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노고은 요리연구가] 냉장고를 열어보면 한 끼를 차리기에는 조금 애매하게 남은 식재료들이 눈에 띌 때가 있다. 반찬통에 남은 김치와 떡국을 끓이고 두어 줌 남겨둔 조랭이떡처럼 말이다. 냉장고 정리를 미루다 보면 이런 자투리 재료들은 어느새 뒤편으로 밀려나 잊히거나, 결국 버려지기 쉽다. 하지만 따로 보면 평범한 재료도 서로 만나면 전혀 새로운 한 끼가 될 수 있다.
이번 ‘노장금의 자투리 집밥’은 김치와 조랭이떡으로 만드는 ‘조랭이떡 김치그라탱’이다. 김치의 새콤하고 매콤한 맛에 조랭이떡의 쫄깃한 식감, 치즈의 고소한 풍미를 더한 메뉴다. 익숙한 한식 재료를 서양식 그라탱으로 풀어내 남녀노소 두루 즐기기 좋다. 떡국과 밑반찬이라는 익숙한 자리에 머물던 두 재료가 오븐 속에서 만나면 제법 색다른 요리로 변신한다.
조랭이떡은 개성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잘 알려진 떡으로, 가운데가 잘록한 독특한 모양이 특징이다. 작은 크기와 쫄깃한 식감 덕분에 떡국뿐 아니라 볶음이나 전골, 간식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무엇보다 한입에 먹기 좋은 앙증맞은 모양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하다.
여기에 짝을 이루는 김치는 발효가 진행될수록 신맛과 감칠맛이 깊어지는 식재료다. 잘 익은 김치를 버터에 볶아 신맛의 날카로움을 부드럽게 하고, 토마토소스와 굴소스를 더하면 익숙한 김치볶음이나 김치찌개와는 또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말랑하고 쫄깃한 조랭이떡과 고소하게 녹아내린 치즈가 어우러지면서 한식과 양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완성된다.
자투리 집밥은 새로운 재료를 잔뜩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김치는 찌개나 볶음밥에, 조랭이떡은 떡국에만 사용한다는 익숙한 공식에서 벗어나면 활용할 수 있는 요리는 훨씬 많아진다. 냉장고 속에 남아 있는 재료의 새로운 쓰임을 궁리하다 보면 별도의 장보기 없이도 충분히 근사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조랭이떡 김치그라탱은 평일 저녁 한 끼는 물론 간식이나 가벼운 홈파티 메뉴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작은 내열 용기에 나누어 담아 구우면 1인용 미니 그라탱으로 만들 수 있어 손님상이나 아이들 간식으로 내기에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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