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초콜릿과 멜린드로스, 카탈루냐 전통 디저트 크레마 카탈라나
[Cook&Chef = 조소현 기자]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니 오래된 카페와 초콜릿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고딕 지구의 페트리촐 거리(Carrer de Petritxol)에 다다랐다.
길을 따라 늘어선 작은 상점들 사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1941년 문을 연 초콜릿 카페 ‘그란하 둘시네아(Granja Dulcinea)’다.
둘시네아가 자리한 공간은 처음부터 디저트 카페였던 것은 아니다. 이곳은 과거 선술집으로 운영되다가 1941년 초콜릿 전문점으로 전환했다. 이후 1951년 공간을 개편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카페의 모습을 갖췄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목재 장식과 전통적인 실내 공간에서는 시대의 유산이 느껴진다. 현대적인 디저트 카페가 새로운 메뉴와 화려한 장식으로 개성을 드러낸다면, 이곳은 오랜 시간 축적된 공간의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간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둘시네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는 진한 핫초콜릿이다. 카탈루냐에서는 초콜릿을 ‘초콜라타(xocolata)’라고 부르며, 초콜릿에 추로스 같은 페이스트리를 곁들여 먹는 문화가 이어져 왔다. 이곳에서는 진한 초콜릿 음료에 레이디핑거를 곁들이는 조합을 즐길 수 있다.
레이디핑거는 티라미수에도 쓰이는 가볍고 부드러운 스펀지형 비스킷으로, 카탈루냐에서는 '멜린드로스(melindros)'라고도 부른다.
초콜릿에 풍성하게 올려진 휘핑크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유지방이 꽉 찬 듯 묵직한 풍미가 느껴지면서도, 공기를 머금고 섬세하게 휘핑된 질감은 가벼웠다. 은은한 쌉싸름함이 감도는 초콜릿에 휘핑크림을 섞자 두 재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목 넘김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폭신한 레이디핑거를 초콜릿에 깊숙이 담그자 공기감이 살아 있는 비스킷의 틈새마다 초콜릿과 크림이 스며들었다. 진한 갈색 초콜릿과 부드러운 크림이 비스킷을 감싼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사치스러울 만큼 풍성한 맛이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부드러움과 가벼움, 진한 풍미가 균형을 이루는 조합이었다.
초콜릿 외에 맛볼 수 있는 디저트로는 카탈루냐의 전통 디저트인 '크레마 카탈라나(Crema catalana)'가 있다. 스페인 특유의 얕은 갈색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온 디저트는 표면의 설탕을 캐러멜화해 완성한다.
얇게 굳은 설탕층을 숟가락으로 깨뜨리면 그 아래로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드러난다. 바삭하게 굳은 설탕층과 매끄러운 크림의 대비가 특징이다.
생각보다 단맛은 강하지 않았다. 계피 향과 몽글몽글한 크림의 질감이 바삭하게 굳은 설탕층과 어우러지며 입안에 퍼졌다. 유지방의 부드러운 풍미와 달걀의 고소한 향이 혀 위에서 기품 있게 녹아내린다. 설탕의 바삭함 뒤로 크림의 섬세한 질감이 이어지면서, 단순한 단맛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깊이가 느껴졌다.
크레마 카탈라나는 달걀노른자와 우유를 바탕으로 만들며, 전통적으로 레몬 껍질과 계피를 넣어 향을 더한다. 프랑스의 크렘브륄레와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카탈루냐의 식문화에 뿌리를 둔 별개의 디저트다.
진한 초콜릿과 담백한 비스킷, 바삭한 설탕층과 부드러운 커스터드까지 서로 다른 질감과 풍미를 지닌 디저트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둘시네아의 매력이다.
둘시네아는 페트리촐 거리를 대표하는 전통 초콜릿 카페로 꼽힌다. 새로운 디저트 유행을 좇기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공간에서 초콜릿과 페이스트리를 즐기는 시간. 그란하 둘시네아에서는 바르셀로나의 달콤한 식문화와 함께 오래된 카페가 간직한 시간까지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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