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농민은 있어도 식탁은 없다’는 우려가 무색해졌다. 1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1차 질의에서는 시작 전 제기됐던 비판과 달리 ‘국민의 식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원들은 장바구니 물가부터 독과점 유통 구조까지, 생산 현장을 넘어 소비자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정부의 농정 실패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정감사 시작 전, <쿡앤셰프>는 농해수위 소속 의원실이 배포한 보도자료 6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식품 관련 의제는 단 2건에 불과하다며 생산자 중심의 편향된 시각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국감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러 의원들이 작심한 듯 소비자 물가와 구조적 문제를 꺼내 들며 ‘식탁 민심’을 대변했다.
포문은 조경태 의원이 열었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 수준이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세계 2위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기후 변화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정부 정책의 실패 그리고 방임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라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지난 40년간 독과점을 누려온 가락동 도매법인들이 대기업 유통사(평균 4%)보다 월등히 높은 22%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현실을 폭로하며 유통 구조 개혁을 강력히 촉구했다.
문금주 의원은 쿠팡에서 7,980원에 구매한 배추를 직접 들어 보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문 의원은 “소비자들은 김장 김치 담그는 것을 포기하고 요즘 식당에 가면 김치 내놓기 보기가 힘들다”고 지적하며, 이는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이 물가 안정보다는 수입 유통업자의 이익으로 집중된다는 국회 예산처의 분석을 인용해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했다.
쌀값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선교 의원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오른 쌀값을 언급하며, 정부가 지난해 26만 톤의 쌀을 섣불리 시장 격리한 것이 가격 폭등의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이는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는 비판이다.
이날 의원들의 질의는 생산자의 어려움에서 출발해 소비자의 고통으로 귀결되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병진 의원은 버섯 재배에 필수적인 ‘배지’가 폐기물로 분류되는 문제를 제기하며 농가의 고충을 대변했지만, 동시에 버섯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중요한 식품임을 강조하며 ‘버섯산업육성법’ 제정을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국감은 ‘생산’에만 갇힐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농산물이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피는 장이 되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식품’과 ‘식탁’의 논의가 현장에서 되살아난 만큼, 정부가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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