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 최초의 영예 뉴욕 ‘정식’, 미슐랭 3스타 획득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
[Cook&Chef = 이준민 기자] 2025년 6월 16일, 시카고 리릭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시상식. 미국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셰프(Outstanding Chef)’로 한인 셰프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뉴욕과 서울에서 모던 한식의 역사를 쓰고 있는 임정식(Jungsik Yim) 셰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는 한식 셰프로서는 최초의 수상으로, 그의 요리가 미국 주류 미식계의 정점에 섰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불과 얼마 전, 그의 뉴욕 레스토랑 ‘정식(Jungsik)’은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하며 한국 밖의 한식 레스토랑으로는 최초로 최고 등급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군대 취사병에서 시작해 세계 미식의 중심에 우뚝 선 그의 여정은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신화다.
군대 취사병, 뉴욕과 스페인을 거쳐 한식의 미래를 그리다
임정식 셰프의 요리 인생은 20대 시절, 군 복무 중 우연히 취사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동료들을 위해 제육볶음을 만들며 느꼈던 요리의 즐거움은 그를 셰프의 길로 이끌었다. 전역 후 그는 세계 요리의 중심인 뉴욕으로 건너가 명문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인 ‘아쿠아비트(Aquavit)’와 ‘불리(Bouley)’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주베로아(Zuberoa)’와 ‘아켈라레(Akelarre)’ 등에서 최첨단 요리 기술을 익혔다.
세계 각국의 선진 요리 기술을 흡수한 그는 마침내 한식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한식”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2009년, 서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정식당’을 오픈했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뉴 코리안(New Korean)’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그의 시도는 국내 미식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뉴 코리안’의 탄생 : 전통을 해체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다
임정식 셰프의 요리 철학은 ‘뉴 코리안’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이는 “전통을 존중하되,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을 바탕으로, 익숙한 한식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인 ‘김밥’은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그는 김밥을 재해석하여 완벽한 원통형의 바삭한 김부각 안에 밥을 채우고, 하얀 유산지와 작은 나무 집게로 감싸 한입에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재창조했다.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과 그윽한 참기름의 풍미가 어우러진 이 요리는 ‘정식’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뉴가 되었다.
그는 김치와 같은 전통 발효 음식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서양 요리의 테크닉과 예술적인 플레이팅을 결합하여 한식을 파인다이닝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미쉐린 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나의 요리 철학은 단순했다. 맛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좋은 음식의 본질이다”라고 말하며, 모든 혁신의 근간에는 ‘맛’이라는 기본이 있음을 강조했다.
뉴욕의 심장에서 한식의 위상을 드높이다
서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임정식 셰프는 2011년, 세계 미식의 격전지인 뉴욕 트라이베카에 ‘정식’을 오픈하며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가 투자하고 서울의 동료들이 함께한 이 도전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지만, 그의 ‘뉴 코리안’은 곧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픈 2년 만인 2013년, ‘정식’은 아시아 밖의 한식 레스토랑으로는 최초로 미슐랭 2스타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영예인 3스타를 거머쥐며 한식 파인다이닝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현지 매체와 평단은 그의 요리를 두고 “한국 식재료와 기술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프레임워크에 절묘하게 혼합했다”고 평가했으며, 그는 이제 명실상부 뉴욕 최고의 셰프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뉴욕 ‘정식’은 미슐랭 최고 등급의 품격을 유지하며, 그의 요리를 경험하기 위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대 취사장에서 시작된 한 청년의 꿈이 이제 뉴욕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 한식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Cook&Chef /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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