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릿과 '다른 종' 섞이기도…남원은 토종 미꾸리 띄운다
[Cook&Chef = 안정호 기자]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추어탕의 계절이 왔다. 미꾸라지를 뜻하는 한자 '추(鰍)'는 물고기를 뜻하는 '魚' 옆에 가을 '秋'를 붙여 쓴다. 가을에 살이 올라 맛이 정점에 달한다는 의미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1일 미꾸라지를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한 바 있다.
추어탕 속 '추어'는 미꾸라지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추어탕 속 미꾸라지가 어디서 왔고, 어떤 미꾸라지인지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잡거나 기른 미꾸라지는 698t이었다. 같은 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수입한 미꾸라지는 8640t으로 국산의 12배가 넘었다. 특히 FTA 체결국에서 수입된 미꾸라지는 지난해 8734t, 올해 상반기 3925t 규모로 모두 중국산이었다.
게다가 미꾸라지라고 다 같은 미꾸라지가 아니다. 미꾸라지가 속한 미꾸릿과에는 다양한 종이 있다. 지난 2022년 한국수산과학회지에 실린 부경대 식품공학과 연구진의 논문은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유전자 판별법을 통해 미꾸라지의 시료를 분석했다. 이 논문에서 조사를 진행한 국내 양식장 5곳의 시료에서는 미꾸라지와 미꾸리만 나왔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던 중국산 3곳의 시료에는 같은 미꾸릿과이지만 해당 연구에서 다른 종으로 판별된 것이 적게는 30%, 많게는 70%가량 섞여 있었다.
물론 엉뚱한 물고기가 섞인 것은 아니다. 같은 미꾸릿과로, 가까운 친척이 섞여 들어온 셈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정확하게 종을 가려내 일부 다른 종이 섞이는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일부 시료만 조사한 연구지만, '추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종이 유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어탕 속 '추어'가 어디서 왔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미꾸라지는 식당에서 원산지를 반드시 밝혀야 하는 수산물 20종 중 하나다. 식당 벽에 붙은 원산지 표시가 추어탕 한 그릇의 국적인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원산지 의무표시를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국산의 입지를 다지려는 움직임도 있다. 추어탕이 유명한 남원시는 토종 미꾸리를 직접 키우는 쪽을 택했다. 미꾸리는 미꾸라지의 사촌뻘로 추어탕의 주재료다. 정의균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내수면산업팀장은 통화에서 "남원은 섬진강 상류라 미꾸리가 많이 난다"면서 "사업 초창기에 남원 추어탕의 주 어종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 보니 미꾸리로 주로 끓였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남원시는 해양수산부 내수면양식단지조성사업과 행정안전부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126억원을 들여 미꾸리 공유양식장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공정률이 80%를 조금 넘었다"며 "연말까지 완공해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문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첫 출하는 내년 4월께부터다. 그는 "치어가 한꺼번에 들어가지 않고 순차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먼저 들어간 곳부터 3~4개월 뒤 조금씩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양식장이 제대로 가동되면 연간 100t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과 거리를 두려는 의지도 보인다. 정 팀장은 "중국산이 들어와 국내산에 조금씩 섞여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다가 한 번씩 사고가 터지면 추어탕 업소들이 상당히 피해를 본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종 자체를 미꾸리로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산이 장악한 미꾸라지 대신 토종 미꾸리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입산이 열에 아홉을 넘는 시장에서 토종 미꾸리 양식은 추어탕 한 그릇의 국적을 되찾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가을(秋)을 품은 물고기(魚)라는 이름은 그대로다. 달라진 건 그 물고기가 건너온 거리다. 깊어지는 가을, 추어탕 앞에서 원산지 표시에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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