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서울 도심과 가까운 곳이지만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동네가 있다. 청와대 뒤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분주했던 도시의 번잡함은 어느새 멀어지고, 부암동엔 소소하게 고즈넉함이 찾아온다
창의문 삼거리를 중심으로 오래된 주택과 작은 카페, 개성 있는 문화공간들이 시작된다. 길을 조금 더 들어가면 환기미술관이 나오고, 방향을 틀면 북악팔각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 한켠에 치킨집 계열사(鷄熱社)가 있다. 한참 다닐 때는 강남에서 1차를 하다가도 최종 목적지는 늘 계열사였다. 접근성도 뗠어지고 청와대 검문소를 지나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긴 웨이팅을 각오하고라도 가던 치킨의 명소였다.
치어스에서 계열사로, 이름보다 오래 남은 맛
계열사는 이름부터 사연이 있다. 원래는 ‘치어스(CHEERS!)’라는 상호를 사용하다 상표권 분쟁으로 10여 년 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당시에도 부암동 치어스는 서울 3대 치킨집을 꼽을 때 빠진 적이 없을 정도였지만 오히려 계열사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더 입소문이 났다.
이 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박선옥 할머니다. 주방의 맛만큼이나 존재감이 있으신데, 가게를 지켜 온 세월과 특유의 카리스마가 계열사의 인상을 완성해 준 셈이다.
그 공간을 지키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손님을 대하는 태도까지 함께 쌓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찹쌀 튀김옷과 섞지 말아야 할 골뱅이소면
치킨과 함께 자주 주문하는 메뉴는 골뱅이소면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독특한 당부가 있다. “골뱅이소면은 섞지 말고 얹어 드세요.”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계열사의 후라이드는 얇고 바삭한 옛날식 튀김옷부터 개성이 뚜렷하다. 바삭한 껍질을 깨물면 안쪽의 촉촉한 살이 이어지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튀김옷의 비밀로 알려진 것은 찹쌀물에 콩가루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구운 소금과 청주도 한몫을 하지만 결이 다른 바삭함이 이 집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이유임에 틀림없다.
큼직한 감자튀김도 그래서 식감이 다르게 다가온다.
치킨과 함께 자주 주문하는 메뉴는 골뱅이소면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독특한 당부가 있다.
“골뱅이소면은 섞지 말고 얹어 드세요.”
비벼 먹는 익숙한 방식 대신 각각의 맛과 식감을 살려 즐기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메뉴들도 선보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메뉴는 꽁치김치찌개다.
치킨집에서 만나는 꽁치찌개라니, 어쩌면 조금 엉뚱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삭한 치킨과 시원한 맥주 뒤에 얼큰하고 깊은 국물 한 숟가락을 더하는 즐거움은 짜릿함이 있다.
치킨 한 마리에 스며 있는 부암동의 여유
최근에는 새로운 메뉴들도 선보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메뉴는 꽁치김치찌개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부암동은 대중교통이나 주차 면에서 편리한 상권은 아니다. 조금 돌아가고, 골목을 걷고, 서두르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이 동네의 매력이다.
맛있는 음식은 기억을 만들고, 좋은 공간은 그 기억을 오래 머물게 한다. 계열사의 치킨이 바삭한 식감으로 기억된다면, 부암동은 그 치킨을 먹으러 갔던 하루의 풍경으로 남아서 더 좋다.
치킨 한 마리와 맥주 한 잔을 위해 떠나는 짧은 여행. 부암동 계열사에서라면 그 약속이 제법 근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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