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517건 적발…CU·세븐일레븐·GS25 집중
국내 편의점은 더 이상 단순한 간식 구매처가 아니다. 도시락, 샐러드, 조리식품까지 하루 세 끼를 책임지는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편의점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가 꾸준히 증가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주요 5개 편의점 브랜드에서 적발된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총 2,517건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CU 745건 △세븐일레븐 740건 △GS25 630건 △이마트24 323건 △미니스톱 79건으로, 상위 3사에서만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사실상 대형 3사의 위생 관리가 편의점 전체의 안전 수준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연도별 추세, “위반 건수 2배 가까이 증가”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0년 393건에 불과했던 위반 건수는 2024년 687건으로 불과 4년 만에 74.8% 증가했다.
특히 CU는 92건에서 215건으로 134% 증가했고, GS25는 같은 기간 84건에서 186건으로 121% 급증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148건에서 183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편의점 업계 전반의 구조적 관리 부실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24시간 운영, 빠른 상품 회전율, 다수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의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생 관리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반 유형 1위는 ‘위생적 취급기준’…전체의 75%
위반 유형별 분석에서도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전체 2,517건 중 무려 1,903건(75%)이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이었다. 이는 식품 보관 온도 준수, 조리·판매 과정의 청결 유지, 유통기한 관리 등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어 △위생교육 미이수 484건(19.2%) △시설기준 위반 46건(1.8%) △건강진단 미실시 40건(1.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과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브랜드별로 보면, CU는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이 637건(85%), 세븐일레븐은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 489건(66.1%)과 위생교육 미이수 217건(29.3%), GS25은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이 515건(81.7%)이었다. 즉, 대형 브랜드일수록 기본적인 위생 관리 부실이 반복되고 있으며, 교육과 관리 체계가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편의점, 국민의 ‘생활 식탁’…위생 관리 사각지대
편의점은 학생, 직장인, 1인 가구, 노년층까지 가장 손쉽게 찾는 ‘생활 식탁’이다. 도시락·김밥·샌드위치 같은 즉석식품부터 튀김류, 커피, 디저트까지 상품이 다양해지며 사실상 소규모 식당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매장 규모가 작고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상, 위생 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르바이트 인력 중심 운영 구조에서 주기적인 위생교육과 건강진단이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 차원의 매뉴얼과 지원 부족을 지적한다. 반면 본사에서는 ‘가맹점 자율 책임’을 강조하며 관리·감독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본사와 점포 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증가하는 위반,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우려
식품위생법 위반은 단순한 행정처분 사안이 아니다. 잘못 관리된 도시락이나 조리식품은 식중독, 알레르기 유발 등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에서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에서 곰팡이가 발견되거나, 조리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편의점이 ‘안전한 식품 공급망’으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국민 건강에 미치는 파장은 대형 외식업체나 마트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장종태 의원 “정기점검·감독 강화해야”
장종태 의원은 “24시간 운영하며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비 공간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식품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기적인 위생 점검과 관계 부처의 철저한 지도·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의 발언은 단순히 가맹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본사, 현장 운영자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하는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편의점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제2의 부엌’으로 불릴 만큼 필수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안전과 위생이라는 기본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 편리함은 언제든 위험으로 변할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가 보여준 2,517건의 적발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생활 안전의 경고등이다.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를 원하고, 편의점 업계는 매출 확대만큼이나 위생과 안전 관리 강화라는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편의점이 ‘편리함의 상징’을 넘어 ‘안전의 상징’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