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정서윤 기자] 설빙의 빙수는 흔한 ‘얼음 위 토핑’이 아니다. 처음 인절미빙수가 나왔을 때만 해도 모양은 익숙한 팥빙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속을 열어보면 완전히 다른 발상에 가까웠다. 물 대신 우유를 얼려 눈처럼 곱게 갈아 내고, 그 위에 콩가루와 인절미를 듬뿍 올린 구성. 차갑지만 고소하고, 디저트이면서도 한 끼를 먹은 듯 든든한 설빙 특유의 느낌은, 여기서 출발했다.
정선희 대표가 보여준 건 ‘전통 재료 + 빙수’라는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이미 포화였던 빙수 시장 안에서 한국식 디저트의 가능성을 끄집어낸 기업가적 감각이었던 것이다.
팥이 당연하던 빙수에 인절미를 얹고, 떡 카페 ‘시루’에서 다듬어온 감각을 그대로 가져와 고구마, 떡, 단팥, 카스텔라 등을 더해 전통과 현대를 섞어낸 퓨전 디저트. 그 결과는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섞은 ‘퍼플오션’에 가까운, 설빙만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SNS에서 설빙이 유난히 강한 존재감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눈꽃 우유얼음 위에 아끼지 않고 올린 인절미, 과일, 고명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한 그릇 그대로가 사진이 되는 비주얼을 만들어냈고, 먹방·먹스타그램 문화와 정확히 맞물리며 설빙은 단순한 디저트 브랜드를 넘어 ‘한 번쯤 먹어봐야 하는 경험’으로 확장됐다.
그 가운데 겨울 생딸기 설빙은 설빙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즌 메뉴다.
‘빙수는 여름’이라는 상식을 비켜 가며, 제철 겨울 딸기를 듬뿍 올려 한겨울 매출을 책임지는 메뉴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 차가운 우유얼음 위에 한국식 떡, 달콤한 딸기, 때로는 치즈케이크나 요거트까지 함께 올려 ‘코리안 디저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트렌디한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겨울마다 “올해는 어떤 조합으로 나올까”를 기다리게 하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올해 설빙은 이 생딸기 시즌을 ‘베리 머치 설빙(Berry Much Sulbing)’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제철 생딸기를 넉넉하게 사용한 생딸기설빙 시리즈 5종과 사이드·음료 메뉴까지 더해, 겨울 디저트 라인업을 한층 풍성하게 꾸린 것이 특징이다.
우선 프리미엄 디저트 콘셉트의 신메뉴 2종이 눈길을 끈다.
‘생딸기초코케이크설빙’은 부드러운 우유 얼음 위에 달콤한 생딸기와 초코 케이크 시트를 올린 케이크 스타일 빙수다. 여기에 바삭한 초코쉘을 더해 여러 층의 식감을 살렸고, 최상단에는 하겐다즈 딸기 아이스크림을 얹어 딸기 풍미를 한층 진하게 끌어올렸다. 빙수와 케이크 사이 어디쯤에 놓인 이 메뉴는 평소 디저트로도, 연말 모임의 ‘케이크 역할’로도 손색이 없는 비주얼을 갖췄다.
‘생딸기찐한말차볼설빙’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말차 트렌드를 설빙식으로 풀어낸 겨울 한정 메뉴다. 상큼한 생딸기와 큐브 치즈케이크, 진한 말차볼을 토핑으로 올려 깊은 말차 풍미에 딸기의 산뜻함을 더했다. 달콤쌉싸름한 말차 젤라또 아이스크림, 그 위를 덮은 톡톡 깨먹는 말차쉘까지 더해져 입안에서 여러 겹으로 변주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초록과 빨강이 어우러지는 그린&레드 색감은 겨울 시즌 특유의 분위기와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기존 시그니처인 ‘생딸기설빙’, ‘순수요거생딸기설빙’, ‘생딸기요거초코볼설빙’도 다시 돌아왔다. 특히 생딸기설빙은 토핑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찹쌀떡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 누구나 취향에 맞게 ‘내 스타일’의 한 그릇을 구성할 수 있다.
빙수만으로 끝나지 않는 생딸기 시즌 구성도 설빙다운 지점이다.
생딸기허니브레드와 생딸기크로플에 더해, 국내산 통단팥을 사용한 단팥죽, 꿀떡과 함께 즐기는 단팥죽, 꿀떡꼬치까지 사이드 확실히 메뉴를 넓혔다. 생딸기주스와 말차라떼 등 겨울 음료 2종도 함께 선보여, 차가운 빙수와 따뜻한 한 그릇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조합을 제안한다. 여기에 인절미·팥·애플망고 등 기존 인기 메뉴와 생딸기를 반반으로 담은 반반설빙 3종까지 더해져, “어느 쪽을 고를지” 즐거운 고민을 유발한다.
정선희 대표가 일본에서 보고 배운 ‘전통 식재료를 끝까지 품어 안는 태도’와,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섞어내는 기업가 정신은 지금도 설빙의 시즌 메뉴마다 이어지고 있다.
올 겨울에도 설빙의 생딸기 설빙 한 그릇은 그저 달콤한 디저트를 넘어서, 한국식 디저트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무대로 다시 한 번 소비자들 앞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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