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정영숙 칼럼니스트] 약이 되게 음식을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면서도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 동양의학적인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그저 여기저기서 약물에 관한 것, 처방에 관한 것 등 한의학에 관한 토막 지식만을 배워서는 십년이 지나도 동양의학적인 인식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 과학적인 합리적 사고로 교육을 받아 왔고 모든 생각이 그렇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의 문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바를 느껴야만 한다. 장자가 말했듯이, 달을 가리키기 위하여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 손가락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달이 중요한 것이다. 토끼를 잡기 위하여 덫을 놓지만 그 덫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토끼가 중요한 것이다. 뜻을 전달하기 위하여 말을 하지만 그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전달된 뜻이 중요한 것이다. 의학의 목표가 의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 음식으로 약처럼 쓰는 방법은 그 보다 한 걸음 목표를 향하여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생제의 발견이 질병 퇴치에 공헌한 바가 많지만 오늘날 범람하는 항생제 공해 또한 심각하다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곳에 남용되어 환자의 저항능력만 떨어뜨려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세균도 항생제 앞에서 더 이상 수그러들지 않고 더 기세 당당하게 극렬해진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자연의 순리가 결국 ‘ 나 자신’으로부터 모든 질병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사소한 질환에 약을 남용하는 그 근본적인 원인은 모든 고통을 싫어하고 우선 편안하고 보자는 안이란 생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시련을 겪어야 강인해진다는 원리로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우리가 하는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와 연관되는 외부의 조건들을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외부의 조건들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그들이 상대해야 할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들 혼자서 그 가치를 지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를 괴롭히는 그 조건들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이기적인 생각만 떨치고 보면 온통 자기 자신이 책임이라는 냉엄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첫 번째 조건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자연과 하나가 될 때 가장 조화로워지고 큰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깊은 사유와 통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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