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영도 태종대 인근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비건 레스토랑 ‘아르프(ARF)’는 100% 식물성 재료만 사용하는 식당이다. 상호는 ‘Around Plant’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식물성 식탁을 중심으로 한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뜻한다. 아르프는 2024년과 2025년 미쉐린 가이드 부산 빕 구르망에 연속 선정되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비건 다이닝으로 주목받았다.
아르프가 지향하는 바는 동물성 재료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채소의 풍미를 중심에 두고 조리법과 식감을 구성하는 것이다. 계절과 지역 식재료를 반영한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며 비건 요리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고사리 파스타다. 국내산 고사리로 만든 페스토에 튀긴 팽이버섯, 연근칩, 허브, 깻잎오일을 더해 풍미와 식감을 살렸다. 말린 고사리와 버섯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만들고, 고소한 오일과 허브 향으로 균형을 잡았다. 파스타 위에 얹은 연근칩은 바삭한 식감을 더하며, 깻잎오일은 한국적인 향을 남긴다. 산미가 있는 쌀술과의 페어링을 제안해 식물성 파스타의 풍미를 높인다.
비건 블랙버거는 아르프의 또 다른 대표 메뉴다. 식물성 패티는 콩단백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밀글루텐 특유의 냄새를 최소화하고 함박 패티에 가까운 질감을 구현했다. 코코넛 오일을 베이스로 한 비건 체다치즈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도록 했고, 실제 체다치즈와 유사한 풍미와 식감을 낸다. 고기 대체 식품의 한계를 넘어서는 메뉴로 평가받는다.
계절 메뉴인 알배추 구이와 머쉬룸 크럼블은 채소 중심 조리를 잘 보여준다. 겨울 알배추를 갈릭 비건 버터로 구워 단맛과 불향을 살리고, 코코넛 체다치즈를 넣은 매시드 포테이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이소스로 스모크 향을 입힌 버섯 크럼블과 구운 피스타치오를 더해 씹는 재미를 강조했다. 딜과 코코넛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여 향과 질감을 보완한다.
워터렌틸 크림커리 세트는 렌틸콩을 베이스로 한 크리미한 커리에 제철 채소를 곁들인 구성이다. 태국 고추와 향신료를 사용해 부드러운 매운맛을 만들었고, 아스파라거스, 완두콩, 그린빈, 컬리플라워 등 제철 채소를 함께 제공한다. 흑미 버섯다시마 밥과 파프리카 피클, 고구마 줄기 피클을 곁들여 식사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케일·사과·레몬·강황으로 만든 그린 파워 주스는 식사 후 상쾌함을 더한다.
디저트와 음료도 식물성 재료에 기반한다. 쌀로 만든 와인, 자스민 차, 라임 에이드 등은 메뉴와의 조화를 고려해 구성되며, 식물성 요리의 풍미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공간은 영도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소규모 좌석 위주로 혼자 방문해도 부담이 적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을 찾은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고사리 파스타와 알배추 요리를 포함한 세트 메뉴는 구성과 양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 식물성 요리임에도 포만감이 충분하다는 점이 언급된다. 비건 메뉴를 여러 가지 주문해도 더부룩함이 덜하다는 후기와, 재료 하나하나의 향과 맛이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평가도 많다. 다만 일부 메뉴는 간이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르프는 비건을 대체 식단이 아니라 하나의 미식 장르로 다룬다. 채소의 풍미와 질감을 중심에 두고 조리법을 설계하며,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충분한 깊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에서 비건 다이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르프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4~5시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목요일은 정기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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