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앞세우고, 메뉴의 가짓수 줄여 성공
[Cook&Chef = 윤신혜 칼럼니스트] 7(칠)은 제가 운영하는 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가 판매하는 브런치 메뉴의 개수입니다. 손님에게 메뉴판은 음식을 고르는 기능에 지나지 않지만, 사장에게 메뉴판은 매장의 속사정이 전부 적힌 문서입니다. 메뉴판만 잘 봐도 그 매장의 경영 보고서를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이 ‘7’이라는 숫자가 가진 함의를 풀어보려 합니다.
메뉴판 하나로 매출이 달라진다
첫 메뉴판을 만들 때 저는 당연하게도 식사 메뉴를 앞에, 음료를 뒤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잘 운영됐습니다. 그러다 메뉴판을 수정하던 날 직감적으로 ‘식사를 먼저 고른 손님에게 음료는 ‘선택사항’이지만, 음료를 먼저 읽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음료를 식사 메뉴를 고르기 전에 먼저 읽힐 수 밖에 없는 섹션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매출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메뉴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 한 번의 경험으로 ‘메뉴판’의 작은 한 가지 요소만 바뀌어도 매출에 변화가 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곧 다양한 시도와 실험에 들어갑니다.
다음으로 가격에 따른 순서 배치에도 손을 댔습니다. 당시 관련 서적에서 ‘앵커링’효과라는 게 있다는 걸 보고 적용해본 겁니다. 이번에도 적중했습니다. 매출이 또 올랐습니다.
두 번의 잇따른 성공을 거치니 그 다음을 또 고민합니다. 시그니쳐 메뉴 다음으로 잘 판매되었던 지난 메뉴들을 분석했더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각의 요소’로 표현된 메뉴가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됐던 것입니다. 이를 마진이 가장 좋거나 판매가가 가장 높은 메뉴에 바꿔 적용했더니 이제는 매출만 오르는 게 아닌 순이익도 오르는 이중적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똑같은 음식이고 이름만 바뀌었는데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메뉴판 하나로 연속적인 시도한 결과가 매출 혹은 이익으로 직결됐습니다.
이 원리를 제 매장뿐 아니라 컨설팅한 매장들에도 적용하게 했고, 예외 없이 즉시 매출이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즉효성이 검증된 영역인데, 왜 다들 손대지 않을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맛있는 메뉴를 만드는 법”은 공부하지만, “잘 팔리는 메뉴판을 만드는 법”을 공부할 생각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인테리어나 키친에 수천만 원을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메뉴판 하나에 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매장을 가장 먼저 소생시키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메뉴판에 적힌 메뉴의 개수
초창기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메뉴가 많아야 할 것 같다’는 압박입니다. 그런데 잘되는 매장에 가 보면 이상하리만큼 메뉴가 적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메뉴가 하나 늘어날 때 메뉴판은 한 줄이 추가되지만, 주방에는 곱절의 부담이 더해집니다. 익혀야 할 조리법과 동선이 늘어 근무 강도가 올라가고, 근무 강도는 직원의 근속 일수를 갉아먹습니다. 재료 가짓수가 늘어 재고관리와 신선도 관리의 어려움이 덩달아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도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서서히 번지는 함정이 됩니다.
반대로 잘되는 매장일수록 메뉴를 늘리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피크타임입니다. 메뉴가 하나 늘면 주문서가 밀렸을 때 조리 시간이 몇 분씩 늘어나고, 조리 시간이 늘면 손님의 체류 시간이 늘어납니다. ‘겨우 몇 분’이라는 생각이 함정 그 자체입니다. 그 몇 분이 하루 몇십 팀, 한 달 몇백 팀에 곱해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몇 분이 아니라 앉혀보지도 못하고 돌려보낸 손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메뉴 하나를 더하는 비용은 회전율 저하라는 불량 성적표로 되돌려 받게 됩니다.
그래서 메뉴는 무조건 많은 게 좋다고도, 적은 게 좋다고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매장의 주방 능력, 인력, 회전율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개수를 찾는 일입니다. 8년간의 실험 끝에 쿳사에서 손님의 만족, 직원의 체력, 그리고 저의 손익이 한 점으로 수렴한 숫자가 바로 7입니다.
저는 이제 7을 메뉴의 개수로 보지 않습니다. 메뉴판 하나를 가지고 8년간 반복한 실험이 도달한 저희 매장의 답안이고, 메뉴판은 숨겨진 경영 보고서입니다. 여러분의 매장은 지금 무엇이라고 적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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