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품 컬렉터이자 화가, 연주가, 사진가로 활동
[Cook&Chef = 임요희 기자] 서울 성동구 송정동 5층짜리 건물에 둥지를 틀고 있는 라치과는 건물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미술품으로 가득하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임플란트 시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김재철 라치과 원장은 문화계에서 소문난 컬렉터로 통한다.
김재철 원장은 컬렉터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는 화가이기도 하다. 보통 병원 1층은 환자 접수창구나 대기실로 쓰이지만 라치과 1층은 미술품 전시장 겸 김 원장의 작업실로 활용된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로 사용했던 빈티지 트럭 모형 옆에는 그가 그리던 그림이 이젤에 받쳐져 있다. 작업실 중앙에 놓인, 대형 독을 이용해 그린 사람 얼굴도 김 원장 작품이다.
“진료 대기하면서 미술품 감상하세요”
1층에서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주크박스를 비롯해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초창기 발레 사진 작품 등 다양한 전시물과 만날 수 있다. 이어 항아리, 고서적, 조각품 등이 놓인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가면 더 많은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꼭대기 층에서 만난 이우환, 이종학, 천경자의 그림은 특히 반가웠다. 그런데 몇 작품 빼고 대부분의 작품이 바닥에 그냥 두서없이 널려 있는 게 독특했다. 심지어 그 귀한 천경자의 ‘미인’도, 최영림의 ‘여인’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얼마나 수집품이 많으면 그럴까 싶었다. 그러나 수집품이 많다는 것 외에 김 원장이 작품을 이렇게 보관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미술품을 각 잡고 벽에 걸어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무질서해 보여도 자유롭게 배치하고 편하게 감상하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이런 첩첩산중 식 전시는 김 원장만의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1세대 모더니스트로 불리는 정규(1923~1971) 작가부터 이병삼, 이기봉, 박미란, 요시토모 나라, 이대원, 황주리, 오세영, 김일태, 김효숙, 김만근, 김성근, 황규백 등 국내·외를 막론한 500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일은 이곳을 찾는 이에게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지하층에는 음악감상실 겸 자그마한 라이브 무대가 마련돼 있다. 최근까지 이곳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최대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에는 김광석이 직접 치고 노래를 부르던 손때 묻은 기타가 소장돼 있었다. 전시실이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이곳은 화려하고도 격조있게 꾸며져 있다.
김 원장은 그날 빨간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라치과 건물도 빨간색이 주조를 이룬다. 그의 병원 건너편에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라’가 있다. 라카페도 온통 빨간색이었다.
“빨간색은 태양의 색입니다.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의 신 라(Ra)를 상징하는 색이 빨간색이죠. 라치과와 라카페는 이 ‘라’에서 영감을 얻은 작명입니다. 라는 태양의 신이면서 세상을 창조하고 질서를 주관하는 신입니다.”
매의 머리에 태양 원반을 얹은 모습으로 묘사되는 태양의 신 ‘라’가 치과 이름이었다니 다소 의아했지만 이해가 갔다. 김 원장은 태양의 신 라처럼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정열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여성의 신체는 창조주 최고의 작품”
그는 라치과를 운영하면서 미술품 컬렉터, 화가, 누드사진작가, 섹소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만도 대단한데 현재 라 카페 운영과 성동구 복지관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특히 누드사진을 찍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창조주의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게 인간이다. 신은 여자를 만든 후 창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까워 제대로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2년 말에 공개돼 지금까지 3억7500뷰를 기록하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Nxde(누드)’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모두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Why you think that ’bout nude. ’Cause your view’s so rude. Think outside the box(누드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해. 네 관점이 너무 무례하잖아.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 봐).”
“아리따운 나의 누드, 아름다운 나의 누드, I’m born nude(나는 벗고 태어났어). 변태는 너야.”
K팝 가사처럼 세상 사람들의 무례한 시선으로부터 여체를 지키고 싶었달까. 김 원장에게 여체는 영감의 장소이자 신성한 대상이다. 그는 “여성의 몸은 만물의 근원이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 여성의 몸이다. 여체는 생명을 잉태하는 아름다운 장소다. 여체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누드사진을 순수하게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는 풍토가 필요하다. 어른들의 시선이 비뚤어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누드화나 누드사진 보여주길 꺼리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예술작품으로서 누드를 대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금기시할수록 가치관은 왜곡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문화계에 좌파의 영향력이 큰 것에 대해 “요즘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전투적이라고 느낀다”며 “조금 여유있게 미술품을 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문화를 대하는 데는 우파의 자유로움”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좌파가 평등, 전통 파괴, 기득권층 비판 등 사회 변혁의 도구로서 문화를 인식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의 문화 권력화가 대중으로부터 예술을 멀어지게 하거나 예술의 본질을 흐린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K팝, 게임산업 부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아직 문화강국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전 세계 미술품 거래시장의 42%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홍콩을 포함한 중국(19%)과 영국(17%)이 잇고 있다. 이 세 나라가 세계 미술품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우리나라의 비중은 1%도 안 된다”며 더 많이 보고 그리고 알리고 누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영원한 예술애호가, 영원한 자유인 김재철 원장. 그의 꿈은 평생에 걸쳐 모은 수집품을 전시할 만한 번듯한 미술관을 짓는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그릴 것이고 모을 것이며 많은 사람과 미술품 감상을 공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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