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오요리 기자] 정부가 K-푸드(K-Food)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2026년 K-푸드 수출 지원 사업에 7,07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900억 원 증액된 수치로, 단순 예산 증가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의지를 나타낸다.
이번 지원책은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닌, K-푸드 산업 생태계 전반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원료 수급부터 생산, 물류, 마케팅,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수출 전 주기를 포괄하는 종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이는 정부와 유관 기관이 ‘원팀(One Team)’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적 접근 방식으로, 기존 개별 기업 역량에 의존하던 방식과 차별화된다.
오는 1월 23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K-푸드 수출지원사업 설명회’는 이러한 정책 방향을 산업 현장에 전달하는 첫 단계다. 이 자리에서 K-푸드 수출 기업들은 변화된 정책 환경을 확인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본 기사는 7,070억 원이라는 수치가 내포한 정책적 함의와 외식 산업 및 소비자에게 미칠 파급 효과를 분석한다.
K-푸드, 왜 지금 ‘전략적 지원’이 필요한가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은 최근 수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확산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는 라면, 김치, 냉동김밥 등 가공식품 수출 급증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일부 대기업과 특정 품목에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잠재력 있는 중소 식품기업 다수는 여전히 높은 해외 시장 진입 장벽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복합적이다. 첫째,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국가별로 상이한 통관, 검역, 인증 절차는 중소기업에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둘째, 초기 비용 부담이다. 해외 시장 조사, 콜드체인 물류, 현지 유통망 확보 등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셋째, 브랜드 인지도 부족과 지식재산권 문제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해도 현지 시장에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또한 인지도를 확보한 후에도 유사 제품이나 상표권 도용 문제에 직면하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의 이번 대규모 지원책은 바로 이러한 현장의 핵심 애로사항(Pain Point)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7,070억 원의 용처: A-B-C-D-E 전략 분석
농식품부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글로벌 K-푸드 수출 확대 전략’은 이번 지원 사업의 근간을 이룬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이 설명회에서 발표할 이 전략은 ‘A-B-C-D-E’라는 5대 세부 추진 방향으로 구성된다. 이는 예산이 투입될 구체적인 사업 영역을 명시한 로드맵이다.
첫째, ‘찐 매력 제품 발굴·육성(Attractive authenticity)’은 K-푸드 고유의 정체성을 지닌 제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인기 품목을 넘어 발효식품, 기능성 식품 등 한국적 특색이 강한 신규 유망 품목 발굴 및 상품화에 자금이 투입될 것을 시사한다.
둘째, ‘원스톱 애로 해소(Business-friendly)’는 수출 기업의 고충인 복잡한 행정 절차 간소화에 집중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할 ‘원스톱 수출지원 허브’가 대표적이다. 분산된 정보 제공, 인증 지원, 컨설팅 기능을 통합해 기업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셋째, ‘케이(K)-이니셔티브 융합(Convergence with K-Initiative)’은 K-콘텐츠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한류 이벤트 연계 홍보, 미디어 간접광고(PPL) 지원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디지털·기술 혁신(Digital·Technology & Innovation)’은 푸드테크 기반 상품 개발과 온라인 마케팅 지원을, 마지막 ‘중동 등 유망시장 진출 확대(Expand global market reach)’는 신시장 개척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을 나타낸다.
‘원팀’의 구성: 유관기관 협력체계의 역할
이번 지원 사업의 특징은 농식품부 단독이 아닌, 여러 부처와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설명회 참여 기관 목록은 협력의 범위와 깊이를 보여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수출 정보 제공, 물류, 바우처 사업 등 실무 집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각자의 해외 네트워크와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K-푸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특히 지식재산처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참여는 K-브랜드 가치 상승에 따른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 의지를 시사한다.
또한,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수출 대금 미회수 등 무역 리스크를 완화하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해외 식품 안전 규제 정보를,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연구개발(R&D)과 상품화를 지원한다. 각 기관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는 지원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산업 현장에 미칠 파급효과: 기회와 과제
7,070억 원의 정책 자금 투입은 K-푸드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유발할 전망이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 대상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 식품기업 및 외식기업이다. 특히 aT가 주관하는 ‘농식품 수출바우처’와 ‘원료구매·시설현대화 정책자금(융자)’은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수출바우처는 기업이 마케팅, 디자인, 인증 획득 등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지원받는 제도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 시설 현대화 자금은 노후 생산 시설 개선을 통해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해외공동물류·콜드체인’ 지원은 신선식품 수출의 주요 장벽인 물류비 부담을 완화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외식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단순한 음식 판매를 넘어 한국 식문화 자체를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정부 지원을 통해 현지 시장 조사, 브랜드 개발, 법률 자문 등을 받게 되면, 개별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했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과제도 명확하다. 대규모 자금 투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나 비효율적 집행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 지원 대상 기업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소수 기업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고, 잠재력 있는 신생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정책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수 시장 및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수출 확대 정책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K-푸드 수출이 급증할 경우, 특정 품목의 국내 공급량이 감소해 내수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품질 농수산물이 수출용으로 우선 공급되면서 내수 시장에서는 품질 저하 또는 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신선농산물 통합조직 육성’ 등을 통해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생산량 증가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수출 확대 속도와 내수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수급 안정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수출 기업 지원이 내수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적 균형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 수출을 통한 생산 규모 확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장기적으로 생산 단가를 인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해외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국내 제품의 전반적인 품질 상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상향 평준화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접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전망: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건
정부의 대규모 지원책은 K-푸드 산업이 도약할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7,070억 원의 자금은 시작일 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단기 성과에 의존하지 않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수적이다. 외부 환경에 따라 지원 정책의 일관성을 잃는다면 기업은 안정적인 수출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
둘째, ‘소프트 파워’ 강화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제품 수출을 넘어 음식에 담긴 스토리와 철학, 한국 식문화 자체를 알려야 한다. 이는 K-푸드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글로벌 미식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근본적인 동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이번 설명회에서 1:1 상담 부스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정책의 실효성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할 때 확보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산업 현장의 혁신 노력이 결합될 때, K-푸드는 글로벌 식품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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