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행복 줄 체력 비축
[Cook&Chef = 채수완 칼럼니스트] 미쉐린 3스타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단순히 아주 맛있는 식당이라는 뜻만은 아닙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3스타를 ‘그곳을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음식 한 끼를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다니, 참 멋진 표현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든 살이 되었을 때도 나는 그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여든 살 어느 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이 사람과 이 음식을 함께 먹으면 참 좋겠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일 수도 있고, 오래된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둘이 비행기 표를 끊습니다.
여행 가방을 끌고 공항으로 갑니다. 계단을 오르고, 비행기에 타서는 10kg쯤 되는 가방을 들어 머리 위 선반에 올립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골목길을 걷습니다. 길을 한번 잘못 들어 둘이 웃으며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습니다.
기다리던 음식이 나오고, 잔을 들어 서로를 바라봅니다.
여든 살에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여행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꽤 근사한 장수 아닐까요?
시간이 생겼을 때
젊을 때는 돈이 없어서 못 갑니다.
조금 지나면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돈도 있고 시간도 생겼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내 몸이 그곳까지 나를 데려다주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을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건강은 검사표의 숫자가 정상이라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한 끼를 나눌 수 있는 힘.
그것도 건강입니다.
여행가방은 전날 싸도 됩니다
하지만 그 가방을 들어 올릴 몸은 전날 만들 수 없습니다.
걷고, 계단을 오르고, 근육을 쓰며 오랜 시간 조금씩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건강연금’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돈과 조금 다릅니다.
통장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남겨두는 것입니다.
오늘 오른 계단 한 층이 여든 살의 내가 오를 계단을 준비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들어 올린 아령 하나가 언젠가 비행기 선반에 올릴 여행 가방일지도 모릅니다.
운동은 오늘의 몸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나를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여든 살 어느 날,
좋아하는 사람이 묻습니다.
“우리, 한번 가볼까?”
그때 여행 가방을 꺼내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집니다.
그날의 여행을 가능하게 할 내 체력은 지금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것을 가늠하는 중요한 숫자가 있습니다.
다음 식탁에서는 우리 몸에 남아 있는 ‘체력의 여유’를 보여주는 숫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채수완 박사의 한 줄 처방
여행 가방은 전날 싸도 됩니다.
그 가방을 들 몸은 오늘부터 준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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