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절차 넘어간 아파트는 경매로 되찾아
[Cook&Chef = 정용선 칼럼니스트] 치과 주치의 원장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절친 동료 원장이 폐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는데, 병원 건물과 아파트에 은행 대출이 많으니 남은 가족을 위해 정리를 잘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싶어 바로 유가족인 배우자를 만났다.
슬픔보다 무거웠던 빚에 대한 공포
배우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상황이 심각했다. 아들딸 두 자녀를 어려서부터 해외로 유학 보내 교육비 지출이 상당했고, 정작 병원 경영은 순탄치 않아 몇 차례 이전을 거치는 동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거주하는 아파트는 싯가를 웃도는 은행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별도의 신용대출도 수억 원에 달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함께, 앞으로 이 빚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배우자를 짓누르고 있었다.
‘상속재산 원스톱 서비스’로 파악한 재무 현황
가장 먼저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고인의 금융거래와 부채, 보험 가입 현황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배우자를 보험 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 계약이 확인됐고, 보험금 지급을 신청한 지 수일 만에 약 5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았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병원과 아파트 등 재산을 모두 처분해도 은행 빚이 훨씬 넘어가는 '채무초과' 상태인 것. 상속 단순승인은 곧 남편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는 결과가 될 상황이었으므로 법원에 한정승인(민법 제1028조)을 신청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으로 얻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다. 상속인은 빚 상속으로 인해 자신의 재산까지 동원해 피상속인(남편)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채무초과 상속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 수단이 된다.
사망보험금은 왜 한정승인과 무관한가
여기서 유가족이 가장 궁금해했던 질문이다. "한정승인을 받아도 상속재산이 채권자에게 넘어가는 것 아닌가요? 그럼 남편이 남겨준 보험금도 은행에 뺏기는 건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사망보험금은 민법상 상속재산이 아니라 보험수익자의 고유재산’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미 확립된 판례를 통해 이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여 맺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상속인은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에 의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다’."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쉽게 설명하면, 사망보험금은 피상속인(남편)의 재산이 상속인(배우자)에게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보험계약의 효력에 의해 수익자에게 ‘원시적으로 새로 발생하는 권리’란 것. 상속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상속을 포기했든 한정승인을 받았든 그와 무관하게 보험수익자는 보험금 전액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예기다. 실제로 이 사례에서도 배우자는 한정승인을 통해 남편의 채무 변제 책임에서 벗어나면서도, 5억 원의 사망보험금은 고유재산으로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경매 낙찰로 되찾은 보금자리
한정승인 이후,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던 아파트는 예상대로 법원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은행 근무와 대학원 부동산경매 컨설팅 과정 등을 통해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2차 매각기일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배우자 명의로 직접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결과적으로 배우자는 오랫동안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그 아파트를 은행에 완전히 넘기지 않고, 다시 자신의 명의로 되찾아 자녀들과 함께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우마이 일본] 송편 대신 당고를 쌓는 밤](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3/p1065597040451733_511_h.jpg)

![[노장금의 자투리 집밥] (5) 조랭이떡 김치그라탱](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4/p1065573764365543_143_h.jpg)
![[마실 인문학] 차례상을 지켜온 우리술](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2/p1065611059195371_871_h.jpg)
![[생명의 초대] (8) 비움과 순환이 생명의 해답](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04/p1065587394412458_616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