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송미연 기자] 무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차가운 아이스커피가 들려 있다. 과거에는 그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충분했다면, 최근에는 원두의 향미와 취향을 고려해 커피를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제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일상의 취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고온다습한 여름철, 매장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어떻게 더 특별해지는 걸까? 또 집에서도 마지막 한 모금까지 청량한 풍미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프라인 공간 ‘로스팅하우스 허깅’과 온라인 원두 스토어 ‘로스터리룸 온담’을 운영하는 손승우 바리스타·로스터에게 여름 커피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날씨와 원두, 로스터의 디테일
여름은 원두와 추출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계절이다. 장마철과 폭염이 번갈아 찾아오며 온습도가 급격히 변하기 때문이다. 손 로스터는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을 때는 물의 맛과 원두의 상태, 추출 조건이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에 커피의 향미 역시 영향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전문 로스터리에서는 원두를 진공 포장해 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매장 내부의 습도를 관리한다. 추출할 때는 물의 온도와 유량을 세밀하게 조정해 일정한 커피 맛을 유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가공법'과 '얼음'의 관계다. 손 로스터는 "최근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주목받는 특수 발효 가공법(Fermented Process) 원두는 차가운 온도에서도 향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음이 녹으면서 오히려 발효 특유의 복합적인 향과 여운이 입안에서 더욱 풍부하게 살아나요."라고 설명했다. 얼음이 녹으면 커피가 밍밍해진다는 통념과는 달리, 원두의 특성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향미가 더욱 풍부하게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취향에 따라 고르는 여름 원두
그렇다면 이번 여름, 나의 취향에 맞는 커피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손 로스터는 산뜻한 풍미를 선호한다면 에티오피아 계열을, 고소하고 묵직한 맛을 원한다면 브라질 계열을 추천했다.
에티오피아 원두는 베리나 오렌지 같은 과일 향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워시드(Washed)는 깔끔한 시트러스 계열의 산미를, 내추럴(Natural)은 화사한 베리 향을 느낄 수 있어 아이스커피로 즐기기 좋다.
반면 브라질 원두는 견과류와 토스트를 연상시키는 너티(Nutty)한 향미가 돋보인다. 아이스커피로 추출해도 풍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산미보다 고소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손 로스터는 "여름에는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르는 것뿐 아니라 카페에서 시즌 블렌드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여름 원두 보관과 추출법
집에서도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이들을 위해 손 로스터가 여름철 원두 보관과 추출법을 소개했다. 여름철 높은 기온과 습도는 원두의 향미를 빠르게 변화시키므로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 한 번 사용할 분량씩 소분해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하고, 사용할 때는 충분히 상온에서 해동한 뒤 개봉하는 것이 좋다.
아이스커피의 맛이 얼음 때문에 옅어지는 것이 고민이라면 ‘드립 온 아이스(Drip on Ice)’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서버에 얼음을 미리 담고 평소보다 물의 양을 줄여 진하게 추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손 로스터는 “얼음이 녹으면서 희석되는 양까지 고려해 추출해야 마지막까지 균형 잡힌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절을 담은 커피 한 잔
“비 오는 날이나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날씨에 어울리는 원두를 추천해 드리곤 합니다. 시각적인 요소와 계절의 정취를 함께 느끼면 커피가 선사하는 즐거움도 한층 깊어집니다.”
손 로스터의 말처럼, 한 잔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계절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한다. 원두의 향미와 추출 방식, 그리고 그날의 날씨에 어울리는 한 잔을 고르는 작은 선택만으로도 익숙한 커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 여름에는 날씨와 취향에 어울리는 원두를 한 번 골라보는 건 어떨까. 아이스커피 한 잔이 올여름을 조금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취재 협조: 손승우 바리스타·로스터(로스팅하우스 허깅·로스터리룸 온담 대표)
Cook&Chef /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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