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신현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법정 심의기한을 넘겼지만 노사는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막바지 심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수준만큼이나 관심을 모은 것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였다.
지난 1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 것인지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사용자위원들은 인건비 부담이 큰 일부 외식업종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상은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업 등 3개 업종으로, 일반 업종보다 낮은 인상률을 적용하되 업종 간 격차는 일정 범위 안에서 제한하는 절충안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특정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한 보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4표, 무효 1표로 업종별 차등 적용안은 부결됐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단일 체계를 전제로 심의가 이어지고 있다.
법적 근거는 있지만 시행되지 않는 제도
업종별 최저임금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는 사업의 종류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실시했지만, 1989년부터는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후 업종별 차등 적용은 시행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대표적인 쟁점으로 남아 있다.
왜 외식업인가
외식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다. 음식의 조리와 서비스 대부분이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조업처럼 생산성을 단기간에 높이거나 인건비 상승분을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하기 어렵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식재료 가격과 공공요금, 임대료, 배달플랫폼 수수료 등이 잇달아 오르면서 원가 부담은 커진 반면 소비는 위축되며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구인난까지 이어지면서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외식업 경영자가 체감하는 어려움도 이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외식업 실태조사에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25.7%)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어 인건비 상승(18.0%), 물가 상승(14.7%), 매출 감소(11.3%), 구인난(10.8%) 순으로 나타났다.
즉 외식업계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 인력난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경영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경영계 “생산성과 지불여력을 고려해야”
이 같은 현실을 근거로 경영계는 업종 간 생산성과 지불여력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시사점」에서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2,845만 원으로 제조업의 17.1%, 금융·보험업의 16.2%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숙박·음식점업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87.1%로 제조업과 금융·보험업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최저임금 미만율 역시 숙박·음식점업은 31.6%로 제조업(3.7%), 금융·보험업(6.1%)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은 이를 근거로 숙박·음식점업과 같은 노동집약 업종은 현행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업계 역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현재 소상공인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겹친 ‘3고(高)’ 상황에서 소비 위축까지 이어지며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매출은 줄어드는 반면 임대료와 원자재 가격, 공공요금,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어 지불 능력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가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업종별 현실을 반영한 최저임금 제도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 “문제의 본질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저임금 노동을 제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여성과 청년, 고령층의 종사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일한 노동에 대해 업종을 이유로 다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최저임금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업종 간 과당 경쟁과 소비 위축, 상권 변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영난의 원인을 임금 수준으로만 돌려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가 지속가능해야 한다
노동자의 생계와 사업주의 경영 현실은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바라보기 어렵다.
물가 상승 속에서 노동자는 생계를 걱정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치솟는 원가와 인건비, 줄어드는 소비 속에서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외식업은 이러한 부담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드러나는 산업이다.
결국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란은 단순히 임금 수준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면서도 사업주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매년 반복되는 찬반 논쟁을 넘어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사업주의 경영 현실을 함께 반영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Cook&Chef / 신현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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