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빼먹은 봉골레 파스타를 수제비로 재탄생시킨 재치
"모든 사람이 즐거운 환경에서 제 음식을 즐기길, 대중과 소통하는 셰프

미디어 스타에서 글로벌 셰프로, 그의 요리가 국경을 넘다
'크레이지 셰프'라는 별명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최현석 셰프가 최근 싱가포르의 한식 레스토랑과 손잡고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며 글로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Culinary Class Wars)'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요리 실력과 독창성을 입증한 그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 K-푸드의 매력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최현석의 '접시 위의 추억'
최현석 셰프는 싱가포르의 인기 한식 레스토랑 '불고기 쇼(Bulgogi Syo)'와 협업하여 자신의 대표 요리 4가지를 현지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접시 위의 추억(Memories on a Plate)"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최 셰프의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 순간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각 요리가 향수, 전통, 창의성을 결합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불고기 쇼는 고기를 고객 앞에서 직접 굽고, 토치로 그을리거나 플람베(flambé)하는 등 드라마틱한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이 레스토랑은 시그니처 핫스톤 그릴링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험, 예술성, 맛"의 파이어리 다이닝 철학을 추구한다.
이번 협업은 2025년 9월 27일 불고기 쇼의 선텍 시티(Suntec City)와 부기스 정션(Bugis Junction) 지점에서 시작되었으며, 9월 30일부터는 비보시티(VivoCity)와 우들리 몰(The Woodleigh Mall) 지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흑백요리사'의 순간을 재치로 승화시킨 메뉴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메뉴 중 하나는 '봉골레 수제비(Vongole Sujebi)'다. 이 메뉴는 '흑백요리사'에서 최 셰프가 마늘을 빠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던 바로 그 봉골레 파스타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안성재 심사위원이 즉시 이를 알아챘고, 최 셰프는 "떡볶이에 고춧가루 빼먹은 것과 같다"고 표현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메뉴는 전통 한국 수제비에 오징어 먹물을 추가하여 검게 만든 것이 특징이며, 버터, 마늘, 향신료가 들어간 풍부한 조개 육수와 함께 제공된다. 손으로 뜯은 불규칙한 면발이 특징이며, 흰 조개, 호박, 양파가 들어간다. 신선한 김치 샐러드와 어묵볶음이 함께 나오며, 불고기 쇼의 Syo Rewards 멤버에게만 한정 판매된다. 가격은 S$21.90 (정가 S$28.70)이다.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장 트리오와 오무기 안심(Jang Trio and Omugi Beef Tenderloin)' 역시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였던 요리다. 이 요리는 간장(ganjang), 된장(doenjang), 고추장(gochujang) 세 가지 장의 조화를 활용한 것으로, 호주산 보리 먹인 오무기 소고기 안심에 수제 숙성 된장 버터를 코팅한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마블링의 소고기는 지글거리는 핫스톤에서 제공되어 고객이 직접 원하는 굽기로 조절할 수 있다. 트러플이 들어간 간장 절임 무와 불고기 쇼의 수제 고추장 소스가 함께 제공되며, 육즙이 풍부한 호박과 버섯도 곁들여진다. 가격은 S$39.90이며, 국물과 솥밥도 함께 나온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담은 특별 메뉴들
최현석 셰프는 이번 협업에서 '매운 돼지갈비찜과 트리플 치즈 리조또(Maeun Dwaeji Galbijjim with Triple-Cheese Risotto)'도 선보였다. 이 요리는 한국의 전통 스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셰프의 어머니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산 돼지 어깨살(mokjeonji)을 매운 소스에 재워 고춧가루와 함께 부드럽고 향긋해질 때까지 천천히 끓인 것이다.
돼지 어깨살은 셰프 특제 매운 소스에 천천히 끓여지며, 고춧가루가 스모키한 매운맛을 더하지만 과하지 않다. 여기에 마스카포네, 12개월 숙성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모차렐라 세 가지 치즈로 만든 리조또를 곁들이고 토치로 황금빛이 될 때까지 구워낸다. 가격은 S$25.90이며, 신선한 김치 샐러드와 어묵볶음이 함께 제공된다.
최 셰프는 인터뷰에서 이 대구식 리조또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고 밝혔다. 그는 "전통적인 한국 맛이 강하면서 크리미한 리조또와 결합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갈비찜을 생각할 때 보통 간장 기반 갈비찜만 생각하지만, 대구식 매운 갈비찜은 그 자체로 매우 독특하다. 매콤하고 마늘이 많이 들어가며 맛도 매우 강하다. 바닥의 리조또와 결합하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메뉴인 '신선한 오무기 육회 솥밥(Fresh Omugi Beef Yukhoe Sotbap)'은 호주산 보리 먹인 오무기 소고기로 만든 신선한 양념 생고기 요리다. 대파로 가볍게 양념한 육회를 테이블에서 살짝 토치로 그을려 향을 더하며, 철솥에서 지은 솥밥과 함께 비빔밥처럼 비벼 먹는다. 솥 바닥에 형성된 누룽지에 국물을 부어 즐기는 2차 코스도 가능하다. 가격은 S$25.90이다.
최 셰프는 이 메뉴에 대해 "육회 솥밥, 핫스톤 비빔밥이다. 육회, 생고기로 만든다. 한국에서는 보통 고추장을 넣어 매콤하게 만들지만, 이 요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짭짤한 소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파인다이닝을 대중에게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철학
최현석 셰프는 현재 서울에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Choi Dot'을 비롯해 성동의 중식 퓨전 레스토랑 'Central Reducer', 강남의 비건 레스토랑 'Dahlia Dining'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혁신적인 파인다이닝 접근법으로 유명하며, 친숙한 한국 음식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현석 셰프는 이번 협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한국에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인다이닝은 격식 있지만, 저는 모든 사람이 즐거운 환경에서 제 음식을 즐기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불고기 쇼와 협력하여 대중과 제 요리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는 또한 "일반적으로 평균 소비자를 위해 파인다이닝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파인다이닝이 일반 소비자에게 더욱 완벽주의적이고 비싸졌기 때문에, 저는 파인다이닝을 더욱 접근 가능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러한 음식을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많은 브랜드와 레스토랑과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메뉴 큐레이션 과정과 창작 철학
최현석 셰프는 이번 4개 요리의 큐레이션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봉골레는 제 시그니처 중 하나이고, '흑백요리사'에서 만든 요리다. 이 요리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궁금해할 요리라고 생각해서 좀 더 캐주얼하게 만들었다. '흑백요리사'에서 만든 스테이크인 장 트리오도 있다.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흑백요리사'를 즐겨봤다고 들어서, 쇼에서 선보인 이 두 요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나머지 두 요리는 뚜렷하게 한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인 입맛에도 어필할 수 있는 요리들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K-콘텐츠가 이끈 한식의 글로벌 확산
최현석 셰프는 한국 요리가 국제적으로 강하게 어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첫째, 한국 문화와 K-pop의 증가 때문이다. 한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 결국 음식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 음식은 일반적으로 맛의 균형이 매우 좋아서 사람들이 함께 좋아할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 셰프들이 등장하는 '흑백요리사' 같은 콘텐츠로 인해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제 스타일의 요리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지만, 문화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이고 균형 잡힌 실험적인 요리들이 모두 우리 요리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제 역할은 새로운 유형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제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한 셰프의 해외 진출을 넘어, K-콘텐츠를 통해 높아진 한국 셰프에 대한 관심이 실제 K-푸드 소비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현석 셰프의 창의적인 상상력과 탄탄한 요리 실력이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그의 글로벌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Cook&Chef /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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