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한동안 동물성 기름은 조리 현장에서 멀어져 있었다. 돼지기름 (라드)과 소의기름 (우지)는 포화지방이라는 이유로 기피되었고, 그 자리는 정제 식물성 기름이 대신했다. 그러나 최근 영양학 연구와 조리 현장의 요구가 맞물리며, 동물성 기름을 다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우지와 라드는 이제 ‘과거의 지방’이 아니라, 기능적 조리지방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조선시대 조리 기록 속 기름의 사용
조선시대의 기름 사용은 오늘날과 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식물성 기름은 귀했고, 조리는 가용 자원에 기반해 이루어졌다. 고조리서에는 기름을 활용한 조리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특정 기름의 종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15세기 조리서인 산가요록에는 전·지짐류 조리에서 ‘기름에 지진다’는 표현이 확인된다. 이는 당시 기름 조리가 보편적이었음을 보여주지만, 사용된 기름의 종류는 조리 환경과 신분, 가용 자원에 따라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19세기 생활서인 규합총서에서는 부침과 볶음 조리에 대한 실용적 기록이 등장한다. 참기름은 향미용으로 사용되고, 열을 가하는 조리에는 다른 기름이 병용되었을 가능성이 시사된다.
궁중 연향을 기록한 의궤에는 전유어, 지짐, 적 등 기름 조리 음식이 다수 등장한다. 소 도축이 엄격히 관리되던 사회 구조를 고려하면, 우지는 일상적인 기름은 아니었으나 궁중과 사대부가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이 시기의 동물성 기름은 과잉 섭취의 대상이 아니라, 조리 기술의 일부였다.
동물성 기름은 왜 사라졌는가
동물성 기름이 본격적으로 배제된 시점은 20세기 중반 이후다.
포화지방과 심혈관 질환을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이론이 대중화되면서, 라드와 두태는 건강을 해치는 지방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마가린, 쇼트닝, 고도 정제 식물성 기름이 대체재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후 연구는 포화지방 자체보다 ▲총 섭취량 ▲식단 구성 ▲조리 과정에서의 산화 여부가 인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트랜스지방과 고도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화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며, 동물성 기름에 대한 기존 인식이 재검토되기 시작했다.
다시 주목받는 이유: 영양과 조리의 교차점
최근 우지와 라드가 재조명되는 배경에는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영양학적 재평가다. 포화지방은 열 안정성이 높아 고온 조리에 적합하며, 적정량 섭취 시 반드시 유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둘째, 가공 최소화에 대한 선호다. 성분이 단순하고 정체가 분명한 지방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
셋째, 조리 현장의 요구다. 높은 발연점과 균일한 열 전달, 풍미의 깊이는 동물성 기름이 가진 분명한 장점이다.
조리 현장에서의 활용 가치
조리학적으로 우지와 라드는 열 안정성이 뛰어나 부침, 튀김, 구이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만든다.
전이나 지짐에서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마르지 않는 질감을 구현할 수 있으며, 재료의 풍미를 덮기보다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향미의 문제가 아니라, 조리 결과의 일관성과 직결되는 요소다.
지방을 다시 읽는 시점
동물성 기름의 재등장은 복고적 유행이 아니다.
이는 지방을 바라보는 기준이 ‘회피’에서 ‘사용 방식’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우지와 라드는 조선시대 부엌에서 그랬듯, 오늘날에도 조리 목적과 맥락 속에서 다시 기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름의 이름이 아니라, 어떤 조리에, 어떤 양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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