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수요와 현지화 전략으로 국내 상권 공략에 속도
[Cook&Chef = 허지은 기자] 하이디라오코리아의 연 매출 1,000억 원 돌파,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의 전국 560개 매장, 서울 진출 5개월 만에 9호점을 연 차지. 중국계 외식 프랜차이즈, 이른바 'C-프랜차이즈'가 한국에서 써 내려가고 있는 숫자다. 긴 대기 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확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그 이면에 있는 포화 상태에 이른 중국 본토 시장, 달라진 국내 수요 기반, 침체한 국내 외식업이라는 세 가지 배경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토는 포화, 출구는 해외로
C-프랜차이즈가 바다를 건너온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본토 사정이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음료 프랜차이즈 미쉐빙청의 본토 점포는 4만 8천여 개에 이른다. 중국 국가통계국 기준 사회소비재 소매총액 증가율은 2024년 3.5%로, 전년(7.2%)의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 포화를 풀 출구가 된다. 전문가들은 중화권을 제외하면 한국이 글로벌 성패를 가늠해볼 시험대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2025년 말 기준 10개국에서 7,453개 매장을 운영하는 차지가 한국을 글로벌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안에서 커진 수요 기반
수요 쪽 변화도 뚜렷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국인은 지난 7월 기준 102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이후 다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눈에 띄는 것은 구성이다. 영주권자와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가 약 62만 명으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잠시 머무는 방문객이 아니라 일상을 꾸리는 장기 거주자가 늘면서 이들이 찾는 익숙한 맛이 안정적인 고정 수요가 됐다. 유학생 증가와 단체 관광객 대상 상호 무비자 정책이 교류를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소비층은 중국인 커뮤니티 안에 머물지 않는다. 차지는 지난 4월 강남·용산·신촌 3곳에서 출발해 롯데월드점, 지난 달 서울대입구역에 10호점을 냈다. 중국인 밀집 지역을 벗어나 한국의 젊은 층과 가족 방문객이 몰리는 상권을 겨냥한 행보다.
움츠러든 국내 외식업과 엇갈린 성적표
국내 외식업의 사정은 대조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을 보면 2024년 외식업 개점률은 18.2%로 전년(21.5%)보다 낮아졌고, 폐점률은 15.8%로 전년(14.9%)보다 높아졌다. 새로 여는 매장의 비중은 줄고 문을 닫는 매장의 비중은 늘었다.
C-프랜차이즈의 성적표는 반대 방향이다. 하이디라오코리아의 2025년 매출은 1,177억 원으로 전년보다 50.9% 늘었고, 영업이익은 110억 원에서 202억 원으로 뛰었다. 2020년 140억 원과 비교하면 5년 새 8배를 넘는다. 매장이 11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낸 성과다. 탕화쿵푸는 2022년 329개였던 매장을 2024년 494개, 올해 3월 560개 이상으로 늘렸고, 매출은 2022년 87억 원에서 2024년 222억 원, 2025년 255억 원으로 불어났다. 음료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한경에이셀 분석에서 미쉐빙청의 올해 1~5월 신용카드 결제액은 1년 전보다 138% 뛰었고, 프리미엄 브랜드 헤이티도 10% 늘었다.
현지화와 채널 확장, 2·3세대의 전략
1세대가 훠궈와 마라탕으로 길을 닦았다면 2·3세대는 현지화와 채널 다변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차지는 지난 6월 국내 진출 후 처음으로 한국 한정 메뉴 5종을 내놨고 가격대도 4,900~6,300원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와 비슷하게 맞췄다. 헤이티는 '두바이 쫀득 모찌 초콜릿'처럼 한국 소비자 취향을 겨냥한 메뉴를 선보였다.
채널도 달라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하이디라오는 이달 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1인 전용 훠궈 브랜드 '훠궈 하이파이브' 첫 매장을 열었고 이달 말 롯데몰 청량리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차지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차백도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대전점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매장을 냈다. 장기 임대차가 필요한 백화점 정규 매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팝업 단계를 넘어 상업시설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남은 변수는 유행 이후
변수도 남아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표체류 중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선 지금도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는 28%에 머문다고 전했다. 건강보험 이용과 입국 정책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 범죄 사건에 대한 우려가 반중 정서를 이어가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일부 소비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차지코리아는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며 빠른 확장보다 안정적인 정착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C-프랜차이즈의 흥행은 특정 메뉴의 매력이라기보다, 포화된 본토에서 밀려 나온 공급과 한국 안에서 커진 수요, 그리고 위축된 국내 외식업이 남긴 빈자리가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이제 관건은 새로움이 가신 뒤에도 단골을 붙잡을 수 있느냐다. 현지화와 백화점 입점은 그 시험의 첫 답안이다.
Cook&Chef /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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