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정점인 8월 말과 태풍 여부가 최대 변수"
[Cook&Chef = 안정호 기자] 이번 여름 바다는 뜨겁다. 연이은 폭염에 연안 수온이 치솟으면서 양식장 곳곳에서 어류 폐사 소식이 잇따랐다. 자연히 관심은 밥상 물가로 쏠린다. 곧 맞이할 가을 제철 횟감 값은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값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산은 오르고, 양식은 눌렸다. 다만 진짜 지켜볼 시점은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한 달 뒤다.
엇갈린 가격
수협노량진수산시장의 8월 둘째 주(10~15일) 수산물 동향을 보면 같은 어종 안에서도 양식과 자연산의 값이 엇갈린다. 눌린 쪽은 양식이다.
대표 양식 횟감인 광어는 이번 주 1㎏ 경락가가 2만200원으로 지난해 8월 평균 경락가보다 6%가량 내렸지만 자연산 광어는 2만4400원으로 같은 기간 7%가량 올랐다. 참돔은 격차가 더 뚜렷하다. 양식산이 1㎏ 9300원으로 지난해 8월 평균보다 27%가량 떨어졌지만 자연산은 18%가량 올랐다. 고수온에 취약한 전복도 1㎏ 1만4600원으로 8%가량 낮다.
원인은 두 갈래다. 양식어류는 고수온에 폐사하고 자연산은 어획량이 줄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연안 수온이 28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 고수온 특보를 발령해 양식어류 관리를 당부하는데 올여름은 그 수온을 웃도는 날이 이어졌다. 7월 말 제주에서 광어가 폐사하며 올해 첫 고수온 피해로 신고된 것을 시작으로 폐사는 빠르게 번져 해양수산부 집계 기준 이달 10일까지 전국 양식어류 183만 마리가 폐사했다.
차분히 대응하는 정부
값은 오르는데, 정부의 진단은 사뭇 차분하다. 지난 1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개한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안정방안'을 보면 10일 기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183만 마리다. 적지 않아 보이지만 전체 사육 물량의 약 0.5% 수준이라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게다가 폐사한 물고기의 상당수가 아직 출하 크기에 못 미치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나올 물량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일부 품목은 값이 내렸다. 대표적인 양식 수산물인 전복은 5마리 소매가가 7월 초 1만1287원에서 8월 초 8701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여기에 정부의 선제 대응이 눈에 띈다. 정부는 올해 고수온 대응 장비 보급 예산을 94억 원으로 확대하고 양식어류 긴급 방류도 전년 대비 2배가량 늘린 2380만 마리를 목표로 추진한다. 아울러 고수온에 취약한 광어, 우럭, 전복을 겨냥해 최대 50% 할인하는 '고수온 특별전'을 열고 할인 지원 예산을 300억 원 더 투입하며 기간도 늘렸다.
열쇠는 '조기출하'
정부의 차분한 대응과 시장의 들썩임 사이, 간극을 메우는 열쇠는 '조기출하'다.
조기출하란 다 자란 물고기가 고수온으로 폐사하기 전에 출하 시기를 앞당겨 시장에 내놓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헐값에 넘기는 게 아니다. 원래 가을, 겨울에 팔았을 물량을 앞당겨 지금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정부도 피해가 커지기 전에 상품 크기를 선별해 이른 어류를 먼저 내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어민으로선 폐사에 의한 피해를 줄여 판매하는 편이 낫고, 시장은 당장의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흔적은 시장 물량에서도 읽힌다. 수협노량진수산시장의 8월 둘째 주(10~15일) 활어 입하량은 17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었다. 광어·우럭처럼 수조에 살려 파는 양식 횟감이 여기 속하는데 조기출하가 몰리며 물량이 불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조기출하로 광어, 참돔, 전복값이 나란히 안정세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기출하가 당장의 공급을 늘려 가격 급등을 막아줄 수는 있어도 뒤집어 보면 미래에 팔 물량을 미리 당겨쓰는 일이다. 지금의 상대적 안정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지켜볼 시점은 9월
진짜 변수는 초가을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더디게 데워지고 더디게 식는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통화에서 "물은 비열이 공기의 4배가량 높아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다"며 "육상 기온은 8월 초중순이 절정이지만, 연안 수온의 정점은 그보다 열흘쯤 늦은 8월 하순께 온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물러가도 바다의 열기는 한동안 더 이어진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정점의 열기가 언제까지 가느냐다. 한 과장은 열쇠로 '태풍'을 꼽았다. "큰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 고수온은 상당 부분 소강상태가 되지만 그런 외력 없이 지금 같은 폭염이 이어지면 9월 초중순까지도 고수온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3년은 9월 중순 이후까지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고 지난해는 특보 기간이 85일에 달했다.
이 시기에 고수온 피해가 더 커지고 앞서 당겨쓴 물량의 빈자리까지 겹치면 가을 횟감 수급은 빠듯해질 수 있다. 여기에 추석 성수기 수요가 더해지면 가격을 밀어 올리는 힘은 한층 커진다. 여름이 당겨쓴 바다의 청구서가 가을 밥상에 얼마로 돌아올지는 수온이 정점을 지나고 태풍이라는 변수의 향방이 드러나는 이달 후반에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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