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에 쥔 빵 ‘홉즈’로 내 앞의 음식 즐기는 법
[Cook&Chef = 정수연 기자] 모로코 가정에서 손님을 맞는 자리에는 작은 유리잔의 민트티가 자주 오른다. 녹차에 신선한 민트와 설탕을 더한 차를 나누고,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안부와 이야기를 이어간다. 차를 따르는 사람은 금속 주전자를 잔보다 높이 들어 가느다란 물줄기로 채우며, 잔이 비어갈 즈음에는 다시 차를 따라주기도 한다.
민트티는 사람을 맞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음료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모로코에서 이 차가 이런 자리를 갖게 된 배경에는 사람을 집으로 맞아 음식과 시간을 함께 나눠온 오랜 생활문화가 자리한다.
민트티가 손님맞이의 차가 되기까지
모로코에서는 집을 찾은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넉넉히 내고, 한자리에 앉아 시간을 함께 보내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19세기 무역이 활발해지며 차와 설탕이 여러 계층의 생활 속으로 널리 퍼졌고, 신선한 민트와 설탕을 더한 차도 일상의 음료로 자리를 넓혀갔다.
차는 기존의 손님맞이 문화와 어우러졌다. 큰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함께 마실 수 있었고, 짧은 방문에서도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정 방문과 가족 모임, 축하 자리에서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민트티는 모로코를 대표하는 식문화 가운데 하나가 됐다.
차를 함께 마시는 일이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면서 이를 준비하고 따르는 방식에도 모로코 특유의 모습이 생겨났다.
민트티를 높이 따르는 이유
모로코 민트티를 떠올릴 때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 높은 곳에서 차를 따르는 장면이다. 차를 따르는 사람은 주전자를 작은 유리잔 위로 들어 올린 뒤 가느다란 물줄기로 차를 붓는다. 이 과정에서 찻물이 공기와 만나 잔 위에 특유의 거품이 만들어진다.
차를 준비하는 방식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손님 앞에서 차를 준비하고 잔을 채우는 시간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잔이 비어가면 다시 차를 따라주기도 하며, 그 사이 이야기도 계속 이어진다.
처음 내온 민트티는 천천히 마시며 함께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차를 즐기고, 충분히 마신 뒤에는 감사의 뜻을 전하면 된다. 마시는 횟수와 차를 내는 방식은 지역과 가정, 자리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다.
민트티를 나누던 시간이 지나 식사가 시작되면 손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제부터는 타진과 빵을 함께 먹는 모로코식 공동식사의 순서가 이어진다.
오른손과 빵으로 시작하는 타진 식사
전통적인 가정식에서는 식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다. 물과 그릇을 가져와 손 씻기를 돕는 방식도 이어져왔으며, 현대 가정에서는 세면대를 이용하는 모습도 흔하다. 손으로 빵과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손을 씻는 과정은 식사를 준비하는 기본적인 순서다.
식탁 중앙에는 원뿔형 뚜껑을 가진 토기 타진(tajine·타진)이 놓인다. 타진은 이 조리 용기와 그 안에서 익힌 요리를 함께 가리킨다. 고기와 채소, 향신료를 천천히 익혀 만든 요리를 여러 사람이 한 그릇에서 나눠 먹는다.
곁에는 둥근 빵 홉즈(khobz·홉즈)가 함께 오른다. 오른손으로 홉즈를 한입 크기로 뜯은 뒤 빵으로 소스와 채소, 고기를 집어 먹는다. 홉즈는 음식과 함께 먹는 빵이면서 손으로 음식을 집는 도구 역할까지 맡는다.
가정에 따라 ‘비스밀라(Bismillah·비스밀라, 신의 이름으로)’라는 말과 함께 식사를 시작하기도 한다. 손님은 함께 앉은 사람들의 시작에 맞춰 오른손으로 빵을 뜯으며 식사에 참여하면 된다.
하나의 타진을 함께 먹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손을 움직이는 범위가 중요해진다.
타진은 자기 앞쪽부터 먹는다
전통적인 공동식사에서는 타진 가운데 자기 바로 앞쪽에 놓인 음식을 중심으로 먹는다. 오른손에 쥔 홉즈로 앞에 놓인 소스와 채소, 고기를 집으며 식사를 이어간다.
하나의 그릇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서 각자가 먹는 범위를 살피는 방식이다. 자기 앞쪽을 중심으로 먹으면 함께 앉은 사람들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한 그릇의 음식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다.
오늘날 도시 가정과 식당에서는 포크와 나이프 같은 식기도 널리 사용한다. 테이블에 마련된 방식과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피면 그 자리의 식사법에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다.
자기 앞쪽을 중심으로 식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인의 손은 때때로 손님 쪽으로 향한다.
좋은 음식은 손님 앞으로
모로코 가정에서는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챙겨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타진 속 좋은 고기나 맛있는 부분을 골라 손님 앞에 놓아주고, 식사 중에는 충분히 먹고 있는지도 세심하게 살핀다.
손님을 맞는 자리에는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경우가 많으며, 조금 더 먹으라는 말도 몇 차례 오갈 수 있다. 찾아온 사람이 충분히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음식의 양과 손의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모로코에서는 이런 손님맞이와 대접의 문화를 설명할 때 ‘디야파(diyāfa·디야파)’라는 말을 사용한다. 좋은 음식을 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식사하는 동안 손님을 세심하게 챙기는 태도가 이 말에 담겨 있다.
처음 민트티를 마실 때 비어가는 잔을 살피던 모습과 식사 중 좋은 음식을 손님 앞으로 옮겨주는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손님은 챙겨준 음식을 감사히 맛보고 음식에 대한 좋은 반응을 전하면 된다. 충분히 먹었다는 뜻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 식사는 마무리되고, 자리는 식후의 차로 이어지기도 한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마시는 민트티
전통적인 자리에서는 손을 다시 씻은 뒤 민트티와 과자를 곁들이며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식사 전에 함께 마셨던 차가 다시 놓이면서 사람들은 한동안 자리를 함께한다.
이때 처음 보았던 민트티와 식사 중의 행동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차를 마실 때에는 잔을 채워주고, 공동 타진에서는 각자의 앞쪽을 중심으로 음식을 나누며, 주인은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챙긴다. 모로코에서 손님을 대하는 방식이 차와 음식, 식사 중의 작은 행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모로코 가정식에 참여할 때에는 민트티를 천천히 마시며 대화에 어울리고, 전통적인 공동식사에서는 오른손과 홉즈를 사용해 자기 앞쪽의 음식을 먹으면 된다. 주인이 챙겨준 음식에는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지역과 가정마다 이어지는 식사 흐름을 살피며 자신의 행동을 맞추는 태도도 중요하다.
민트티가 모로코를 대표하는 이유에는 향긋한 맛과 함께 사람을 맞고 시간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한다. 식전의 민트티에서 공동 타진을 거쳐 식후의 차까지 한 끼를 따라가다 보면, 모로코 식탁의 예절이 함께 먹는 사람을 세심하게 살피며 시간을 나누는 방식에서 이어져왔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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