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기자] 음력 7월 7일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설화로 잘 알려진 세시명절이다. 홀수인 7이 겹치는 날을 길하게 여겼으며, 고려시대에는 공민왕이 왕후와 함께 견우성과 직녀성에 제사를 지냈다. 민가에서는 북두칠성에 장수를 기원하고 가족의 평안과 무병장수를 빌었다. 여성들은 직녀성을 보며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걸교(乞巧)를 행했다. 칠석의 풍속에는 별에 대한 신앙과 농사와 계절에 따른 식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칠석 음식으로는 밀전병과 햇과일이 대표적인데, 초여름에 수확한 밀을 말리고 빻아 햇밀가루를 만들어 이를 물에 묽게 풀어 번철에 지지거나 호박 같은 여름 채소를 섞어 부쳤다. 얇게 익힌 밀전병은 담백한 밀의 맛에 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지고, 호박을 넣으면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난다. 칠석고사는 음력 7월 7일 가정의 평안과 자손의 무병장수를 빌던 민속 의례로, 주로 부인들이 장독대나 장광에 정화수와 음식을 마련해 비손하거나 절을 올렸다. 메와 백설기, 햇밀로 만든 밀떡, 호박 밀부침개, 참외 같은 햇과일을 사용했으며, 조선시대 음력 7월 절식으로 밀전병과 강냉이떡, 밀개떡도 전한다. 음력 6월 유두에서 7월 칠석까지 밀을 사용했다.
조선 후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6월 월내(月內)에는 밀국수와 오이·닭고기에 흰깨로 만든 백마자탕(白麻子湯)을 더한 음식, 미역국에 닭고기와 밀가루 반죽을 넣은 음식, 호박과 돼지고기·흰떡을 끓인 음식, 호박과 밀가루를 기름에 지진 음식이 기록돼 있다. 후대에는 이를 백마자탕·미역닭국수·호박떡볶이·호박밀전병 등으로 재현했다. 깨 국물은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오이의 산뜻함과 닭고기의 감칠맛이 더해진다. 호박과 밀가루를 기름에 지진 음식은 호박의 단맛과 부드러운 속, 기름에 익은 가장자리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밀과 오이, 호박, 닭, 깨를 삶고 끓이고 지지는 방식으로 조리한 ‘하월시식(夏月時食)’이다.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 1921년판에는 밀쌈이 기록돼 있다. 지금 익숙한 밀쌈과 달리 묽은 밀가루 반죽으로 전병을 부치면서 감국 잎과 봉선화꽃을 박고, 깨와 계핏가루를 꿀로 반죽한 소를 넣어 둘로 접어 만들어 담백하면서 꿀의 단맛과 깨의 고소함, 계피의 향이 더해지는 음식이다.
칠석에 참외를 비롯한 햇과일은 먹거리인 동시에 칠석고사의 제물로 사용됐다. 걸교에서도 여성들은 바느질감과 과일을 준비해 직녀성을 향해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기를 빌었다. 밀전병과 밀떡, 호박 밀부침개, 햇과일은 한여름에 구할 수 있었던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된 칠석 음식을 볼 수 있다.
음력 7월은 농사에서도 여름의 큰 고비를 지낸 시기다. 지역에서는 김매기를 함께한 두레가 일을 마친 뒤 음식과 술을 나누며 쉬기도 했다. 칠석고사와 두레 음식은 서로 다른 풍속이지만 농사와 수확 시기에 따라 마련한 음식에는 계절의 식재료가 반영됐다. 세시음식 역시 이러한 농사 주기와 함께 형성됐다.
애호박 밀전병 (2~3인분)
재료
밀가루 150g, 애호박 1개(약 250g), 물 180~200mL, 소금 2g, 식용유 적당량
초간장
진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물 1큰술
- 만드는 법
1. 애호박은 4~5cm 길이로 가늘게 채 썰어 소금을 약간 뿌린 뒤 5~10분 정도 둔다.
2. 밀가루에 물과 남은 소금을 넣어 묽게 푼다.
3. 애호박의 물기를 가볍게 제거한 뒤 반죽에 섞는다.
4. 팬에 기름을 얇게 두르고 중불로 달군다.
5. 반죽을 한 국자씩 떠 얇게 펴고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6. 진간장·식초·물을 섞은 초간장을 곁들인다.
조리 포인트
반죽을 두껍게 부치기보다 애호박이 충분히 보일 정도로 얇게 부친다.
초간장의 산미가 더해지면 밀과 호박의 담백한 맛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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