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이경엽 기자] 29일 '2025 한식 컨퍼런스' 2부 연사로 다시 등단한 페란 아드리아 셰프(엘불리 파운데이션)는 '미식의 창조적 도약'이라는 주제로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오전 발표를 들어야 오후 발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운을 떼며, 혁신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인간의 '뇌' 작동 방식과 요리의 '역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의 재정의: 혁신, 그 너머의 '아방가르드'
아드리아 셰프는 청중에게 "창의성이 뭔지 제대로 알고 계신 분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우리가 흔히 혼용하는 개념들을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상상력, 창의력, 창작, 그리고 혁신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 "혁신이라고 하면 보통 기업에서 아이폰처럼 파격적인 변화를 말하죠"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최상위 개념으로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제시했다. "원래는 선두에 서는 군사 용어였습니다. 전쟁에서 누구도 죽고 싶지 않지만 앞서가는 것 , 이것이 혁신의 최대 표현으로 우리가 전위, 아방가르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간의 작동 원리: "요리는 '뇌'의 활동이다"
아드리아 셰프는 "이 개념들을 이해하려면 인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먼저 알 필요가 있다"며 , 신체적, 정신적 이해의 핵심으로 '뇌'를 지목했다. 그는 "동양의 불교 영향으로 영혼이나 '기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 심장은 생각하는 기관이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기관"이라며 , "뇌에 문제가 있다면 이런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물리적인 '뇌'의 작동에 집중했다. 그는 '인지적 프로세스(인지 과정)'를 상세히 설명했다.
"지금 저를 보고, 제 말에 집중하고 계시죠. 이것이 '인지'입니다. (저에 대한 정보는) '기억'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이 일어나고 , '지능'이 이것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서로 확인하는) '언어'가 있죠. 흑과 백 사이의 이 모든 프로세스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학습'입니다 ." 그는 감각과 감정을 구분하며 , "요리를 맛보고 '할머니 맛인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감정'이 먼저 찾아오는 것이고 , 이후 '성찰'이 뒤따른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요리하는 행위, 맛보는 행위는 모두 뇌가 명령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액션'"이라며 ,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음식을 맛보거나 요리할 수 없습니다. 와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라고 역설했다.
'맛보기'의 해부: "물은 무향이 아니며, 3차 감각이 존재한다"
그는 '물 한 잔'을 예로 들며 '맛보기'라는 행위를 감각별로 해부했다. "천연 식재료 중 투명한 것은 물밖에 없다"는 시각적 인지에서 시작해 , "물은 무향이라고 하지만 사실 화학적 물질이 첨가돼 향이 있다"고 후각을 설명했다. 또한 "온도(영하 10도 아이스크림 vs 영상 40도 국)와 텍스처(액체)" 같은 촉각 ,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 등의 기본 미각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이 많이 먹는 '매운맛'이나 와인의 '떫은맛'은 '3차 감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 이 부분은 아직 과학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와인과 달리 음식의 향은 먼저 맡지 않으며 , 청각 또한 '좋은 대화'로서 테이스팅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요리'의 해부: "요리의 '게놈'과 역사를 분석하라"
아드리아 셰프는 "요리는 훈련하면 쉽게 할 수 있는 과정"이라며 , "전통 한식만 이해하려 한다면 전 세계 요리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물으며 , "조리하는 행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행위"이며 "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제 한국의 '시장(Sijang)'을 봤는데 최고의 수준이었다"고 감탄하며 , 식재료를 '가공된 것'과 '가공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샌드위치를 예로 들며 "훈제 연어" 등 이미 가공된 재료를 쓰는 과정을 설명하며, "우리가 직접 (모든 것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자요리'는 없다: "진짜 혁신은 '주방'에서 시작됐다"
그는 '분자요리'라는 용어에 대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일축했다. "분자 미식이라고 사용한 것은, 과학자들이 요리 시 물리적, 화학적 반응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쓴 용어일 뿐입니다 ." 그는 "뉴욕타임스(NYT)가 내 요리를 '뉴 누벨 퀴진(New Nouvelle Cuisine)'이라고 이름 지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정한 혁신은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에코피의 고급 요리(웰링턴 고기)는 테이블에서 고기를 썰어 플레이팅했습니다. 진짜 혁신은 '플레이팅을 테이블이 아니고 주방에서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한 "누벨 퀴진의 테이스팅 메뉴가 5개 요리와 치즈/디저트 카트였다면, 우리 엘불리는 40개의 메뉴를 제공했습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이해하고서', '생각을 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미식의 창조적 도약은 맹목적인 창작이 아닌, 인간과 요리 시스템 전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분석에서 비롯됨을 재차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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