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살 맛을 느끼다
Interview - I love Jeju
배우고 익힌 맛을 가르치고, 살맛을 베풀다
제주관광대학교 관광외식조리과 강다원 교수
제주만한 자연이 없다. 자연은 예술에 끝없는 영감과 동기를 부여한다는 교육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말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첫 번째 조건이라면 제주는 버릴 것 하나 없을 정도로 완전하고 넉넉하기까지 하다. 예술가나 지성인이 되는 두 번째 조건이 있다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동기와 규칙을 실행하는 일일 것이다. 제주관광대학교의 관광외식조리과는 교육생태계의 천혜를 빚고 있다. 그 중심에 제과제빵 전공 강다원 교수가 있다.
![]() |
[Cook&Chef 조용수 기자] 영감을 통해 맛은 시작된다. 맛이라는 자각이 끝난 뒤에도 맛에 대한 흥분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영혼을 활발하게 하는 맛은 영원히 인류에게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에. 맛처럼 규칙적이고 정신적인 자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정신의 확장, 상상력, 영혼의 활발함, 그것은 조리사의 자질이기도 하다. 인간처럼 창조적 영혼을 가진 존재는 없으니까. 행복한 맛과 상상력이 넘치는 조리사, 명품 인생의 지향점에 서 있는 강다원 교수가 가르치는 맛의 현장은 인재들로 넘쳐나는 미래의 보고이다. 강다원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제주관광대학의 교육철학을 들어본다.
Q 제주관광대학교는 2010년 전국 취업률 5위에 뽑혔고, 2004년에서 2008년 사이에는 관광특성화대학에 선정되는 등 취업률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는 역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A 제주도라는 지역적인 여건이 세계적인 관광지이고, 또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활발하게 구축되면서 세계적인 특급호텔이 많아지다 보니 취업할 환경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매력을 느껴서 제주도 외의 학생들도 많이 취학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취업의 한계는 대한민국의 불안요소 중의 하나인데 제주관광대학교는 그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식업체를 다양하게 발굴하고, 또 다양한 관광 관련요소와 연계해서 협약하고, 그 방향으로 학생을 취업시키는 등의 자구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실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은 MICE 산업이 화두라고 할 수 있지요. 해외인턴십, 해외연수, 산학연계 프로그램 등을 계속 개발해서 관광과 MICE(마이스) 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을 중심으로 명품학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MICE 산업은 회의, 관광, 전시·박람회 이벤트 등의 복합적인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적인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불황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삼을 만큼 관련 관광객을 통한 관광 수익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효과도 대단히 큽니다. 관광외식조리과는 ‘인재의 꿈, 국가의 자랑, 미래의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관광의 중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
▲ 학교 방문한 외부인들에게도 커피에 대한 실습을 시연한다. |
A 제주도의 특산물을 활용하여 조리에 접목하는 교육은 학생들에게도 대단히 호응이 높습니다. 현장에서 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음식뿐만 아니라 창업에 관련된 동아리도 있습니다. 방학 때마다 청년 외식창업사례를 전국적으로 자료 조사하고 관람하는 등 마인드적인 측면을 계속 연구하고 실습해서 현실에서 생겨날 수 있는 괴리감을 좁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칫 예기치 못한 온갖 환경들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현실을 미리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동아리 모임 등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졸업 후 현장에 대한 감각과 관리능력을 실제적인 성공과 실패 사례를 종합하여 키워나가는 준비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Q 교육자로서 영셰프에게 귀감이 되는 말씀을 주십시오.
A 무엇보다 인생이 중요합니다. 대학은 기술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배운 재능을 기부하고, 봉사하는 기쁨을 만끽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배운 바를 제대로 실행하는 행복을 학교에서부터 익혀나가는 것이 교육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푸는 기쁨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미래의 사회인으로, 구성인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이 기술만 가진 셰프이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두루 갖춘 셰프이기를 바랍니다. 나눔이라는 실천을 통해 얻는 보람과 감동을 통해 셰프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시작됩니다.
Q 감동은 배우는 자만의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자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교육자로서의 보람은 무엇입니까?
A 교육자로서 수십 년간 학생을 가르치고, 또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가르쳤습니다. 가르칠 때 더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자로 맛을 움직이게 하는 감동에 매번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제과제빵 관련 유학을 마치고 IMF 이후 평생교육원을 가르쳤을 때의 보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대가 금융환란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재활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때 교육을 통해 창업하고 재활에 성공했다며 찾아오는 분들을 뵐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그중에서도 뇌졸중을 앓으면서 회복단계에 있던 오십대 남성분의 재활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재활에 성공했다는 그 분을 통해 교육자로 더없는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식음료 문화가 향상되었다고 느낄 때의 보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맛을 얻는 그 이상의 감격이었습니다. 정년이 되어 퇴직하고 나면 교육자로서의 연장선상에 서서 나누고, 베푸는 인생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그런 보람 때문에 계속되고 있습니다.
![]() |
A조리학과 학생들이 입학하면 물어봅니다. “명품 인생이 무엇이냐?”하고 말이죠. 그것은 곧 제가 강조하는 인생설계도와도 연결됩니다. 첫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요, 둘째는 배운 것을 베푸는 삶이요, 그것이 명품 인생이다, 하고 말입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관찰대상이었던 제과제빵 학생들을 보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또 그것을 돕는 사회적 분위기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때 셰프이기보다는 교육자로 살고 싶은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식과 기술을 잘 전달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맛있는 인생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참살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기술로서만 승부하지 않고 나눔과 봉사를 추구하며, 그 배우고 익힌 바를 나누는 사회가 참사회이며, 그 사회를 움직이는 참살이가 대한민국의 관광자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만큼 위대하고 완벽한 천혜의 자연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셰프는 그 보람으로 맛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겁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