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륨·마그네슘·비타민C까지…감자는 생각보다 ‘영양형 탄수화물’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감자는 늘 양면적인 식재료였다. 한쪽엔 감자칩과 감자튀김이 있고, 다른 한쪽엔 포근한 찐 감자와 담백한 구운 감자가 있다. “감자는 탄수화물이 많다”는 말은 맞지만, 그 한 문장으로 감자를 식단에서 지우기엔 아까운 이유가 분명하다. 감자는 칼륨과 마그네슘, 비타민C 같은 영양소를 갖춘 데다, 조리법에 따라 ‘장과 염증’이라는 키워드에서 존재감이 커지는 식재료다. 핵심은 단순하다. 감자를 해롭게 만드는 건 감자 자체가 아니라, 대개 ‘튀김’이라는 방식이다.
감자가 가진 영양학적 매력
감자의 전분은 일부가 ‘저항성 전분’ 성격을 띤다. 쉽게 말해 소화가 빠르게 끝나는 전분이 아니라, 장까지 비교적 천천히 도달해 장내 환경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할 여지가 있는 전분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식히면 돌아온다”는 성질이다. 감자를 익히면 저항성 전분의 일부가 줄어들 수 있지만, 삶거나 찐 뒤 한 김 식혀 차게 먹거나(혹은 냉장 보관 후 먹거나) 샐러드처럼 활용하면 저항성 전분이 다시 형성되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바쁜 아침, 전날 삶아 둔 감자가 ‘간편식’이면서도 ‘식단형 간식’으로 통하는 배경엔 이런 과학이 숨어 있다.
이 전분은 포만감과도 연결된다. 감자는 포만감 지수가 높다고 알려져 있어, 같은 양을 먹어도 다른 음식을 덜 찾게 만들 수 있다. 다이어트에서 ‘참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덜 배고픈 구조’를 만드는 일인데, 감자는 그 구조를 도와줄 수 있는 탄수화물 쪽에 가깝다.
감자의 장점은 전분만이 아니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과 혈압 조절과 연결되는 대표 미네랄로, 짠 음식을 자주 먹는 식단에선 특히 중요해진다. 마그네슘은 에너지 대사, 혈당 처리, 신경·근육 기능에 관여하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고, 감자는 이 마그네슘을 공급하는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면역과 항산화에 익숙한 비타민C도 감자 속에 들어 있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다고 알려졌지만, 감자의 비타민C는 전분 구조의 ‘보호막’ 덕분에 조리 후에도 비교적 손실이 덜하다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또 감자엔 단백질도 소량이지만 존재한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어도, ‘전분+단백질’의 조합은 식사의 만족감을 높이고, 식단의 균형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이후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시기라면, 감자를 단독으로 먹기보다 콩·두부·달걀·닭고기 같은 단백질 식품과 함께 두는 편이 더 ‘식사다운 한 끼’가 된다.
염증을 누그러뜨리는 감자, ‘위장’에서 먼저 체감된다
감자는 예전부터 민간요법에서 위가 예민할 때 찾는 재료로 종종 등장해 왔다. 감자 전분이 위벽을 자극으로부터 완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져 왔고,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항염 활성에 대한 연구들도 이야기된다. “속이 쓰릴 때 감자”라는 말이 완전히 뜬구름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여기서도 조리법이 갈린다.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감자는 ‘염증’이라는 키워드에서 멀어지기 쉽다. 반대로 물로 삶거나 찌고,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로 굽는 방식은 불필요한 지방과 과열을 줄이면서 감자의 장점을 비교적 온전히 남기는 편이다.
감자를 ‘건강하게’ 먹고 싶다면
감자를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첫째, 튀김 대신 삶기·찌기·굽기. 둘째, 가능하면 껍질째(깨끗이 세척하고, 초록빛이 도는 부분이나 싹이 난 부분은 과감히 제거). 셋째, 한 번 식혀서 먹는 습관을 더해 저항성 전분의 장점을 노려볼 것. 여기에 소금과 버터를 ‘기본값’처럼 더하던 습관을 줄이고, 올리브오일 소량·후추·허브·요거트 소스처럼 가벼운 조합으로 바꾸면 감자는 순식간에 건강식의 얼굴을 갖게 된다.
감자를 보관할 때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빛을 많이 받으면 초록빛이 돌거나 싹이 나기 쉬운데, 이때 감자엔 솔라닌 같은 독성 성분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씨눈과 녹색 부위는 깊게 도려내거나 상태가 심하면 섭취를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감자를 ‘매일 먹는 건강식’으로 만들려면, 조리만큼이나 보관의 상식이 필요하다.
감자는 결코 가벼운 탄수화물이 아니다. 조리법만 바꾸면, 포만감과 장 건강, 미네랄 보충, 그리고 ‘염증을 줄이는 식단’이라는 목표까지 한 접시에 얹을 수 있다. 오늘 감자를 먹는다면, 바삭함이 아니라 포근함 쪽을 선택해 보자. 감자의 진짜 실력은 그때부터 드러난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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