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 셰프는 오늘도 조리사로 산다. 아침 햇살에 눈인사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최근 자신만의 힘으로 만든 30여평의 자신만의 작업실 ‘구본길 Chef Studio’에서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그에게 요리란? 가장 긴장되고 즐거운 인생의 동반자라고 한다.
writer & photo _조용수 기자
The Place
“창문 너머 어렴풋이 레시피가....”
‘구본길 Chef Studio’ Open 한 ‘구본길 셰프’
19살 나이로 원양어선에 오른 소년은 그렇게 9년을 꼬박 배에서 보냈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의 소년의 생활은 인간 이하의 삶 연속이었다. 원양어선을 타면서도 그는 외항선을 타겠다는 꿈을 품었던 소년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외항선을 타게 되었다. 그 꿈이 실현되는 날 또 다른 새로운 꿈이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소년.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되었을 때, 소년은 좋은 조건을 일본 외항선으로 갈아탔다. 그때의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배를 탄다는 것은 언제든지 가족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소년은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찾은 곳이 신길동 기술학교였다. 66만 원 받던 외항선 선원은 한 달에 3만 원 받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 도저히 버티지 못하겠다 싶어 부산에 내려가 다시 배를 했을때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했으면 3년은 해봐야지 벌써 포기냐?”라고. 그 말 한마디에 소년은 성장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 소년이 바로 오늘의 구본길 셰프이다.
“요리할 때 간을 하려고 손에 소금을 쥐고 뿌리죠. 맛을 보면 기가 막히게 잘 맞아요. 그럴 때 온몸으로 희열을 느낍니다. 요리에서 간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알맞은 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생활이 너무 호사스러운 게 아닌가 문득 생각합니다. 제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저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잘 마무리 하고자 생활속에서 항상 긴장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현장 경험이 풍부한 셰프들도 스스로 일손을 놓고 현장에서 물러나는 나이에 자신만의 작업실을 기획하고 실천한 구본길 셰프와의 문답을 통해 그가 지금 생각하고 기획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셰프로서 가장 큰 꿈인 자신의 Food Studio를 오픈한 동기는 무엇인지.
- 조리사는 항상 끝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리란 할수록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항상 요리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요리를 머리로 기획하면서 가슴으로 느끼고, 손끝으로 표현하고, 입으로 맛보는 오감의 작업입니다. 이 작업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주방이라는 공간의 필요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가을학기 후, 고려직업전문학교를 퇴임하고 나주의 한원푸드시스템의 요리 개발을 기획하다 거리감과 시간성의 어려움을 느껴 집에 있는 공간을 활용해 저의 이름을 딴 ‘구본길 Chef Studio’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업실은 만들면서 느낌 감정은 어떠했는지.
- 베이비 부머 세대인 저희 세대는 어렵고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갖추어지지 않은 삶 속에 어렵게 살아온 저희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더 좋은 조건에서 요리를 시작한 후배들에게 퇴임한 선배이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런 선배의 모습을 거울삼아 후배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했습니다. 큰돈을 들인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 다니며 폐가구를 수집해 혼자의 힘으로 나만의 시각과 감각으로 덧칠하고, 붙이고 해서 만든 작업실입니다. 만드는 과정은 엄청 힘이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완성시킨 후, 기물을 통해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도 조금은 이색스럽고, 일류 레스토랑이나 요리학원처럼 화려하거나 풍족하진 않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만든 작업실이란 보람도 느낄 수 있었고. 완성시켰다는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작업실을 개인 전용 스튜디오로만 사용하실 것인지.
- 저의 이름이 걸려 있는 작업실이지만, 주변의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것입니다. 물론 가정 기본적인 부분은 본인이 부담해야겠지만. 또한 저의 요리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위한 만찬도 기획할 예정입니다. 15인 정도의 ‘그들만을 위한 만찬’의 기회도 제공하고, 조리사 동아리 활동이나 개인 책자를 제작하기 위한 스튜디오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무상에 가까운 금액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 마음은 아직 젊은데 벌써 나이가 꽉 차갑니다. 젊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미래와 제 또래의 사람들이 말하는 미래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의 미래에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발전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래에 대해 인생은 끝나는 날까지 더 큰 발전은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힘들게 얻어진 것에 대해 큰 값어치를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만큼 비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좀 더 힘들고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남은 인생을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은 젊습니다. 100세대 사는 날까지 남은 삶을 알차게 보람되게 사는 것. 그것이 나의 남은 인생 목표입니다.
망망대해에 놓인 원양어선에서 ‘갓 잡은 참치의 염통을 맛본’ 구본길 셰프. ‘고난’을 ‘행운’으로 치환할 수 있었던 마력을 지닌 구본길 셰프는 지나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포장하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 또한 지나온 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Cook&Chef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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