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석유화학의 부산물인 플라스틱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플라스틱이 몸에 해롭다는 말이 상식에 속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생활 속에서는 너무도 많은 곳에 석유화학 플라스틱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각종 비닐봉지, 쿠킹랩, 음식 포장지, 그리고 의류, 이불, 벽지, 포장 박스에 플라스틱이 코팅되어 있습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인터뷰 중에서 /
ENVIRONMENT INTERVIEW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도 이제 친환경제품을 사용해야 ...
(주)성은바이오 송석근 대표
"좋은 플라스틱은 없다"
(주)성은바이오 송석근 대표의 말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플라스틱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몸과 환경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게다가 플라스틱이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어 우리 곁에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송석근 대표가 설립한 (주)성은바이오는 일찍부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연구개발해 온 국내 최초 친환경 업체로서 섬유업으로 출발해 환경과 건강이 사회적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 지난 2005년 친환경 분야가 회사의 지향점이라고 판단한 송 대표의 결단에 의해 거듭난 중소기업이다. 현재는 친환경 종이컵과 용기들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저 역시 친환경에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생활수준 올라가면서 사회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죠. 건강을 얘기하고, 환경을 얘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남보다 한 발 앞서서 친환경사업으로 전환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업적인 판단도 있었지만 보람도 뒤따를 거라 믿었던 겁니다.”
이후 송 대표는 사업방향을 전환하면서 화학적 부산물인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이 우리 일상에 녹아 있는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생활용품 연구개발에 몰두한다. 설명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폐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우선 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인 환경호르몬 등은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각종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을 일으킨다. 그리고 플라스틱 폐기물은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고 미세하게 쪼개진다. 그래서 최근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오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연에서 생분해되어 사라지지 않는 탓에 환경뿐 아니라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체와 자연환경 전반에 치명적인 플라스틱은 현대사회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플라스틱은 그 종류 또한 헤아릴 수 없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컵이나 제과점의 포장지는 물론이고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가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에 담겨 우리 입 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즉석요리가 담긴 종이 용기도 대개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겉만 종이일 뿐 사실상 플라스틱인 것이다.
물론 일회용 용기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이 미량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해서 안전하다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플라스틱 사용이 지속된다면 인체뿐 아니라 자연환경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몇몇 식품회사에서 전자레인지에서도 안전한 용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고,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는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활용에 대한 정보 부족과 인식의 한계라 해도 틀리지 않다.
2005년 당시 송 대표가 친환경 소재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지만 국내에는 그것을 다룰 만한 기반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해외에서 개발된 친환경 소재를 들여온다 해도 활용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국내 시설들은 모두 화학적 소재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친환경 소재에 주목해 일부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결국 사업을 접는 상황이 이어졌다.
송 대표는 관심을 보이며 접촉해오는 몇몇 대기업들과 자신이 어렵사리 연구한 자료들을 공유했지만 대기업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고는 곧 등을 돌렸다.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에 대기업 납품을 목적으로 시작한 친환경 사업이 연구자료 등 정보만 건네주고 이용만 당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에코 인(ECO-IN)이란?
(주)성은바이오는 지난 2009년 자체 개발한 ECO-IN PAPER에 대한 FDA 승인을 받았다. 에코인 종이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젖산, 즉 ‘PLA(Poly Lactic Acid)로 코팅된 종이를 말한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종이컵이나 종이용기는 석유화학 추출물인 폴리에틸렌(PE)를 주원료로 코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주)성은바이오에서 생산되는 종이컵이나 용기는 앞서 언급한 식물성 젖산으로 코팅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연상태에서 생분해되는 탓에 환경적으로도 안전하며, 소각을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이곳의 원료는 서울대와 가천대 등이 수술시 사용되는 수술용 실의 원료로 구입할 정도로 안전성은 이미 공인되었다고 한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일회용 제품으로 이 회사의 제품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중소업체라는 한계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소재가 주제가 되는 사회
한때 일회용 컵 유해물질 논란으로 정부의 규제 소식이 알려지며 한 식품업체에서 거래를 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그마저도 무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에 굳이 고비용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건 시장경제에 오히려 좋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해 사업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송 대표가 대형 마트 등을 통한 판매를 시도한 적도 있지만 결국 이와 같은 시장논리에 밀려 포기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붕에 얹던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죠. 종이컵도 마찬가집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비닐냄새가 나는데, 누구도 인식하지 않습니다.”
현재 ‘친환경의무구매’라는 법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강제성 없고, 권고사항 정도로만 존재해 있으나 마나한 법이라는 게 송 대표의 푸념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이나 호텔 등에서 성은바이오 제품을 소량씩 구매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한다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아 큰 의미는 없다.
송 대표의 진단처럼 아직 우리 사회 전반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인식이 변화되기만을 기다리다가는 화학적 플라스틱의 폐해는 심각해져만 갈 게 뻔하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신념을 갖고 오랫동안 어렵게 친환경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성은바이오와 같은 기업을 고사시킬 것이다. 결국 현재 권고사항에 머무르고 있는 법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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