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시키는 만큼 준비...조금은 힘들게
[Cook&Chef = 채수완 칼럼니스트] 매일 한 시간씩 걷는 사람과 가끔 짧게 달리는 사람. 누구의‘배기량’이 더 커질까요?
지난 식탁에서 사람의 배기량은 자동차와 달리 나이가 들어서도 운동으로 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얼마나 오래 운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동하느냐입니다.
1950년대 영국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의대생이 있었습니다.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
그에게는 당시 인간에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1마일 4분의 벽’을 깨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학 공부로 훈련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짧게 빠르게 달리고, 쉬고, 다시 달렸습니다.
1954년5월6일.
3분59.4초.
마침내 4분의 벽이 무너졌습니다.
배니스터가 오늘날의 고강도 인터벌이나 양극화 운동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운동은 오래 하는 것만이 답일까요?
몸은 시키는 만큼 준비합니다.
걷기는 훌륭한 운동입니다. 오래 걷고 자주 움직이는 습관은 건강의 바탕을 만듭니다. 하지만 늘 같은 속도로만 움직이면 몸도 그 속도에 익숙해집니다. 가끔 숨이 찰 만큼 속도를 올리면 몸은 평소보다 더 큰 능력을 요구받습니다.
편안한 운동은 오래 버티는 바탕을 만들고, 짧고 강한 운동은 몸에 “조금 더 큰 배기량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렇다고 매일 죽도록 운동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대부분은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 자전거처럼 편안하게 운동합니다. 그 사이에 짧게 숨이 차는 운동을 조금 섞습니다.
“많이는 편안하게, 조금은 힘들게.”
이런 강약의 배치를 양극화 훈련(Polarized Training)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Cook & Chef의 식탁으로 가져오면 쉽습니다.
매 끼니를 고추로만 채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운맛 한 점이 음식 전체를 깨울 때가 있습니다.
운동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배니스터는 젊었습니다.
배니스터는 젊은 엘리트 선수였습니다.
“나이 든 사람의 배기량도 다시 커질 수 있을까?”
저희는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21명, 9주.
55세 이상의 중·고령자들에게 편안한 운동을 충분히 하면서 일부 운동에는 짧게 숨이 차는 시간을 섞었습니다.
9주 뒤 다시 심폐체력을 측정했습니다.
배기량은 올라갔습니다.
그 증가폭을 나이가 들면서 평균적으로 감소하는 심폐체력의 크기와 비교하면 약4~6년의 감소분에 해당하는 변화였습니다.
저에게 더 흥미로운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몸은 운동의 신호를 알아듣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 걷기는 그만두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걷기는 계속하십시오.
편안한 운동이 몸의 바탕을 만들어줍니다. 다만 몸이 허락한다면 그 속에 가끔 숨이 차는 시간을 섞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편안하게.
가끔은 숨이 차게.
그리고 오래도록 꾸준하게.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숨이 차야 할까요?”
30초면 될까요? 1분일까요? 아니면 몇 분 동안 숨이 차야 몸의 배기량이 달라질까요? 그 답은 나이와 체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식탁에서 하겠습니다.
■ 채수완 박사의 한 줄 처방
많이는 편안하게, 조금은 힘들게.
나이가 들어도 몸은 운동의 신호를 알아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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