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선도 관리 소홀하면 독이 된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입동(立冬)’이 왔다. 겨울의 문턱에 서면 겨울의 맛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때 가장 반가운 손님이 바로 ‘굴’이다.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가 제철인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통영과 거제 등 남해안에서는 본격적인 채취가 시작돼 전국으로 공급되고, 김장철과 맞물려 식탁의 중심에 오른다. 그러나 굴은 풍부한 영양만큼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식재료다. 제대로 알고 먹지 않으면 건강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면역 높이고 뇌 깨우는 바다의 보약
굴 한입에는 바다의 생명이 응축돼 있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A·B·C, 철분, 아연, 칼슘이 고루 들어 있으며, 불포화지방산도 풍부하다. 특히 아연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핵심 성분이다.
브래드 라이스펠드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명예교수는 “굴의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동시에 뇌세포를 활성화시킵니다. 겨울철 피로 회복과 기억력 개선에 특히 효과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굴에 다량 들어 있는 타우린은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며, 철분과 구리는 혈액 생성과 순환을 돕는다. 칼슘과 비타민 D는 뼈 건강을 지켜주고, 항산화 성분은 피부 노화를 늦춘다. 지방이 적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굴의 효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신선도’가 관건이다. 노로바이러스나 기생충 감염 위험이 있어 반드시 ‘생식용’ 표시가 있는 제품을 구매해야 하며, 가능한 한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굴은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할 경우 바이러스가 대부분 사멸된다”고 조언한다.
가열하면 단백질 구조가 안정화돼 소화율이 높아지고, 아연과 철분 흡수율도 함께 높아진다. 반면 날로 먹을 경우 신선하지 않은 굴은 복통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생굴을 즐길 때는 투명하고 탱탱한 살, 또렷한 검은 테가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서양에서는 굴이 로맨스와 사치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한국에서는 서민의 보양식으로 사랑받아왔다. 김장철의 굴젓, 굴전, 굴국밥까지. 그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같다. 단백질, 무기질, 불포화지방산이 조화를 이루며, 차가운 겨울에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식재료다.
겨울의 차가운 바다 속에서 자라난 굴은 인간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영양소를 품고 있다. 따스히 익혀 먹는 한 점의 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자연이 건넨 완벽한 보약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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