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 후 마시는 음료수 한 잔이 자신의 콘텐츠
[Cook&Chef = 류효일 칼럼니스트] 누군가의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샐러드와 단백질 음료가 가득하다면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많을 가능성이 크고, 원두와 드리퍼가 주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면 커피 한 잔의 과정과 여유를 즐기는 사람일 수 있다. 냉동식품과 간편식이 많다면 무엇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음식은 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나는 어떻게 사는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일상적인 언어가 되고 있다.
최근 식품 트렌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저속노화 식단, 고단백과 저당, 제로 음료, 식물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다. 한편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와 말차를 즐기고, 러닝이나 운동을 마친 뒤 단백질 음료와 건강식을 찾는다. 반대편에서는 시간을 아껴주는 간편식과 배달 서비스가 끊임없이 진화한다.
이런 소비행위는 상반된 것으로 보이지만 공통점이 숨어있다. 음식의 선택 기준이‘무엇이 맛있는가’를 넘어‘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선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은 건강 그 자체뿐 아니라 자신을 관리하는 생활을 원한다.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사람은 커피 한 잔과 함께 느린 아침을 소비한다. 편의점 간편식을 선택하는 직장인은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시간을 산다. 누군가는 채식으로 환경이나 동물에 대한 가치관을 표현한다. 같은 한 끼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의미는 모두 다르다.
SNS는 이런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과거의 식사는 먹고 나면 사라지는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지금은 한 끼가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 다른 사람의 화면으로 이동한다. 샐러드 한 그릇, 유명한 베이커리의 빵, 러닝 후 마시는 음료 한 병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그 순간 음식은 자기소개가 된다. 옷이나 자동차가 오랫동안 사회적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했다면 음식은 훨씬 자주, 훨씬 가볍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하고 먹는다. 그래서 ’식탁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미디어’가 됐다.
이제 브랜드도 변화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소비자에게 “맛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음식을 선택하면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되는지, 어떤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지까지 보여줘야 한다.
요즈음 식품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 음식만 등장하지 않는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공간, 운동하는 사람, 여행과 자연, 음악과 패션이 함께 등장한다. 브랜드는 하나의 음료나 빵을 보여주면서 사실은 ‘이렇게 살아보는 것은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한다.
맛과 가격, 편리함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품의 기본적인 품질에 개인의 향과 가치관, 경험이 더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브랜드의 경쟁 상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커피 브랜드의 경쟁자가 반드시 다른 커피 브랜드일까?.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아침’을 차지하려 한다면 차와 주스, 러닝, 음악, 호텔의 아침 경험까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음식은 그 이미지를 일상의 삶 속에서 가장 쉽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우리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만, 어쩌면 그 선택을 통해 어떤 하루를 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고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경주의 '세상의 모든 사과'] (5) 비틀즈의 사과](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1/p1065588060935174_588_h.jpg)

![[류효일의 밥상뒤집기] (9) 식탁은 라이프스타일 미디어](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1/p1065586427499908_865_h.jpg)
![[한식탐구] 여름이 익고, 가을이 시작되는 백로](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1/p1065578131765680_576_h.png)
![[채수완의 100세 건강식탁] (5) 여든살 '꽃보다 할배'](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8/31/p1065590987209819_442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