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라지', 이태리의 '수퍼투스칸'이 있다면 미국에는 '컬트와인'이 있다.
이탈리아의 와인 르네상스 시대를 가져온 ‘수퍼투스칸 와인’, 차고처럼 작은 양조장에서 소량의 명품 와인을 만든 경우 이름붙는 ‘가라지(garage) 와인’처럼 고급 명품 와인들을 묶어서 부르는 별칭들이 있다. 그 중에는 오늘 소개하는 컬트(Cult) 와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은 숭배라는 의미의 라틴어인 쿨투스(Cul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1980년대 중반 미국 나파 밸리를 중심으로 로버트 파커에게서 9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등장한 미국 와인에 사용된 용어이다.
이 와인들은 연간 1,000케이스 내외로 소량 생산되며 이메일, 전화를 통해 미리 등록해야만 구매가 가능하다. 불편한 주문방식에도 인기가 높아 구매 대기 리스트가 매년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를 만든 최초의 컬트와인을 보리우 빈야드 와인 양조장의 ‘조르쥬 드 라투르 프라이빗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BV Georges de Latour Private Reserve Cabernet Sauvignon)’으로 꼽는다. 100년이 넘는 오래된 역사뿐 아니라 보리우 빈야드의 와인 양조자는 7-80년대 컬트와인의 인기를 이끈 와인 양조자들의 멘토이기 때문이다.
금번 소개하는 보리우 빈야드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BV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이하 보리우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컬트와인의 시초 그리고 나파 밸리 와인의 시작이 되었던 보리우 빈야드의 교과서와 같은 와인이다. 고가의 컬트와인을 자주 시음하는 것은 부담스럽기에 이 와인은 미국 컬트와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대안으로 와인 전문지에 자주 소개된다. 제임스 서클링 92점 (2014), 와인 앤서지애스트(Wine Enthusiast) 92점(2006)과 93점(2005)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보리우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미국의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들었다. 단일품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특징을 매우 잘 담고 있다. 와인의 빛깔을 보면 한눈에도 ‘짙다’가 느껴질 정도로 어둡고 강렬한 루비컬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두꺼운 껍질의 영향으로 태양이 강렬한 나파 밸리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껍질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대표적인 검은 과실류(블랙베리, 블랙체리, 말린자두 등)의 과일향이 주로 느껴지며 와인을 시간을 두고 향을 맡으면 모카(커피와 초콜릿 향미제의 혼합물)이 중심이 된 미세한 제비꽃(영문이름 violet)의 복합적인 향이 이어진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대표적인 맛의 특징은 타닌이다. 특히, 미국의 강렬한 햇살을 받고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은 풍부한 타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거칠다’는 느낌만 전하지 않고 이후 입안을 가득 채워주는 구조감과 진한 국물을 마신 것 같은 바디감이 인상적이다.
30분 정도의 디캔팅을 통해 시나몬, 카라멜 향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오크통 숙성으로 부터 나오는 것으로 와인에 기분 좋게 스며들어 있으며 코로 와인의 향을 뿜는다면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다. 탄닌감과 구조감이 좋은 만큼 두꺼운 육질을 갖고 있는 스테이크와 양고기, 구운 야채 요리와 잘 어울린다. 또한 딱딱한 식감의 치즈와 마셔도 와인의 풍미를 배로 즐길 수 있다.
이 와인 양조장의 설립자인 조르쥬 드 라투르(Geroges de Latour)는 1900년 부인과 함께 방문한 나파 밸리의 러더포드(Rutherford)를 보며 그의 부인이 “Quelle beau lieu” (너무 아름다운 곳이네요)라고 감탄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아 당시 사업을 정리하고 새롭게 와인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4 에이커(16,200㎡, 약 4,900평)의 땅을 구매하며 이 곳에 양조장을 세우고 양조장의 이름은 당시 부인의 감탄사를 딴 보 리우(Beau Lieu, 아름다운 땅이라는 프랑스 어) 빈야드라 이름 짓는다. 그리고 ‘무통 로칠드, 샤또 라투르와 같은 프랑스 보르도 특 1등급 와인을 능가하는 와인을 만든다’는 목표로 와인 사업을 본격화한다.
그러나, 금주법(1920)의 시행으로 보리우 빈야드는 와인 양조장 문을 닫을 큰 위기에 봉착한다. 나파 밸리의 다른 와인 양조장이 문을 닫을 때 그는 카톨릭 교회에 미사주로 와인을 납품하는 기지를 발휘하며 활로를 개척한다. 보리우 빈야드는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될 때까지 생존한 7개 와인 양조장들 중 하나가 되면서 어려웠던 이 시기 오히려 4배로 와인 사업을 더 성장시킨 놀라운 성과를 이룬다.
큰 성공을 거두고 고향인 프랑스를 방문하여 당대 최고의 양조가라 평가받는 앙드레 첼리스트체프(Andre Tchelistcheff)를 만나 그를 영입한다. 앙드레 첼리스트체프는 후에 나파 밸리의 ‘더 마에스트로(The Maestro)’라는 명예직을 받으며 미국 와인의 큰 기조를 세운 인물로 1950~70년대를 통해 오늘날 미국 와인의 대부라 불리우는 로버트 몬다비와 조 하이츠 등 이름난 와인 양조가들을 키워내며 자연스럽게 이들의 멘토가 된 인물이다.
조르쥬 드 나투르가 그를 영입한 이유는 작황이 좋았던 1936년 빈티지를 보리우 빈야드의 대표 와인으로 출시하기 위해서이다. 안타깝게 1940년 설립자인 조르쥬 드 라투르가 작고하였고 출시를 준비하던 와인은 설립자의 이름을 추가해 ‘조르쥬 드 라투르 프라이빗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이라 이름 붙이며 출시된다. 보리우 빈야드는 2010년 세계적인 와인 양조가 미쉘 롤랑을 와인 양조 컨설턴트로 영입하며 보르도 특1등급 와인을 능가 하고자 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 와인 양조장이 생산하는 와인들의 우수성은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인 와인 앤 스피릿츠(Wine & Sporits)에서 올해의 와인 양조장으로 7번이나 선정되었고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도 100대 와인에 7번이나 선정되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르도 특1등급을 능가하고자 한 설립철학, 지난 60년 미국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우다.
컬트와인의 원조, 나파 밸리 와인의 기준으로 널리 알려진 보리우 빈야드는 100년이 넘는 양조장의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어가며 미국 와인의 아이콘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된다. 지난 60여년 가까이, 수많은 백악관 만찬에 보리우 빈야드의 와인들이 공급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하나의 와인 양조장의 와인들이 지미 카터(Jimmy Carter), 빌 클린턴(William Clinton), 버락 오마바(Barack Obama), 바이든(Biden)과 같은 미국 대통령들의 만찬 와인이 된 것은 미국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 대통령’의 와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향후에도 이 와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미국 대통령들의 만찬 와인으로 오르게 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보리우 빈야드 와인을 즐기는 재미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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