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계의 든든한 초석으로‘
Interview
‘조리인의 정체성을 아는 우직함으로,
조리계의 든든한 초석으로‘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오석태 교수
(사)한국조리학회 전임회장인 우송대 오석태 교수를 대전에서 만났다. 1987년부터 그랜드힐튼과 리츠칼튼호텔 등에서 조리장을 지냈고 초당대 교수, 미국 존슨앤드웨일스대 교환교수 등을 거쳐 2001년부터 우송대에서 몸담아왔다. 단정함 속에 감추어진 엄격하고 단단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오석태 교수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월 ‘WCA 국제 요리 아카데미’ 개원식에서였다. 지인들 위주로 30~40명이 모인 아담한 행사였지만 진행자가 있었으면 하는 순간, 오석태 교수가 사회자로 나서 손님들을 소개하고 주최 측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재치로 그날 행사는 더욱 빛났다. 다시 만난 오석태 교수는 그때의 재치와 낭랑한 목소리는 가라앉고 교수로서의 엄격함과 진지함이 더해졌다. 늘 꾸준한 우직함도 순간순간 비쳤다. 14년 전 우송대 외식조리학부가 신설되면서 우송대와 인연을 맺어 12년 동안 외식조리학부장을 맡고 있다. 학부장, 교수 자리가 이제 편안해지고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일, 긴장하는 순간
“신학기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1월부터 3월을 가장 바쁘게 보냅니다. 신학기가 시작하면 잠깐 정신 차리다 보면 벌써 여름이 되더라고요.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와 적응하는 시기라 이 시기는 늘 긴장하고 바쁘게 지냅니다.”
제자들을 맞이하는 일은 10년이 지나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고 오석태 교수는 말했다. 혼자 잘하는 제자보다는 부족한 제자에게 더 신경을 쓴다는 오석태 교수. 사제지간도 부자지간과 마찬가지라는 오 교수.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제자들은 교수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교수실에 들어오려면 용기가 필요했다는 제자의 말을 듣고 지난해,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상담할 정도로 그는 제자들을 꼼꼼히 챙긴다.
화려한 음식 만드는 기술보다 기본을 가르치고자
“대학에 처음 왔을 때는 제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은 의욕이 앞섰지요. 호텔에서 만들었던 음식 만드는 법을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했어요.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니까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려한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조리의 기본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조리의 기본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려고 노력했던 오 교수는 교단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와 평가 도구, 즉 교육을 틀을 갖추고자 흐트러짐 없이 같은 길을 걸었다. 그동안 교육의 틀을 완성하였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직도 멀었다.”라고 답했다.
프랑스 요리 중 찬 요리인 가드망저가 주 전공인 오석태 교수. 그랜드힐튼과 리츠칼튼호텔 조리장으로 지낼 때 그저 평범한 조리장으로 기억한다. 리츠칼튼 호텔에서 일하던 96년도에, 독일 요리올림픽에 다녀왔는데, 그때 여러 대학에서 조리학과가 생기던 차에 교수 제의가 와서 호텔에서 대학으로 삶의 공간을 옮기게 된다. 스스로 교수가 될 줄은 상상도 못해본 일, ‘시대 운’이 타고난 셈이다.
전집 출판물 세일즈맨 자처하며 방황하던 시절도
늘 반듯해 보이는 오석태 교수지만 그도 방황할 때도 있었다. 조리사로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요리’가 싫어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전집을 파는 세일즈맨을 한 적이 있다. 대학에 처음 왔을 때, 이것저것 미완성인 시절에 학교 측에서 시설공사 등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자, 강력하게 항의하고 스스로 힘들었던 적도 있다. 그때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김충오 교수의 ‘대학에서는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봉사 삼 년을 살아라.’라는 조언을 떠올리며 참았다.
조리의 시작, 바른 자세와 인간관계부터
“학생들에게 한국인 조리사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두 번째로는 조리사로서 자세를 바르게 할 것, 세 번째로는 사람관계를 잘 맺으라고 주문합니다. 관계를 잘 맺으려면 인사를 잘해야 마음이 열린다고 말해줍니다. 아무리 화려한 음식도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가치가 없듯이, 이를 만드는 조리사도 기본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죠.”
오석태 교수는 정체성이란 한국인이라는 국가관까지 포함하는 의미라고 힘줘서 강조한다. 바른 자세의 시작은 조리사 복장을 잘 입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반복한다. 오 교수 또한,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안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시기
“어떤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지 않고 판단을 하는 것은 빠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모든 것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자기 스스로 변화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을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해야죠.”
이제 시야가 넓어졌구나 하고 안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을 아는 오 교수는 그래서 새로운 것을 취하려 국내는 물론 해외 현장을 자주 찾는다. 같은 곳에 가더라고 그전과 다르더라고 덧붙였다.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라는 말을 되뇌며 그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평소, 도전을 즐기고 호기심이 충만한 편이다.
조리분야의 기본 틀을 짜는데 일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조리분야가 아직은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생각합니다. 기본 틀을 만드는데 앞으로 저의 능력을 쏟고 싶습니다. 그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런 시기가 온다면 경제적으로, 혹은 나의 지식을 보탤 것입니다.”
기본을 강조했던 오 교수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한국 조리계의 기본을 단단히 세우는 일이라고 답했다. 튀지 않으려 자세를 낮추고 꾸준히 조리인의 길을 걸었던 오석태 교수. 그의 단정한 멋스러움이 한국 조리계에 단단한 초석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우송대 외식조리학부장으로서 중점 사업에 대해 한마디로 압축해 설명했다.
“아시아의 조리 허브로 구축 중입니다. 국내로 시야를 제한하지 않고 아시아 최고의 조리교육 허브를 만들고자 실행 중입니다. 그 중 하나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수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우송대의 최고의 강점은 훌륭한 실습실보다 ‘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학생들을 단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 인성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조리인으로 아름다운 정신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 미래의 식품산업에 종사할 학생들이기에 누구보다도 올곧은 정신과 인성이 우선이라고 오 학부장은 강조한다. 졸업생들은 주로 호텔과 전문 레스토랑, 창업 쪽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우송대 외식조리학부는 중등 교사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올 해 4명이 임용고시에 합격하였으며 총 15명의 교사를 배출했다.
“올해는 대학특성화 평가 등 여러 굵직한 과제가 있어 꼼꼼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두에 있다고 자만하지 않고 항상 새롭게 움직여야 계속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성장을 멈추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외식조리학부를 만들겠습니다.”
학부장으로서 새로운 과제를 향해 늘 전진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힌 오석태 교수의 진지한 눈빛에서 새 봄을 만개를 준비하는 청매화의 새순처럼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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