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이경엽 기자] 줄을 서는 사람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 그러나 지난여름 그 화려한 이미지 뒤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쓰러졌다. 입사 14개월 차였던 26세 제빵사는 지점 이동을 반복하며 주 70~80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이어온 끝에 근무 중 쓰러져 결국 숨을 거두었다. 아직 사망 원인이 공식적으로 ‘과로사’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족과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산재 신청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베이커리 산업 전체가 노동을 원가 절감의 수단으로 삼아 성장해온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며, 우리는 그 본질을 마주해야 한다.
■ “그 빵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
런베뮤는 ‘감성 인테리어’와 ‘유럽식 베이글’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겨냥한 브랜드다. 하지만 그 ‘취향의 빛’은 누군가의 건강과 삶을 대가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 업무일지와 동료 증언에 따르면 사망한 청년은 새벽에 출근해 12시간 이상 일하고, 지점 상황에 따라 타지역으로 재배치되며, 사실상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노동계는 이를 “프랜차이즈 구조 하에서 본사 이익을 최우선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로열티와 원재료 유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반면 가맹점은 매출 변동, 임대료, 인건비 부담을 떠안는다. 그리고 그 압박의 최종 종착지는 현장에서 빵을 굽는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를 최소 인원으로 유지하고, 남은 인력은 “열정”과 “꿈”이라는 이름으로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것이다. 화려한 브랜드 스토리는 존재했지만, 그 이야기는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완성된 허상일 수 있다.
■ 맛은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맛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종종 ‘맛있는 빵’을 평가할 때, 반죽의 질감과 버터의 향을 말한다. 그러나 음식의 맛은 재료가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상태에서 결정된다. 반죽을 치는 손이 지쳐 있고, 빵을 굽는 사람의 폐가 제대로 숨 쉬지 못하고 있다면, 그 빵은 이미 태생부터 병들어 있다. 빵은 영양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며, 노동의 숨결을 닮는다. 그렇다면 그 노동이 존중받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 빵을 진정한 음식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사건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빵의 모양을 소비하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과로와 고통을 함께 소비하고 있는가.
■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런베뮤 사망 사건은 특정 기업 하나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K-푸드가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할 질문이다. 노동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브랜드가 만든 음식이 세계인의 식탁 위에 오른다면, 그 맛은 과연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제 소비자는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이 빵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가
이 브랜드는 노동자의 권리를 공개하고 있는가
나는 맛이 아니라 윤리를 기준으로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소비자의 선택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투표이며,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선언이다.
■ 윤리 없는 빵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
지금은 한 기업의 위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산업 전체에 다가오는 전환의 신호다. 세계 식품 시장은 이미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요구하고 있다. 음식의 본질은 ‘맛’이 아니라 ‘사람’이며, 노동의 존엄을 잃은 산업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빵은 매일 구워지지만, 그 빵을 만드는 사람의 삶은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베이커리 산업이 진정한 K-푸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화려한 매장 인테리어보다 먼저 노동의 기본권을 갖춘 작업장이 존재해야 한다.
빵의 맛은 반죽이 아니라 노동의 존엄에서 나온다.
노동이 병든 곳에서 구워진 빵은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지지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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