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송자은 기자] 같은 감자라도 쪄보면 맛과 식감은 제각각이다. 어떤 품종은 밤처럼 고소하면서 포슬포슬하게 부서지고, 어떤 품종은 수분이 많아 촉촉하고 단단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품종별 특징을 알기 어려워 찜이나 탕, 볶음 등 조리법에 맞는 감자를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주요 감자 9품종의 맛과 식감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밤 향미가 뚜렷하고 포슬포슬한 찐감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품종별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찐감자 맛지도’도 제작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골든볼과 금선, 대서, 대지, 두백, 서홍, 수미, 은선, 추백 등 국내에서 재배되는 주요 감자 9품종을 대상으로 감각 특성을 비교했다.
전문 평가단 8명은 감자를 쪘을 때 나타나는 색과 겉모습, 향, 맛, 씹는 느낌 등을 분석해 모두 19개의 특성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일반 소비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노란 정도와 겉면의 포슬함, 밤 맛, 단단한 정도, 입안에서 느껴지는 가루감, 촉촉한 정도 등 6개 항목을 추려 맛지도에 반영했다.
그동안 감자는 주로 전분 함량이나 가공 적성, 수확량 등을 중심으로 품종의 특성을 구분해 왔다. 이번 맛지도는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맛과 식감을 기준으로 품종별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진흥청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감자를 먹는 방법은 국과 탕, 찌개가 29%로 가장 많았으며 찜이나 삶기가 28%로 뒤를 이었다. 찐감자가 가정 내 감자 소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품종별 맛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 127명을 대상으로 찐감자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금선과 은선, 수미, 대지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금선과 은선은 밤처럼 고소한 맛과 포슬포슬한 식감이 두드러져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연구진이 소비자별 평가 점수와 전문 평가단이 만든 맛지도를 함께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금선과 은선이 위치한 맛 특성 영역에 가까운 품종일수록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해당 영역의 특성을 지닌 감자는 전체 소비자의 70% 이상이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찐감자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이 단순히 부드럽거나 단단한 식감에 그치지 않고, 밤을 떠올리게 하는 고소한 맛과 입안에서 가볍게 부서지는 가루감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선과 은선은 현재 전남·전북 해안 지역을 비롯해 한 해 두 차례 감자를 재배하는 이기작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현장 실증을 통해 두 품종의 재배 안정성과 상품성을 확인하고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맛지도가 활용되면 소비자는 찜이나 삶기 등 원하는 조리법과 취향에 맞춰 감자 품종을 고를 수 있다. 생산자와 유통업체도 품종별 맛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감자를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맛으로 선택하는 식재료’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태정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품질관리평가과장은 “이번 연구로 감자 품종마다 다른 맛과 식감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특성을 품종 개발에 반영하고, 용도에 맞는 감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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