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개인 메뉴를 한국식으로 바꾼 세트 메뉴도
2026년 초 호주 여행시에 찍은 메뉴판 사진 = 윤신혜 칼럼니스트]
[Cook&Chef = 윤신혜 칼럼니스트] 오늘은 좀 가벼운 얘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현재 저로서는 호주식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를 운영하다 보니 확연히 한국만의 외식문화가 두드러지는 경우를 종종 마주합니다.
그 중 하나는 단연 ‘나눠먹는(쉐어하는)’ 문화입니다. 특히나 브런치나 양식류처럼 매일 데일리하게 먹는 음식이 아닌 가끔 찾아먹는 특별한 메뉴일수록 대부분 나눠먹는 것을 택합니다. 4(N)명의 손님이 오면 4(N)가지 메뉴를 각각 시켜서 서로 음식의 맛을 나누는 겁니다. 사실 양식은 개인화된 메뉴를 선택해서 먹는 것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발달해 온 음식인데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양식 매장을 가면 더욱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트메뉴’입니다. 정말 한국인스러운,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샐러드 하나, 피자 하나, 파스타 하나를 묶어서 2인세트, 4인세트로 만든 것. 이런 구성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또 다른 재미있는 예시로는 메뉴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어느 지역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김치찌개, 갈비찜, 해물파전 등 이름만 보면 어떤 음식인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김치찌개’라는 네 글자만 봐도 따뜻한 국물 요리이고, 김치가 들어가고, 약간은 맵고, 무슨 맛일지까지 예상됩니다. 여기에 음식 사진까지 들어간다면 고민은 더 빨리 끝납니다. 그러나 서양 문화권으로 여행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꽤나 당혹스러운 순간이 많았을 겁니다.
일단 메뉴판에서 음식 사진은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고, 마치 레시피의 축약본인 듯 재료들이 잔뜩 나열된 활자만이 가득합니다. 이는 고급 다이닝이 아닌 캐주얼한 카페테리아에만 가더라도 똑같은 상황을 마주합니다. 이런 경우가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보니 여행지에서 메뉴 한번 고를 때면 어려운 책을 읽는 듯 진땀을 빼곤 합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현상은 제가 운영하는 매장 ‘쿳사 연희’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근간은 양식 베이스인 브런치이기에 전반적으로 메뉴 구성과 개발이 양식으로 맞춰 있습니다. 심지어는 새로 개발한 메뉴도 많기 때문에 ‘된장찌개’, ‘김밥’ 같이 정형화된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워 초반에는 ‘이 음식이 뭐에요?’라고 묻는 질문에 어떻게 설명을 하면 가장 좋을까를 꽤 오래 고민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애초에 양식이라는 특성상 재료선정부터 제조방식까지 모두 단 하나의 디쉬의 완성도를 고려해서 개발하게 되기 때문에 ‘나눠 먹는다’의 개념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개인 구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매장 내에서도 주문 시에 어떤 메뉴랑 먹을 때 더 어울리는지를 추천 요청을 받기도 하는데 이제는 저 또한 당황하지 않고 손님의 요구에 맞춰 즐겁게 추천해 드리곤 합니다. (물론 두 메뉴가 미식적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꼭 잘 어울린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의 식문화는 참 다양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 한국 내에서도 경상도, 전라도에 따라 식문화가 나눠지니 전 세계를 대입해보자면 무궁무진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샐러드, 피자, 파스타’가 고루 다양한 세트 메뉴를 골라 함께 나누는 것을 즐거움으로 느끼는 한국인과, 같은 양식집을 가더라도 각자 먹고 싶은 피자를 각각 2개 고르는 서양인. 이제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에 다양한 종류의 식문화가 많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간혹 이러한 문화차이에서 오는 작은 차이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우리의 식사 테이블에도 평소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빠른 시일 안에 양식을 즐기러 외식할 일이 있다면 메뉴판을 한번 눈여겨보시고 순간의 가벼운 즐거움도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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