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자연과 문명, 전통과 기술, 순간과 영원을 가로지르는 루카스 실라버스의 다층적이고 다성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대중문화, 하이퍼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떠올린 예술적 영감은 작가의 사적 기억 및 인도네시아 민속 신화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는 몽환적인 열대우림의 이미지와 시각적 강렬함 속에서 한층 풍부한 상징성을 지닌다.
한 작가의 세계를 맞이하는 것은 캔버스 위에 흩어진 삶의 파편을 꿰어내는 유기적 체험이다. 루카스 실라버스는 시공간과 문화를 초월하는 ‘실라버스-세계’에 관객을 초대하기에 앞서 원색의 무대 위에 자신의 궤적을 남겨놓았다. 관객이 그의 초현실적 작품 속 공간에서 잠시나마 마음 놓고 길을 잃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쉼표를 새긴 것이다.
매끄러운 절단면의 부자연스러움을 성찰하며 순간을 향유하는 작가는 2022년 9월 갤러리단정에서 <지금 이 순간과 오롯하게> 머무르며 자신의 여정에 동참하길 권한다. 천천히 북촌의 골목길을 음미하고 싶은 가을의 초입, 루카스 실라버스의 세계를 오롯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기대된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색채의 변주, 이질적 모티프의 충돌이 어느새 조화롭게 화음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체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과 회화, 설치미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넘나들며 근대와 동시대적 사회의 모순과 역설을 다루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이 대중문화와 미디어, 기술 등에서 받은 영감으로 넘쳐나면서도 동시에 원시적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자신의 사적 기억과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를 끝없이 결합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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