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길라떼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 도시는 자연스럽게 '홀리데이 무드'로 물든다. 올해는 특히 외식·간편식 브랜드들이 앞다퉈 크리스마스 한정 메뉴를 내놓으며, 식탁 위에서도 치열한 연말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을 찾지 않는다. 사진을 남기고, 기분을 바꾸고, 한 해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을 치르는 공간을 찾는다.
맥도날드의 홀리데이 버거부터 한솥의 연말 도시락, BBQ의 '파리 감성' 치킨까지. 서로 다른 브랜드들이 겨냥하는 것은 결국 같다. "올해 크리스마스, 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비자의 마음이다.
연말 메뉴 경쟁의 선두에는 언제나 패스트푸드가 있다. 맥도날드는 올해도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트러플 치즈 버거를 앞세워 미식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버터 향이 강조된 브리오슈 번, 트러플 풍미 소스, 두툼한 패티 조합으로 "패스트푸드도 연말에는 조금 더 특별해야 한다"는 욕구를 건드린다.
한정 패키지, 홀리데이 컵, 매장 내 크리스마스 장식이 더해지면 경험은 단순한 '버거 식사'에서 '연말 이벤트'로 전환된다. 소비자는 세트 하나를 먹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연말 분위기를 소비한 셈이 된다.
한솥도시락은 또 다른 방향에서 연말을 공략한다. 오피스가 밀집한 상권과 배달 수요를 겨냥한 '홀리데이 스페셜 도시락'이 대표적이다. 스테이크, 함박, 새우튀김, 로스트 치킨 등 서양식 요소를 도시락 포맷 안에 담아낸 구성은 "점심시간에도 연말 기분을 내고 싶다"는 직장인의 마음을 겨냥한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크리스마스 한 상을 즐기려는 소비자에게 도시락은 꽤 실용적인 선택지다.
연말 전쟁의 무대는 이제 치킨집까지 확장됐다. 제너시스BBQ 그룹의 플래그십 매장 'BBQ 빌리지 송리단길점'은 아예 매장 전체를 파리의 크리스마스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BBQ는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FKCCI)와 손잡고 '홀리데이 인 파리'라는 이름의 한정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국내 F&B 업계에서 FKCCI와의 공식 협업으로 연말 콘셉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펠탑과 개선문 그래픽, 앤티크 골드 프레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포토존까지.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울 송리단길이 아닌 파리의 겨울 거리로 순간이동한 듯한 공간 연출을 완성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프랑스 요리대회 '라 포엘 도르' 진행자로 얼굴을 알린 배우 막심 컹퓨스(Maxime Campus)도 이곳을 찾았다. 그는 주한 프랑스인 지인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해 메뉴와 공간을 체험한 뒤 "서울에서 모국의 연말 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프랑스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큼 정교한 기획"이라고 평가했다.
BBQ 측에 따르면 '홀리데이 인 파리' 관련 글로벌 인플루언서 후기의 누적 조회수는 이미 1,000만을 돌파했다. 연말 시즌을 앞두고 매장 예약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Q 빌리지 송리단길점의 전략은 단순히 인테리어를 꾸미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메뉴 자체를 '프렌치 홀리데이'로 재해석해 경험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프로모션 메뉴는 베르사유 애프터눈티 세트, 빠리치킨 플래터, 카페 구르망 세트, 샹젤리제 브런치 세트, 뱅쇼 등으로 구성됐다. 5성급 호텔 출신 셰프와 파티셰가 참여해 치킨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선 구성을 시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베르사유 애프터눈티 세트는 디저트와 티, 가벼운 스낵을 층층이 올린 클래식 티 트레이로 제공된다. 치킨집에서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낯선 조합이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인스타그래머블'한 경험을 만든다. 빠리치킨 플래터는 프렌치 허브와 소스를 활용해 기존 후라이드·양념 치킨과 다른 풍미를 제안한다.
따뜻한 향신료와 와인으로 만든 뱅쇼는 겨울 파리의 노엘 마르셰(크리스마스 마켓)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다. 한 손에는 치킨, 다른 한 손에는 뱅쇼를 든 채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풍경은, BBQ가 겨냥한 정확한 연말 소비자의 모습이다.
연말 외식 시장의 특징은 극명한 양극화다. 한쪽에서는 '인증샷 명소'를 찾아 나서는 소비자가, 다른 쪽에서는 "차라리 집에서 먹는다"를 선택한 홈파티족이 늘고 있다. 외식 물가 인상과 경기 불안 속에서, 집에서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이 지점에서 간편식(HMR)과 배달 치킨, 프랜차이즈 도시락 브랜드의 역할이 커진다. 한솥의 홀리데이 도시락, 배달 치킨 브랜드의 파티 박스, 프리미엄 HMR 로스트 치킨과 라자냐, 냉동 디저트까지. 거실 테이블 하나만 있으면, 어느 정도의 '레스토랑 퀄리티' 식탁이 완성된다.
반대로 BBQ 송리단길점처럼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 매장은 "연말에 한 번쯤은 나가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한다. 다만 그 방문 횟수는 예전보다 줄었고, 대신 '한 번 갈 때 제대로'라는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 홀리데이 메뉴 경쟁은 단순한 계절 장사가 아니다.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지향하는지, 소비자가 어떤 감정을 소비하고 싶은지 드러내는 거울에 가깝다. 맥도날드는 트러플, 치즈, 브리오슈 같은 키워드를 통해 '패스트푸드도 미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솥은 도시락이라는 포맷 안에서 연말의 풍성함을 구현하며 '가성비 있는 행복'을 제안한다.
BBQ는 치킨 브랜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간과 문화'를 파는 브랜드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파리의 연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공간과 메뉴, 글로벌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디지털 파급력은 K-치킨이 지향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모든 경쟁은 결국 반가운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크리스마스에 뭐 먹지?"라는 질문에, 선택지는 어느 해보다 넓어졌다.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파리의 연말을 맛보고, 점심 도시락으로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고, 저녁에는 집에서 간편식으로 홈파티를 열 수 있는 시대다. 연말 메뉴 전쟁의 승자는 어쩌면, 이 다양한 선택지 사이를 가볍게 오가며 '먹는 즐거움'을 가장 잘 누리는 소비자일지도 모른다.
Cook&Chef / 길라떼 기자 cnc02@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