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영 교수 '궁중 음식이 한식의 구심점이 되어야'
[Cook&Chef = 조연정 기자] 조선시대 왕의 잔칫상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푸짐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온갖 산해진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음식 가짓수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고문헌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 궁중 음식은 화려한 겉치레보다는 검박한 상차림에 가까웠다. 잔칫상도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귀한 재료를 정교하게 조리해서 정성껏 차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런 조선시대 왕의 잔칫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식문화공간 이음 한식갤러리에서 열리는 ‘왕의 잔칫상, 오늘로 이어지다’는 한식진흥원과 궁중음식문화재단이 함께 협업해서 숙종 때 열린 잔치인 ‘기로연’의 잔칫상 일부를 재현했다.
화려한 잔칫상이 아닌 독상에 차려진 진귀한 음식들
재현한 전시를 재현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사진 = 조연정 기자
지난 9월 30일에는 이번 전시와 연계된 한식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경민대학교 호텔조리과 장소영 교수가 조선왕조의궤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로연 상차림에 올라간 음식, 조리법, 음식이 갖는 의미 등 궁중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줬다. “<조선왕조의궤>에는 행사 순서부터 참석자 명단, 소요된 양, 비용, 그릇, 음악, 무용 등이 세세하게 적혀있어요. 이틀간 열린 잔치 현장을 담은 그림인 <기사계첩>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죠. 덕분에 오늘에도 고증과 재현이 가능했습니다.”
기로연 왕의 상차림을 재현했다. 사진= 조연정 기자
기로연 상차림은 수십 가지 음식 놓인 커다란 잔칫상이 아닌 혼자 먹는 독상이었다. 왕과 세자는 물론 신하, 원로들도 1인상으로 차려졌으며, 병과와 만두, 탕, 적 등의 음식이 올라갔다. “잔칫상에 병과류가 많이 놓였는데, 당시 귀했던 진물(밀가루)와 참기름, 꿀로 만든 약과는 잔치의 품격을 높여주는 증표였어요.” 또 기러기, 소골, 전복, 숭어, 송이 등 진귀한 재료도 많이 사용했다. 음식만큼이나 상을 잘 차리는 것도 중요해서 약과를 쌓는 높이까지 의궤이 적혀있다고 한다. 여기에 비단으로 만든 상화를 꽂아서 잔칫상을 바라보는 데 의미가 있는 망상(望床)을 완성했다.
장소영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 인터뷰
한식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 조연정 기자
이번 전시와 강의를 준비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기로연 상차림을 재현하기 위해 의궤에 나온 한자를 해석하고, 조리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1년은 걸린 거 같네요. 알다시피 의궤에는 조리법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음식디미방> 같이 조리법이 나온 여러 책을 대조하면 ‘이게 맞을까’ 끊임없이 자문했습니다. 기로연 잔칫상 준비하는 주방에 가서 재현한 방식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을 정도에요(웃음). 정답이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워요.
30년 동안 궁중 음식을 연구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학 졸업 후 궁중음식연구원에 들어왔다가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근데 궁중 음식을 30년 동안 연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고문헌을 공부해서 해석하고 음식으로 재현하기까지 과정이 쉽진 않지만, 오래 시간 풀리지 않은 의문을 풀었을 때는 희열이 엄청나죠. 지금도 한달에 한번씩 이수자 분들과 모여서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아직도 풀어야 할 궁중 음식이 많이 남아있어요.
지금까지 연구한 궁중음식 중에 의미있는 궁중 음식이 있으신가요?
졸업 논문으로 <음식디미방>에 나온 연약과를 만들었어요. 그때 약과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약과나 과자를 단단하게 하는 성분이 글루텐이잖아요. 글루텐의 활성을 줄이기 위해서 밀가루를 살짝 볶아서 만들었더니 연한 약과가 되더라고요. 그때 연구했던 과정이 기억에 남네요.
일반적으로 궁중 음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을까요?
생각보다 많아요. 궁중 음식은 잔칫상도 있지만, 왕이 먹는 수라상도 있죠. 수라상에 올라가는 반찬 가짓수도 많고 양도 많지만, 왕이 혼자 먹는 것이 아닌 신하들과 나누어 먹는 구조였습니다. 고열량의 음식이 많았던 것도 ‘나라가 태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어요. 물론 영조 같이 보리밥에 물을 말아 먹는 왕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궁중 음식은 양념도 많이 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아요. 재현한 음식을 맛보면 ‘이게 무슨 맛이지?’ 할 수도 있을 정도죠. 하지만 시대에 따라 입맛이 변하듯 그 시대에는 최선의 조리법으로 만든 최고의 맛이었을 겁니다.
미디어에서 궁중음식을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드라마 <대장금>때 현장에서 도운 적이 있어요. 덕분에 궁중 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었죠. 요즘에는 궁중 음식이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역사를 왜곡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무엇보다 궁중 음식 뿐 아니라 한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한식은 올드하다고 저평가 받는 경우가 많은데, 한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푸드가 주목받는 시대에 궁중 음식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음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진화하죠. 예를 들어 조선시대 잔칫상에 올랐던 ‘초계탕’은 원래 따뜻한 탕이었으나 시대 변화와 대중화 과정을 거치며 시원한 여름철 보양식이 되었습니다. 잡채 역시 채소 무침에서 겨자채 형태로, 그리고 당면이 도입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어요. 음식은 사회를 반영합니다. 궁중과 민간, 심지어 사찰 음식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신해왔기에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궁중 음식은 우리 식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변하고 진화하는 우리 식문화의 흐름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불변의 음식이죠. 이는 고조리법이나 의궤에 기반한 정형화된 기록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궁중 음식을 계속 연구하면서 우리 식문화의 원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신혜연의 맞춤 양념] (7) 후추②
즉석에서 갈아야 제 맛](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10/01/p1065585166305724_118_h.jpg)
![[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11) 누룽지가 더해진 고추탕수육](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30/p1065598352727669_406_h.jpg)
![[노장금의 자투리 집밥] (7) 애호박잔치국수](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10/01/p1065585447575363_715_h.jpg)
![[염상균의 ‘역사 속 음식이야기’] (7) 한창기와 징광문화](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6/09/30/p1065575089604905_282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