자신의 의도만으로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자연과 시간, 그리고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이 함께 채워갈 여지를 남겨둔다.
주민등록증은 없지만 기업도 나이를 먹고, 때로는 늙기도 한다.
창립한 지 오래됐다고 늙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배우는 기업은 백 년이 지나도 젊을 수 있다. 반대로 갓 출범한 스타트업이라도 자신들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는 순간 빠르게 늙는다.
기업은 실패보다 성공 때문에 늙는지도 모른다. 실패는 잘못을 돌아보게 하지만, 성공은 자신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낳기 쉽다. 크게 성공할수록 기존의 방식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도미노피자는 자신들의 가장 익숙한 답을 의심하면서 다시 젊어진 기업이다.
1960년 매장 하나로 출발한 도미노피자는 빠른 배달과 효율적인 운영을 앞세워 세계적인 피자 체인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피자를 신속하게 배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맛에 대한 평가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객의 반응은 가혹했다. 도우는 판지를 씹는 것 같고, 소스는 케첩 맛에 가깝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보통 기업이라면 이런 평가는 감추거나 일부 고객의 불만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미노피자는 고객의 말을 광고에 그대로 노출했다.
광고는 보통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는데, 도미노피자의‘피자 턴어라운드’ 캠페인은 공개적인 반성문에 가까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9년 말에는 창업 이후49년간 이어온 핵심 피자 레시피를 버리고 도우와 소스, 치즈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반세기 가까이 피자를 만들어온 회사가“우리 피자 맛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추진한 이후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경쟁력과 관행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였다. 도미노피자는 자신들이 반세기 동안 쌓아온 성공 방정식을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재검토하고 바꿀 수 있는‘가설’로 보기 시작했다.
어도비는 도미노피자보다 더 어려운 선택을 했다. 뚜렷한 위기가 닥치기도 전, 한창 성과를 내고 있을 때 기존 사업모델을 스스로 흔들었다.
2010년대 초 어도비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영구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고객이 새 버전을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큰 매출이 발생하는 검증된 사업모델이었다.
그러나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이 확산되자 어도비는 지금의 성공 방정식이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2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출시했고, 이듬해부터 창작 소프트웨어 사업의 중심을 패키지 판매에서 구독 서비스로 옮겼다.
이는 단순히 판매 방식이나 가격 체계만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제품을 한 번 판매하고 다음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회사에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고객과 관계를 이어가는 회사로 사업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었다.
전환의 대가는 혹독했다. 2012년8억3000만 달러였던 순이익은2014년2억7000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어도비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구독 모델이 자리를 잡은 뒤 실적은 다시 성장했고, 2025년에는 매출238억 달러, 순이익71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매출의96%가 구독에서 나왔다.
이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는 몇 년에 한 번 새 버전을 구매하는 패키지 상품에서 지속적으로 기능이 개선되는 서비스로 바뀌었다. 저장과 동기화, 글꼴과 콘텐츠, 협업 기능까지 연결되면서 어도비는 개별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창작과 문서, 디지털 경험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다.
도미노피자는 고객의 혹평 앞에서 반세기 가까이 지켜온 레시피를 다시 만들었다. 어도비는 잘나가고 있을 때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스스로 흔들었다. 두 기업을 움직인 것은 자신들의 방식이 완성형이 아니라는 자각이었다.
안도 다다오가 푸른 사과에 담은 청춘은 결국 나이보다 태도에 가깝다. 지금의 답에 안주하지 않고, 익숙한 방식이라도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들여다보는 태도다. 사람도 기업도 그런 태도를 지닐 때 젊음을 유지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경주의 '세상의 모든 사과'] (7) 안도 다다오의 푸른 사과](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29/p1065592337820430_740_h.jpg)

![[류효일의 밥상뒤집기] (13) 식당 음악](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29/p1065579587238595_112_h.jpg)
![[한식탐구] 약과 다음은 무엇일까, K-디저트를 만드는 사람들](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29/p1065567769856423_614_h.png)
![[신상열의 '음식잡설(雜說)'] (13) 밥장사 안 망하는 법](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28/p1065586956714581_302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