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혁신을 가늠하는 자기관리
Chef Story
맛의 신세계를 창조하는 전통과 인내,
그리고 혁신을 가늠하는 자기관리
일산 아소산 임성중 셰프
일본의 구마모토 현의 동부에 위치한 관광명소인 아소산은 세계 최대의 칼데라(화산의 활동에 의해 생성된 커다란 형태의 지형)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웅대한 외륜산(外輪山)에 둘러싸인 데다가 불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아소산은 아직도 화산활동을 하느라 부글부글 용암을 끓어올리며 황 섞인 연기를 피워 올려 산 정상을 덮고 있다. 10번 방문에 2~3번 정도만 직접 관람이 가능하다는 활화산, 그 태곳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소산 화구가 옮겨진 듯한 일산의 아소산에는 용암처럼 뜨거운 가슴과 심해처럼 차가운 머리를 가진 임성중 총괄셰프가 맛의 신세계를 빚어내고 있다.
소나무와 암석이 적절하게 버무림 되어 태곳적을 빚는다. 손을 대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손끝이 벨 것 같은 맑게 흐르는 물, 잔디 하나하나는 야생과 야수성으로 가득찬 천연 자연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태곳적을 옮겨다 놓은 듯한 그 울창한 천연림에 들어선 사람들의 가슴 떨림과 울림이 빚어내는 조화로 일식전문점 아소산은 하루종일 용암에 들끓는 듯 들썩거린다. 임성중 셰프가 천연 산지에서 직접 공급한 자연 그대로의 맛이 태곳적의 아득한 향연을 펼치며 식객을 행복의 나라로 인도한다.
2층의 정원뷰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미니정원, 3층의 일본식 천연정원 등 하늘과 맞닿은 듯한 정원은 그야말로 식이 거듭나는 현장인 것 같다. 아소산은 앞으로 식문화가 거듭나야 할 경험을 갖추어가고 있는 듯 보이는 식문화의 정령처럼 보인다. 아소산이 많은 매스컴과 영화, 드라마 등의 촬영 장소 등으로 각광받는 것이 인테리어의 기능 때문인 것 같은데 식문화의 체질 개선이나 생태계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듯 하다. 마치 식문화가 맛을 뛰어넘어 멋으로 디자인되는 느낌이다.
"아소산 대표님이 건축에 대한 감각이 뛰어납니다. 손님이 와서 얘깃거리가 되는 장소가 되고,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오고, 그 손자가 다시 자식을 데리고 오는, 그야말로 대대손손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런 인테리어를 결정하게 했습니다. 소품 하나하나, 디자인 하나하나 다 손때가 묻어 있습니다. 모든 것에 얘깃거리가 되도록 하려는 손때입니다. 그래서 소문이 나고, 영화, 드라마 등의 관계자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승승 법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하는 사람들도 놀랄 정도로 고풍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그 고풍이 빚어내는 맛, 그 안에 문화가 생겨나는 거지요. 문화의 생태계가 발현하는 거지요. 모든 것이 문화콘텐츠로 집약되거나 연결되는 시대를 현대에서 겪고 있잖습니까. 시대에 맞는 문화주의자로서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식객과 공감대를 넓힌 것이 또 다른 식문화를 열었다고 봅니다. 보고 이야기하는 식문화 말입니다."
특급호텔 하얏트의 일식조리부 출신으로 일본 도쿄의 하마다스시라는 유명한 스시집에서 수년 간 일본요리를 수행한 임성중 셰프. 15년이 넘도록 아소산의 총괄셰프로 근무하는 등 일식요리의 명장 중의 명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식에 입문하게 된 동기나 이유가 궁금하다.
"섬 출신인데다가 대식구였습니다. 학교로 가려면 목포 쪽의 유학이 유일했습니다. 유학을 할 수 없는 사정으로 조리사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었지요. 하다보니 적성이 맞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리를 개발하는 데 재능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1970년대 말 서울에 올라와 멋모르고 시작한 요리였지만 강하고 체계 있게, 어떤 의미로 힘들게 배웠다는 그는 예전 연탄불로 요리를 하던 시절이라 환경이 좋지도 않아 혹독 그 시절이 간혹 생각난다고 한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양하게 요리 재능을 가꿀 수 있었던 것이 자신에게는 내일을 열어가는 기회가 되었다며 일식 조리사로서의 보람이나 긍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잠깐의 생각 후,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전한다.
"음식의 기본은 소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까 지천으로 깔린 게 소금이었습니다. 그래서 소금을 중요한 자원이라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았지요. 그러다 서울에 와서 보니까 달랐습니다. 병어, 낙지, 민어 등의 뻘을 먹고 자라는 식자재가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식재료의 귀한 맛을 깨닫게 되었지요. 지천으로 깔려있던 질 좋은 식재료를 어릴 때부터 경험하지 못했다면 힘들여서 식재료를 공급하려는 지금의 노력은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조리사의 덕목이 맛을 개발하고,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 궁극적이지만, 재료나 환경에 기여하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질 좋은 원산지 그대로의 재료를 고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입맛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더러 만나게 됩니다. 그때가 가장 큰 보람이지요. 식재료에 대한 즐거움으로 고객과 소통할 때마다 조리사의 행복감을 깨닫게 됩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셰프란 상당히 전도유망한 직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후배 영셰프들에게 귀감과 덕담이 되는 말대신 자신 스스로에게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짐부터 하라고 전한다. 겉으로는 흰 가운을 입고 멋있게 보이지만, 내적 밑바탕에는 정말 피와 눈물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조리사의 세계. 음식 하나하나의 맛에 도달하는 수많은 과정 연마하고, 그 과정을 기꺼이 즐겼여만 좋은 조리사가 되어 자신만의 맛으로 식객을 인도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조리사는 절대로 한 순간에 꾸며지거나 완성되는 직업이 아닙니다. 엄청난 시간과 중노동을 거쳐야만 맛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러려면 체력관리, 자기관리에 엄격해야 하고, 또한 감성적으로 맛을 개발하고, 합리적으로 그 맛을 건강과 연결시켜 판단하는 등 많은 공학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조리사가 건강해야 맛이 건강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맛을 지켜낼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고난을 이겨낸 데 대한 보상이다. 앞으로 남은 그의 조리사 생활 중에 자신만의 맛은 어떻게 변화될 것 같냐는 질문에 "젊은 세대에게 체력관리와 자기관리를 요구한 것처럼 저 역시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칠십 살이 되어도 요리하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배웠던 것으로 요리를 고집하지만은 않을 겁니다."라며 "공유와 교감으로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맛을 구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스스로 답했다.
회도 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 접근해가도록 다른 맛을 구현하고, 식객의 요구와 시대적인 트렌드에 따라 맛도 진화를 전제로 변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마하는 것이 일식 셰프로서의 일생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라는 임성중 셰프. 늘 맛과 소통하고, 건강과 행복에 관계되어 있는, 정체되어 있지 않은 맛을 능동적으로 창조해가는 조리사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눈에 중년의 고개를 넘어가는 수도승의 뒷모습이 읽져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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