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한 잔의 온도가 마음과 장까지 바꿔놓는다는 과학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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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 송채연 기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요즘에도 차가운 '아이스' 음료를 고집하는 이른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가 여전히 많다. 그런 이들에게 최근 건강 경고등이 켜졌다. 단순한 취향으로 여겨지던 ‘음식의 온도’가 생각보다 깊고 넓게, 우리의 정신 건강과 소화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음식과 음료의 온도가 불안, 불면, 복부 팽만감 등 다양한 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미국에 거주하는 18~65세 아시아인 212명과 백인 2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1년간의 식습관, 음료 섭취 온도, 정신 건강 상태, 소화기 증상 등에 관한 설문에 응답했다.
차가운 음료, 불안과 불면의 연결고리
연구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다. 특히 아시아인 참가자들의 경우, 여름철 차가운 음료를 자주 마실수록 불안감이 높아지고 수면 질이 떨어지며 복부 팽만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단순히 체온이 떨어지는 문제를 넘어, 자율신경계의 균형과 소화기관의 기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냉장 음료나 얼음을 넣은 음료를 자주 마신 그룹은 수면 시간이 짧고 깊은 수면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위장 운동 속도가 느려져 복부 팽만을 자주 경험했다. 특히 평소 손발이 차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따뜻한 음식이 만든 긍정적 변화
반대로 백인 참가자들은 겨울철 따뜻한 음료를 자주 섭취했을 때 우울감이 감소하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나 차처럼 40도 이상의 따뜻한 음료가 몸속 혈류 순환을 돕고 장운동을 촉진해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정신적 안정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온 이하의 샐러드, 초밥, 콜드 샌드위치 등을 자주 먹은 그룹보다 따뜻한 밥, 국물 요리, 익힌 채소를 곁들인 식사를 한 그룹이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을 덜 호소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결과는 우리가 흔히 간과해온 ‘음식의 온도’가 몸속 리듬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온도의 선택’이 만드는 건강 습관
이번 연구는 일상 속 작은 습관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팀은 “음식과 음료의 온도는 누구나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건강 변수”라며 “계절과 체질, 신체 상태에 맞춰 온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불안, 불면, 소화 장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일교차가 큰 가을과 초겨울에는 차가운 음료 대신 따뜻한 차나 미지근한 물, 익힌 채소를 곁들인 식단으로 몸의 온도 리듬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한 모금’과 먹는 ‘한 숟갈’이 마음과 장 건강, 더 나아가 삶의 질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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