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송미연 기자] 입술 끝에 스치는 소금, 목을 타고 번지는 열기, 혀끝을 깨우는 라임의 산미. 우리가 떠올리는 멕시코의 술은 대개 샷 잔을 단숨에 털어 넣는 테킬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모금의 강렬함 뒤에는 멕시코의 오랜 시간이 숨어 있다. 뜨거운 태양과 바람을 견딘 용설란, 수백 년을 이어온 장인의 손길이 더해져 오늘의 술을 빚어낸다. 멕시코의 풍토와 역사를 오롯이 담아낸 대표 주류 네 가지를 소개한다.
병에 담긴 우윳빛의 전통 풀케. 현지 주점인 '풀케리아'에서 가장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사진=Wikimedia Commons)
신들이 내린 고대의 우유, 풀케
풀케는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발효주다. 아스테카 이전 시대의 벽화에도 기록이 남아 있으며, 당시에는 '신들의 음료'로 여겨져 종교 의식이나 산모의 기력 회복을 위해 귀하게 마셨다.
용설란 수액을 발효해 만든 풀케는 걸쭉한 흰빛과 새콤한 요구르트 풍미, 은은한 효모 향이 특징이다. 살아 있는 효모를 그대로 담은 생발효주라 유통기한이 짧아, 현지 '풀케리아(Pulquería)'에서 가장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훈연의 깊이를 품은 장인의 술, 메스칼
메스칼의 매력은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에 있다. 용설란의 심장인 '피냐(Piña)'를 흙구덩이에서 나무와 숯으로 며칠간 훈연해, 은은한 장작 향과 달콤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발효 과정에서는 나무통이나 점토 항아리 등 자연 소재 용기를 사용해 장인마다 고유의 풍미를 완성한다. 용설란 품종과 증류 방식에 따라 청량한 과실 향부터 묵직한 흙내음까지 다채로운 아로마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메스칼의 매력이다.
블루 아가베가 빚어낸 명주, 테킬라
메스칼에서 파생되어 오늘날 독립된 명주로 자리 잡은 테킬라는, 멕시코 정부가 지정한 5개 주의 제한된 구역에서 '블루 아가베'만을 사용해 엄격한 법적 기준 아래 생산된다. 숙성 기간에 따라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녜호(Añejo) 등으로 나뉘며, 식물성 아로마와 오크 향이 조화를 이룬다.
현지에서는 오렌지즙과 석류 시럽을 섞은 전통 방식, 혹은 현대적으로 자리 잡은 토마토주스 베이스의 '상그리타(Sangrita)'를 곁들여 마신다. 테킬라와 상그리타를 번갈아 마시며 강렬한 풍미와 상큼한 맛의 균형을 즐기는 것이 멕시코의 대표적인 음주 문화다.
일상의 열기를 식히는 해장 맥주, 미첼라다
멕시코의 미식은 잔의 테두리에서도 완성된다. 차가운 라거 맥주에 라임과 핫소스를 더하고, 잔 가장자리에 칠리·라임·소금을 섞은 시즈닝(타진 등)을 묻혀 마시는 미첼라다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해장 맥주다.
기본 레시피에 우스터소스나 토마토·조개즙 음료인 '클라마토(Clamato)'를 더해 즐기기도 한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나 주말 오후,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일상주다.
한 잔에 담긴 멕시코
멕시코에는 “Para todo mal, Mezcal. Para todo bien, también”(나쁜 일에는 메스칼을, 좋은 일에도 역시 메스칼을)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들에게 술은 단순한 유흥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서 오랜 시간 태양을 견딘 용설란의 생명력을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삶의 일부이다. '죽은 자들의 날'에는 고인이 생전에 즐기던 술을 제단에 올리며 그를 기린다. 멕시코에서 술은 삶을 기억하고 이어주는 문화다. 그 한 잔에는 멕시코의 풍토와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자료 참고 : Consejo Regulador del Tequila (CRT), Smithsonian Magazine, UNAM Cultural Heritage Research
Cook&Chef /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