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칼륨 품은 가을 알뿌리…토란국부터 들깨탕·조림까지 활용
[Cook&Chef = 송자은 기자] 추석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토란국은 평소에 마주할 일이 잘 없는 특별한 음식이다. 부드럽게 익은 토란은 맑은국과 들깨탕에 구수한 맛을 더하지만, 손질할 때는 감자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맨손으로 껍질을 벗기면 손이 가렵거나 따가울 수 있고,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입과 목에 아린 느낌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은 토란에 들어 있는 옥살산칼슘과 호모겐티신산 등의 성분과 관련이 있다. 토란을 안전하게 먹으려면 장갑을 착용해 피부 접촉을 줄이고, 끓는 물에 충분히 삶아 아린 맛을 제거해야 한다.
추석상에 오른 ‘땅속의 알’
토란(土卵)은 이름 그대로 ‘땅에서 자라는 알’이라는 뜻이다. 속이 꽉 차고 실속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알토란 같다’는 표현도 단단하고 옹골찬 토란의 모습에서 비롯된 말로 전한다.
토란국을 먹어온 역사도 길다. 고려시대 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는 시골에서 토란국을 끓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을 담은 「농가월령가」에도 송편, 박나물 등과 함께 토란국을 추석 음식으로 차려 이웃과 나누어 먹는 모습이 등장한다. 가을에 수확하는 토란이 오랜 세월 한가위를 대표하는 식재료로 이어져 온 셈이다.
토란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며 식이섬유와 칼륨 등도 들어 있다. 탄수화물은 일상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식이섬유는 원활한 배변 활동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칼륨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 정상적인 혈압 유지에 관여한다.
다만 토란 한 가지만으로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녹말을 함유한 탄수화물 식품이므로 밥과 떡 등 명절 음식을 함께 먹을 때는 전체 섭취량을 살피는 것이 좋다. 신장 기능 저하로 칼륨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면 먹는 양에도 주의해야 한다.
맨손 대신 장갑, 끓는 물에는 5분 이상
토란에 들어 있는 옥살산칼슘 결정은 피부와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생토란의 즙이 피부에 닿으면 사람에 따라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갑거나 가려운 느낌이 나타난다. 토란 자체도 미끄러워 칼질하다 손을 다치기 쉬우므로 고무장갑이나 식품 조리용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장갑을 낀 채 토란에 묻은 흙을 씻고, 도마에 단단히 고정해 껍질을 얇게 벗긴다. 이후 크기가 비슷하도록 잘라야 속까지 고르게 익는다. 껍질 벗기기가 어렵다면 껍질째 가볍게 데친 뒤 한 김 식혀 장갑을 끼고 벗기는 방법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토란의 자극 성분을 줄이기 위해 끓는 물에 5분 이상 삶은 뒤 물에 담갔다가 사용할 것을 안내한다. 이때 5분은 그대로 먹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조리 전 거쳐야 할 전처리 기준이다. 데친 토란은 깨끗한 물에 헹구거나 담가 아린 맛을 뺀 다음 국이나 탕에 넣어 속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
손질 도중 피부가 따갑다면 즉시 토란을 내려놓고 흐르는 물에 손을 충분히 씻는다. 가려움이나 붓기가 계속되거나 조리한 토란을 먹은 뒤 입과 목의 통증, 복통이나 구토 등이 나타나면 섭취를 중단하고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단단한 토란 골라 국·탕·조림으로
신선한 토란은 전체적으로 둥글고 단단하며 껍질이 지나치게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눌렀을 때 물렁하거나 갈라진 것, 머리 부분이 푸르게 변한 것은 피한다. 쉰 냄새가 나거나 갈색으로 변색된 토란도 고르지 않는 편이 좋다.
흙이 묻은 생토란은 씻지 않은 채 종이나 키친타월로 감싸 통풍이 되는 서늘한 곳에 둔다. 토란은 추위와 건조에 약해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하면 물러지거나 상할 수 있다. 이미 껍질을 벗겼다면 오래 두지 말고 바로 조리한다. 한꺼번에 많이 손질했다면 삶아 아린 맛을 제거하고 물기를 뺀 뒤 한 번 먹을 양씩 나눠 냉동하면 편리하다.
토란은 소고기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맑은 토란국에 가장 익숙하게 쓰인다. 들깨가루를 넣어 탕으로 끓이면 부드러운 토란과 고소한 국물이 어우러진다. 전처리한 토란을 간장 양념에 은근히 졸여 조림으로 만들거나, 삶아 으깬 뒤 전이나 크로켓 속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토란은 손질이 번거롭지만 안전한 조리법만 지키면 가을의 맛과 영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식재료다. 맨손 대신 장갑을 끼고, 끓는 물에 5분 이상 삶아 물에 담갔다가 충분히 익히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손과 입의 불편을 줄이면서 오래 이어진 가을 음식의 맛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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