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식재료 담합 근절 없이는 식품산업 신뢰 회복 어려워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허세인 기자]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둘러싼 담합 수사가 본격화되자 식품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업계 전반에 퍼진 담합 의혹과 정부 압박이 실제 가격 정책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용 설탕과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최대 6% 인하했고, 삼양사 역시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낮추기로 했다. 대한제분은 일부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했으며, 사조동아원도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5.9% 내렸다. 업계는 국제 원당과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검찰 수사와 정부의 강경 발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은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제분·제당업체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담합 규모는 제분 분야 약 5조 9천억 원, 제당 분야 약 3조 2천억 원 등 총 9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대통령은 “독과점 상황을 악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드시 시정하길 바란다”라고 밝히며 물가 담합 행위에 대한 강력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은 이러한 수사와 정책 압박 속에서 여론 악화를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식품 원재료 담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외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담합으로 인해 기업과 임원이 처벌받은 사례가 반복돼 왔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참여했던 ‘라이신 가격 담합’ 사건에서는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다가 적발돼 벌금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앞서 2007년에도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설탕 출고량과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 511억 3,3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라면, 설탕, 밀가루 등 주요 생필품을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과 검찰 수사가 이어지며 식품 가격 담합은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설탕과 밀가루는 빵, 과자, 라면, 음료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이들 가격이 오르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전반이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가격 담합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활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 문제로 이어진다.
식품산업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기간 산업이다. 필수 소비재 가격이 담합으로 왜곡된다면 소비자 부담은 물론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뢰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설탕 알갱이와도 같다. 담합이라는 이득 챙기기에 와르르 쏟아져 버리는 것이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신뢰는 기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담합 논란이 반복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식품산업의 신뢰 기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아니라, 공정 경쟁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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