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브런치 레스토랑에 쌓인 레시피 개수
메뉴판엔 7개에 그치지만 연구 축적의 자산
[Cook&Chef = 윤신혜 외식 경영인] 오백사십오(545).‘우상향 숫자경영’에 내놓는 첫 번째 숫자입니다.
저는 서울 연희동에서 브런치 레스토랑‘쿳사 연희’를 8년째 운영하는 오너입니다. 7.25평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연매출 7억5천만원을 기록하며 외식업의 본질과 숫자 경영의 중요성을 체득했습니다. 음식점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 또는 리더는 의사결정을 ‘감’이 아닌 ‘숫자’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오늘 처음 내놓은 숫자‘545’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 숫자는 ‘쿳사 연희’가 가지고 있는 레시피의 개수입니다. 물론 브런치 메뉴 특성상 식사 메뉴 외에 음료 레시피도 포함한 숫자입니다. 10평도 안되는 단일 매장이 보유한 레시피 숫자로는 절대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지금 매장이 8년차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만들고, 수정하고, 판매하고, 단종시키며 축적된 레시피의 총합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고 얻어낸 결론은 바로 손님들로부터 경험할 수 있었던 ‘방대한 피드백과 데이터’ 였습니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매장에 더 많은 손님을 모객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실험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던 것입니다. 이 메뉴를 출시해서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좋으면 더 디벨롭(발전) 시켰고, 반응이 아쉬운 것들은 가격을 조정해 보고, 메뉴명도 바꾸어보고, 맛 보완도 해 보고, 메뉴판의 배치도 바꿔보는 등 외부 변수를 조정해 보아도 여전하다면 가차 없이 폐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다 브런치 메뉴의 특성상 계절감을 많이 타는 재료들을 취급해야 했기 떄문에 계절에 따라 극단적으로는 20배까지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방어해야 하는 결코 아름답지만 않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는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는 매장이 되었습니다.
외식업에서는 흔히 신메뉴 개발을 비용으로 취급합니다. 그것은 틀린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재료비, 촬영, 메뉴판 변경, 직원교육, 과정만 보면 모든 것이 비용인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다 그렇게 비용을 들여 바꾼 메뉴가 과연 손님들에게 적중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많은 사업자가 메뉴를 바꾸려고 엄두를 내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합리적일 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어떤 외식매장의 경우는 판매하는 단일메뉴 자체가 정체성인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깃집, 순대국밥, 분식집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곳들은 메뉴를 바꾸는 것이 매장의 정체성을 바꾸는 거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단일메뉴라도 반찬의 구성이나 추가 주문메뉴(사이드 메뉴)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레시피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쿳사 545의 숫자는 500여개의 레시피를 보유함과 동시에 500개의 가까운 실패를 쌓은 셈입니다. 스탭 내부에서는 맛있고 성공적인 메뉴 같았지만 고객은 외면한 것, 조리 시간과 과정이 복잡해서 포기해야 했던 메뉴, 재료 수급의 문제가 생겨 중단한 메뉴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특별한 게 없어 보였지만 놀라울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까지. 이런 경험적 데이터는 책으로는 배울 수 없고 오로지 545개를 쌓아가는 시간과 현장 속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끔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컨설팅 가이드를 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이런 질문을 합니다. “지금까지 몇 개의 메뉴를 만들어 보셨나요?” 이에 대한 대답으로 대부분은 현재 팔고 있는 메뉴 개수나, 혹은 팔고 싶은 메뉴의 개수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실 저에게 중요했던 것은 지금의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실패 해 보았는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좋은 메뉴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십 번의 수정, 수백 명의 반응, 계절의 변화, 원가 계산, 동선의 개선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레시피가 됩니다. 그래서 음식점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자산으로 축적했는가’에 달려있었습니다.
545라는 숫자는 이제 더이상 저희 매장이 보유한 레시피의 개수가 아닙니다. 7년을 넘어 8년차에 이르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록해 온 시행착오의 개수입니다.
여러분도 이 아름다운 시행착오의 개수를 쌓아가 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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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혜(외식 경영인) = 서울 연희동 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 대표. 7.25평에서 시작해 연매출 7억원의 성공신화를 이뤘다. 최근엔 부진점포 매출 구조 개선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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