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조서율 기자] 식품업계를 뒤흔든 ‘우지파동’ 이후 국내 라면은 오랫동안 팜유만을 사용해 왔다. 90년대 이후 세대에게 ‘우지라면’은 “옛날 라면이 더 맛있었다”는 어르신들의 회상에만 존재하는 전설의 라면같은 존재였다.
삼양식품이 ‘우지파동’의 상처를 딛고 명예 회복의 의지를 담아 선보인 제품이 바로 ‘삼양라면 1963’이다. 출시일 또한 의미심장하다. 우지파동이 일어난 1989년 11월 3일에 맞춰 공개한 것. 원조 라면 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새기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설 속 그 라면 한번 먹어봤다.
‘삼양라면 1963’은 우지를 사용한 만큼이나 가격도 프리미엄이다. 4입 기준 6,150원으로 일반 라면보다 다소 비싸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현재 곳곳에서 출시 기념 할인 행사도 진행 중이다.
조리법은 ①끓는 물 500ml에 면과 액상스프를 함께 넣어 끓인 뒤, ②불을 끄고 후첨 분말 후레이크를 넣어 마무리하면 된다.
면, 액상 스프, 후첨분말과 플레이크가 들어있다. 우지를 사용한 면도 차별점이지만 분말스프로 맛을 내는 신라면·진라면·안성탕면 등 보통의 국물라면과 달리 액상스프를 사용해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국물은 걸쭉하고 진하다. 빨간 고추기름이 적당히 떠있고 그 아래 약간의 걸쭉함이 느껴지는 진홍빛 뽀얀 국물이다. 후첨분말은 치즈나 우유를 따로 넣어 먹는 사람들도 추가 토핑의 필요를 못 느낄만큼 고소함을 끌어올리는 치트키 역할을 한다. 단배추, 홍고추, 대파가 플레이크 되어 분말과 섞여있어 채소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으로 맛의 균형을 잡았다.
우지 플라시보(?)인지, 면발 자체에서 고소하고 깊은 감칠맛이 살아난다. 살짝 굵직한 면은 탱글한 식감이 뚜렷해 씹는 재미가 있다. 포장 속 조리예처럼 파를 올리면 풍미가 극대화된다.
이 라면의 진가는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았을 때 발휘된다. 액상스프 덕인가, 찬밥을 말아서 휘휘 저어 먹으면 사골로 끓인 얼큰한 소고기 국밥같은 진함이 느껴진다. 국물의 걸쭉함도 밥알에 착 감기는 정도로 적당해 입안에서 겉돌지 않는다.
세대를 거듭할 수록 식품 안전에 대한 예민도가 점점 올라가며 그 시절만 맛볼 수 있는 맛이 있다. 식품 제조 기술과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입맛도 변한다.
‘삼양라면 1963’은 그 시절의 풍미를 재현하며, 우지라면의 추억을 간직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에게는 라면의 맛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라면의 맛과 기술, 그리고 시대적 변화를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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