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비어야 미뤄 두었던 몸 점검과 회복력 작동
[Cook&Chef = 채수완 칼럼니스트] 평생 가장 맛있었던 식사는 무엇이었습니까?
비싼 호텔에서 먹은 코스요리였습니까?
아니면 유명 맛집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먹은 음식이었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하는 한 끼가 있습니다.
제게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새해 첫날 어머니와 함께 먹었던 점심입니다.
그날 우리는 기차를 타고 자취방에 도착했습니다. 역에서부터 쌀 한 포대와 김치를 양손에 들고 자취방까지 걸어갔습니다. 한겨울이었습니다. 방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아궁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불을 지피려면 먼저 젖은 아궁이를 말려야 했습니다. 아궁이가 마르고, 불이 살아나고, 밥이 익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3시가 넘었습니다.
드디어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따뜻한 콩나물국. 잘 익은 김치.
그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세상에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보다 더 맛있는 식사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였을까요?
비싼 음식이어서가 아닙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함께였고, 춥고, 정말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날의 배고픔이 훗날 의사가 된 제게
'몸도 배고플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첫 번째 수업이 될 줄은.
배고픈 원숭이가 남긴 질문
의사가 된 뒤 저는 장수 연구를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학자들은 먼저 쥐를 연구했습니다.
칼로리를 줄인 쥐는 더 오래 살았고, 노화도 늦어졌습니다.
그다음에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를 연구했습니다.
200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진은 칼로리를 제한한 원숭이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원숭이들은 하루에 한 번 먹이를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먹고, 오랫동안 배고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 년 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또 다른 원숭이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만큼의 수명 연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무엇이 달랐을까? 먹이였을까? 품종이었을까? 연령이었을까?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공복시간이었습니다.
후속 동물연구에서는 칼로리 제한과 공복시간이 각각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즉, 무엇을 먹느냐뿐 아니라 언제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난 것입니다.
이 연구들은 훗날 간헐적 단식 연구가 발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몸도 배고플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동차가 고장 났다고 달리면서 수리하는 정비사는 없습니다.
먼저 차를 세우고 엔진을 꺼야 고장 난 곳을 찾고, 망가진 부품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도 다르지 않습니다.
계속 먹는 동안에는 소화하고 흡수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생기면 몸은 그동안 미뤄 두었던 점검과 회복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늘 무엇을 먹을지만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몸은 또 하나를 원합니다.
배고플 시간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배고픔을 너무 두려워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요?
몸도 배고플 시간이 있어야 쉬고, 회복하고, 다시 건강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고플 때 먹는 밥이 가장 맛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채수완 박사의 한 줄 처방
배고플 때 먹는 밥이 가장 맛있습니다. 오늘은 몸에게도 배고플 시간을 선물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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