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DHA·콘드로이틴 풍부해 혈관·관절 건강 식품으로 재조명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가수 박지현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홍어를 직접 손질해 만든 ‘목포 수라상 도시락’을 선보이면서, 연일 홍어가 화제다. 강렬한 냄새와 호불호가 극명한 식재료지만, 제대로 삭혀 낸 한 점이 식탁 위 건강식으로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어류학서인 ‘자산어보’에서 이미 “장을 깨끗이 하고 술독을 푼다”고 기록될 만큼 오래전부터 효능이 알려진 홍어가 현대 영양학과 만나 어떤 가치를 갖게 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고단백·저지방에 EPA·DHA까지…혈관과 관절을 돕는 수산물
홍어는 100g당 열량이 80kcal대에 불과한 저열량 식품이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체중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힌다. 근육과 피부, 장기 조직을 이루는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칼로리 부담이 적어 다이어트 식단이나 고단백·저지방 식단에 적합하다.
특히 홍어의 살과 간, 이른바 ‘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EPA(에이코사펜타엔산)와 DHA(도코사헥사엔산)가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혈액 속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전(피떡) 형성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히 섭취하면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고, 뇌 기능 유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골 조직에 많이 존재하는 황산 콘드로이틴도 주목할 만하다. 홍어 뼈와 연골에는 칼슘과 함께 콘드로이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관절 건강 식품으로 추천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콘드로이틴은 관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이를 보충해주면 관절 마찰을 줄이고 퇴행성 관절염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어 뼈째 찜, 탕 요리를 즐기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비타민 B군, 비타민 E, 아연·철분·칼륨·칼슘 등 미네랄도 고르게 들어 있어 피로 회복과 면역력 유지, 빈혈 예방, 뼈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저열량이지만 영양 밀도는 높은 ‘알짜’ 수산물인 셈이다.
삭힘이 더하는 발효 효과…위·장 청소 돕는 알칼리성 식품
홍어의 또 다른 특징은 ‘삭힌’ 상태로 즐긴다는 점이다. 내장과 살에 남아 있는 요소가 발효 과정에서 분해되면서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지만, 동시에 강알칼리성을 띠게 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와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산성 쪽으로 기울기 쉬운데, 알칼리성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면 체내 산‧염기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래전부터 홍어는 술상을 책임지는 안주로도 유명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홍어가 장을 깨끗하게 하고 술독을 풀어준다고 기록했는데,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단백질과 아미노산,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기산이 간 기능과 장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삭힌 홍어에는 각종 유산균과 효소가 늘어나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배변 활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숙취 해소 음식으로도 자주 언급된다.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소모되는 영양소를 보충해주고, 발효 과정에서 생긴 알칼리성 성분이 위산을 중화해 속쓰림을 완화한다는 설명이다. 남도 지역에서 홍어삼합이 잦은 술자리의 단골 메뉴가 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알칼리성이 무조건 많이 섭취할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지나치게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날 정도로 과도하게 삭힌 홍어는 위가 약한 사람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메스꺼움·두통·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방식처럼 충분히 삭힌 뒤 남은 수분을 빼 자극을 줄인 홍어를 적당량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열량 별미지만 체질 따라 주의도 필요
홍어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가 제철로 꼽힌다. 살을 눌렀을 때 단단하고 탄력이 느껴지며 비린내가 적은 것이 좋은 홍어다. 회로 즐길 때는 날개살의 두툼한 부분이 가장 인기 있으며, 남은 부위는 찜·전·탕으로 활용한다. 살과 뼈, 내장까지 버릴 곳이 거의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만능 건강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홍어를 차가운 성질을 가진 식품으로 보는데, 평소 속이 냉하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과량 섭취 시 복통이나 설사를 겪을 수 있다. 또 삭힌 홍어는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 환자나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신 초기의 임산부, 소화 기능이 떨어진 노약자 역시 섭취 전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섭취량은 1회 식사에서 회 기준 100g 내외, 탕이나 찜 요리에서는 다른 재료와 함께 구성해 한 끼 반찬으로 즐기는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겨울이 다가오며 몸이 찬바람에 움츠러들기 쉬운 시기, 제대로 숙성된 홍어 한 점을 밥상에 올려 보는 건 어떨까. 오래된 남도 별미가 알고 보면 몸속을 챙겨주는 ‘건강한 한 접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만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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